유럽에 비트코인 ETF 첫 등장...ESG 라벨 붙이자 ‘시끌’
영국 자산운용사 야코비가 15일 상장한 비트코인 ETF 상장 후에 ESG ETF임을 내세우자 환경운동가들 반발 “비트코인 채굴 에너지 과소비해 ESG 자격없다” 비판
[ESG경제=이진원 기자] 지난 1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유로넥스트 암스테르담 거래소에 상장된 유럽 첫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정식 명칭 Jacobi FT Wilshire Bitcoin ETF)가 2주 만에 논란에 휩싸였다.
이 ETF를 선보인 영국 기반 자산운용사인 야코비(Jacobi)가 29일(현지시간) 이 상품이 유럽연합(EU) 규정에 따라 ESG 활동을 ‘촉진’해야 하는 ‘제8조(Article 8)’ 펀드라며 펀드에 ESG 라벨을 붙이자 환경운동계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환경운동가들은 비트코인 채굴이 친환경적이지 않은데도 비트코인 ETF에 ESG 라벨을 붙이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ESG투자에 나서겠다는 야코비 측의 약속 역시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비트코인 투자를 주요 목표로 하는 금융상품에 EU의 ESG 규정이 적용된 사례는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었다.
야코비 CEO, 비트코인 ETF 탈탄소화 약속
이런 논란을 의식한 마틴 베드날(Martin Bednall) 야코비 최고경영자(CEO)는 “유럽 최초로 상장된 우리 회사 비트코인 ETF는 100% 탈탄소화할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newable Energy Certificate·REC)’로 투자를 다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REC를 구매함으로써 ETF가 추종하는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데 사용되는 에너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효과를 내겠다는 말이다.
REC는 발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공급하였음을 증명하는 증서다. 과거에는 발전사업자만 구매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기업들이 REC 거래시장에서 재생에너지를 직접 구매할 수 있다. 베드날은 또 “사람들이 비트코인의 가치에 투자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는 ETF에 EU의 ESG 투자 규칙이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자평했다.
환경운동가들 “못 믿겠다”
하지만 환경운동가들은 야코비가 비트코인 ETF에 ESG 라벨을 붙인 것과 베드날의 약속을 모두 탐탁지 않게 여기는 기색이다. 뉴스 속보 매체 워처닷구루(Watcher.guru)에 따르면 환경운동단체는 1차적으로 비트코인 채굴이 에너지를 집약적으로 많이 쓴다는 사실을 문제 삼고 있다. 따라서 비트코인 ETF은 ESG 라벨을 붙일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케임브리지 대체금융센터(Cambridge Center for Alternative Finance)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의 38%만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걸로 추정됐다. 또 암호화폐를 추출하는 데 필요한 컴퓨팅 파워는 연간 약 140TWh로 추정되는데, 이는 지난해 노르웨이 전체에서 생산되는 전력량과 비슷하다.
환경운동가들은 REC 구매와 관련된 베드날의 약속 역시 신뢰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한 환경운동가는 블룸버그에 “탈탄소화된 ETF라는 주장은 야코비가 REC 구매로 비트코인 채굴 때 쓰는 에너지와 동등한 양의 재생 에너지가 생산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만 신뢰할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모닝스타가 최근 실시한 조사를 보면, 유럽 법규에 따라 ESG를 ‘촉진’한다고 주장하는 펀드 4개 중 거의 1개 꼴인 23%가 펀드명에 ESG 태그를 붙일 자격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