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의 통곡’…모로코 강진·리비아 폭풍우
영화 ‘카사블랑카의’ 모로코…11일 저녁 기준 2862명 사망 영화 ‘사막의 라이온’ 리비아…2000여명 사망·수천명 실종
[ESG경제=김강국 기자] 영화 ‘카사블랑카’로 기억되는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밤늦게 발생한 강진으로 숨진 희생자가 2,862명으로 늘었고 2,562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모로코 정부는 11일 오후 7시(현지 시간)까지 사망자와 부상자 숫자를 이같이 잠정 집계했는데, 사망자 수는 하루 전보다 740명이 늘었다.
지진의 진앙이 위치한 알하우즈 주에서 1,604명이 사망해 가장 피해가 컸고, 타루단트주가 976명으로 그다음으로 많았다. 사망자 대부분은 매몰돼 숨졌으며, 현재 중환자의 수가 많은 데다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어서 사상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생지옥 된 고산지대 소도시...흙더미로 변한 건물에 구조 더디기만
모로코를 덮친 강진으로 가장 피해를 많이 본 지역은 천년고도 마라케시에서 차량으로 한 시간 거리인 아틀라스산맥 고산지대 소도시 아미즈미즈. 외신들은 강진으로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에 이불, 매트리스, 커튼 등 가정 생활용품들이 어지럽게 엉켜 있는 처참한 모습을 사진으로 전했다.
모로코 지진의 인명 피해가 큰 것은 숲이 적은 건조한 지역의 특성상 가옥 대부분이 지진에 취약한 진흙, 벽돌, 돌 등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지진으로 무너지면서 잔해에 깔린 실종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이 생길 가능성이 철강·콘크리트 구조물이나 단순 목재 건물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1만∼10만명에 달할 가능성도 21%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진앙에서 동북쪽으로 50㎞ 정도 떨어진 알하우즈 주의 산간 마을 타페가그테는 서 있는 건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마을 전체가 폐허가 됐다. 주민의 주민의 절반 이상이 이미 숨졌거나 실종된 상태인데, 모로코군의 한 구조대원은 "벽과 천장 대부분이 무너지면서 흙더미로 변해 사람들을 산 채로 끌어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리비아 당국, 데르나시 등 재해 지역 지정…댐 두 곳 붕괴해 피해 키워
한편 ‘대수로 공사’와 영화 ‘사막의 라이온’으로 유명한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부에는 강력한 폭풍우가 덮쳐 2,000여명 넘게 사망하고 수천 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11일 외신에 따르면 리비아 동부 지역을 강타한 강력한 폭풍과 홍수로 동북부 데르나시 등지에서 수천 명이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다.
리비아 보건 당국은 11일 오후 늦게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61명이라고 밝혔으나, 가장 피해가 큰 데르나의 사망자 수를 포함하지 않은 수치이며 실종자 수천 명 중 상당수가 물에 떠내려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데르나 인근의 댐 두 곳이 붕괴하면서 치명적인 홍수가 발생해 인명 피해를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리비아 동부 의회가 지명한 오사마 하마드 총리는 "실종자가 수천 명에 달하고 사망자도 2천명을 넘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방송 인터뷰에서 밝혔다. 하마드 총리는 데르나시를 비롯한 피해 지역을 재해 지역으로 지정하고 3일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는 서부 트리폴리 통합정부(GNU)의 압둘하미드 드베이바 총리도 동부 지역에 영향력은 갖고 있지 않지만 같은 조처를 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은 전했다.
리비아는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동부를 장악한 리비아 국민군(LNA)과 서부의 통합정부가 대립하는 무정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