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석유 기업 셸, 저탄소ㆍ수소 사업 인력 감축
수익성 개선 이유로 구조조정 나서며 탈탄소 역행 사내외 비판 여론 일자 "2050 탄소중립 목표는 유지"
[ESG경제=박가영 기자] 세계 최대 석유 기업 셸(Shell)이 화석연료 사업을 중시하는 CEO 와엘 사완(Wael Sawan)의 지휘로 저탄소 사업 부문의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로이터통신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셸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저탄소 솔루션(LCS) 사업의 인력을 15% 감축하고 수소 사업 규모도 축소할 예정이다.
탈탄소에 역행하는 결정
셸은 저탄소 사업부문의 인력을 총 1,300명 가량 줄일 계획인 가운데, 내년에만 200여 명의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다. 최근 ESG 경영이 확산되는 흐름을 거스르는 결정이지만,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감축 인원 중 일부는 9만여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셸의 다른 부서로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운송 및 산업재와 같은 셸의 핵심적인 저탄소 사업 분야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LCS 부서를 혁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셸의 주가는 0.2% 하락했다.
셸은 지난 주 감원을 포함한 구조조정이 결정된 LCS 부서와 여러 차례 협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LCS 사업부에는 운송 및 산업재 분야의 탈탄소화를 이끄는 수소 관련 사업 등이 포함되지만, 재생에너지 사업은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탄소포집저장 관련 사업은 이번 감축에 해당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 1월에 취임한 와엘 사완 CEO는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량을 줄이는 것에 대해 “무책임하고 위험한 행동”이라는 발언을 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생산량을 늘려 수익성을 보전해야 한다는 경영 기조를 유지했고 이번 구조조정도 그의 비전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수익성 크게 악화한 수소 사업 축소
셸은 지난해 네덜란드에서 하루 200MG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유럽 최대의 수소전해조 설비를 구축했고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는 수소 허브를 구축하기 위해 보조금을 신청하기도 했다. 보조금은 받지 못했으나, 수소차에도 초기부터 투자를 해오는 등 수소 산업 분야를 선도해왔다.
그러나 전기차가 부상하면서 소비자들의 시선은 수소차가 아닌 전기차로 향했다. 셸의 수소 사업 분야 역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었으며 영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많은 수소 충전소를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셸은 소형 수소차 분야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관련 부서를 통폐합한 뒤 대형 운송 차량용 에너지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한다.
탄소중립 목표는 어디로
셸은 이렇듯 탄소 중립과 정반대인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본사는 가치를 창출하고 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는 사업에만 투자를 할 계획이다.” 라고 밝혔다.
사완 CEO는 "셸이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이 없는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경로를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런던에서 열린 에너지 포럼에서 이 목표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달 두 명의 직원으로부터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받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사완이 해당 서한을 받은 뒤 내부적인 압박을 받아 이러한 발언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