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회사-자회사 이익 '2중 계상' 25조원...'코리아 디스카운트' 불러와

한국 증시, 모-자회사 복수 상장 이익 비중 14% 상회 물적분할 뒤 재상장, 코리아 디스카운트 주원인 중 하나 해외 증시에선 모-자회사 증시 동시 상장 매우 드물어

2023-11-16     박가영 기자
사진=픽사베이

[ESG경제=박가영 기자] 국내 증시에서 모회사와 자회사의 복수 동시 상장으로 인한 더블카운팅(2중 계상) 이익이 올해 16조원을 상회하며, 이는 전체 이익 중  14.4%나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내년에는 이익 2중 계상 규모가 더 커져 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더블카운팅 효과로 전체 코스피 PER(주가수익비율)이 실제 10% 높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메리츠증권은 15일 ESG 보고서를 통해 "물적분할에 따른 모회사-자회사의 복수 상장이라는 지배구조 문제로 문제로 한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 대비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야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더블카운팅으로 저평가 되는 한국 증시

상장 기업이 물적분할을 통해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기업가치가 자회사와 모회사에서 중복 평가받게 되는 것을 더블카운팅이라고 한다. 메리츠증권은 "국내 시장의 경우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사례 처럼 모회사와 자회사 복수상장으로 자회사 순이익에 대한 모회사 지분율 만큼 이익의 더블카운팅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더블카운팅은 자회사를 100% 소유하고 있는 지주회사 또는 모기업 주식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깎이는 디스키운트를 불러온다. 같은 수익을 내도 2중 계산이 되어 PER을 낮추기 때문이다. PER은 주가를 EPS(주당순이익)로 나눈 값으로, 현재 기업의 주가가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보여준다.  

더블카운팅은 분모인 EPS를 늘려 PER이 낮아지게 한다. 이렇게 되면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거래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더블카운팅 효과를 제거하고 계산하면 PER은 올라가게 된다. 

한국은 상법에서 물적분할을 인정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모·자회사 동시 상장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경우는 해외에도 많지 않다. EU와 일본, 미국의 일부 주 역시 물적분할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증시에서는 지주사와 자회사들이 실제 동시에 상장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복수 상장 시 모회사 주주와 자회사 주주간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 문제 발생에 따른 법적 분쟁을 회피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단일 상장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해외와 국내의 인식 차이가 큰 것 같다”며 “미국 등에서는 대개 모 회사의 사업부 중 실적이 매우 좋음에도 불구하고 모회사의 그림자에 가려져 제대로 가치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만 물적분할을 하지만, 국내에서는 알짜배기 사업부 때문에 모회사의 주가가 프리미엄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부를 분할 상장을 시켜 모회사 주식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14.4%에 달하는 더블카운팅 이익 비중

국내 증시에는 지주회사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모회사와 자회사들의 복수 상장이 갈수록 늘어나고 이익의 더블카운팅도 그만큼 계속 커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모·자회사 복수상장으로 인한 더블카운팅 이익 비중은 2019년 6.7%였던 것이 2021년 10%를 넘어섰으며 올해 14.4%로 뛸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 2중 계상 이익은 올해 16조 4000억 원에 달하고 내년에는 24조 90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자료=메리츠증권

이러한 거버넌스의 문제는 한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 대비 낮은 가치평가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현재 코스피 PER이 10배일 경우 더블카운팅 이익을 제거하고 보면 실제 11배 이상이라는 것이다.

자료=메리츠증권

업종별로는 자동차 업종이 가장 큰 더블카운팅 이익 규모를 보였고, 상사/자본재와 화학, 반도체가 그 뒤를 이었다.

앞의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이처럼 거버넌스 문제로 인해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투자자들이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적분할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정부는 지난해 12월 물적분할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했다.

개정안은 물적분할 추진 기업은 물적분할의 목적과 기대효과, 주주보호 방안 및 상장계획을 공시하고 이사회가 물적분할을 결의하는 경우 반대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도록 했다. 또한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을 추진할 경우 모기업의 일반주주 보호 노력을 당국이 심사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