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월드컵’ 개최국 늘린 FIFA, 환경 피해 논란 진화에 진땀
FIFA, 2030 월드컵 3개 대륙 6개국 개최 결정 기후 활동가들, 이동거리 늘며 탄소배출 우려 FIFA “최선 다해 환경 피해 낮추겠다” 약속
[ESG경제=이진원 기자] 국제축구연맹 FIFA가 2030년 월드컵을 3개 대륙 6개국에서 개최하겠다는 파격 결정을 내린 뒤 일각에서 환경 피해 우려가 제기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BBC와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기후 활동가들은 개최국이 늘어날 경우 월드컵 참가자들의 이동 거리가 늘어나서 탄소 배출량이 늘어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섹스 대학의 글로벌 경제정책 연구원 프레디 데일리는 BBC에 “탄소 발자국을 줄이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월드컵을 3개 대륙으로 확대해 열기로 한 FIFA의 결정에 대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정도 규모와 규모의 월드컵에는 많은 항공 여행, 많은 팬 여행, 많은 선수 여행이 수반될 텐데, FIFA가 월드컵을 지속 가능하고 기후 친화적인 방식으로 열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FIFA, 환경 우려에 즉각 대응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FIFA는 9일(현지시간)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남미에서 단 세 경기만 열린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가 2030 FIFA 월드컵의 개최국이 될 것이므로, 101경기 동안 대회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잘 발달된 광범위한 교통망과 인프라를 갖춘 이웃 국가들에서 치러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FIFA는 이어 “FIFA 월드컵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FIFA는 앞서 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30년 축구 월드컵은 월드컵 100주년을 기념해 3대륙 6개국에서 경기가 열린다고 발표했다.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3국이 공동 주최하되 100주년을 기념해 제1회 개최국인 우루과이에서의 별도 행사를 포함해 남미 3개국(우루과이·파라과이·아르헨티나)에서 한 번씩 경기가 열린다는 것이다. 우루과이는 1930년 제1회 월드컵 개최국이자 우승국이다.
작년 카타르 월드컵 때도 환경 피해 논란 시달려
FIFA가 이처럼 즉각적인 대응에 나선 건 FIFA가 과거에도 친환경 월드컵 개최를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난에 시달린 경험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때도 개최국인 카타르와 FIFA 모두 ‘탄소 중립적’ 월드컵을 개최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FIFA 자체 집계상으로도 월드컵과 관련된 탄소 배출량은 무려 아이슬란드의 연간 배출량과 맞먹는 360만 톤인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배출량보다도 많은 양이다.
이 추산치에는 대회 개최를 위한 7개의 신규 경기장 건설과 공조 시스템, 교통 인프라, 개최국 안팎으로 팬들을 실어 나르는 매일 1300편의 항공편에서 나오는 탄소 등이 모두 포함된 것이다.
비영리 단체인 카본마켓워치(Carbon Market Watch)는 영구적인 새 경기장 건설과 관련된 배출량이 과소 계상되었기 때문에 360만 톤은 과소평가된 수치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즉, 실제는 이보다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됐다는 것이다.
미국·캐나다·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는 2026년 월드컵 대회에서도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자 FIFA가 이로 인한 환경 영향을 줄이는 노력을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비영리 축구단체인 ‘풋볼포퓨처(Football for Future)는 “향후 월드컵 개최국 선정 과정에서 월드컵 개최에 나선 국가들이 지속가능성과 기후 친화적인 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국가인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면서 “또한 선정 과정에서 월드컵 개최 준비 도중 나오는 탄소 배출량 추정치에 대한 계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