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의 몰락? "우린 여전히 공유한다"
공유경제 양대산맥, 위워크 파산에 에어비앤비는 규제 폭탄 자원절약 위해서는 소유에서 공유로의 패러다임 변화 필요 국내 공유경제 스타트업, 동네가게, 시민단체 여전히 활발해
[ESG경제=김연지 기자] 지난 6일 ‘공유경제의 신화’로 불리던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wework)'가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2010년 창업 당시 ‘I(나, 소유)의 시대에서 공간을 공유하며 함께 일하는 WE(우리, 공유)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포부와 달리 오피스의 고비용 장기임대로 인한 수익성 하락, 재택근무 문화의 확산 등으로 파국을 맞았다.
에어비앤비(airbnb)는 규제 폭탄을 맞았다. 잠시 집을 비울 때 여행객들에게 단기간 집을 임대해주는 방식으로 주목을 끌었으나, 직업 임대인의 등장으로 본질이 변질됐다. 수십, 수백 채의 주택을 무리하게 구입해 연중 임대하는 방식이 판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뉴욕시는 에어비앤비 임대가 뉴욕시 전체의 임대료 상승과 만성적인 주택난을 부추긴다고 보고 강력한 규제를 단행했다.
한때 공유경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두 기업이 파산과 규제에 직면한 가운데, 공유경제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두 기업 모두 ‘공유’의 가치를 표방하면서도 부동산 재임대 사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소유에서 공유로의 패러다임의 변화는 불가피하며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공유경제에서 공유도시로의 전환?: 거버넌스 전략과 도시정부 역할에 대한 서울시 사례 분석>보고서에서 김상민 충남대학교 도시·자치융합학과 교수는 “공유경제에 대한 전세계적 관심은 단순히 경제적 효과성의 측면 뿐만 아니라 ‘공유’라는 사회적 가치, 그리고 ‘자원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환경적 가치 측면을 포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유 패러다임은 모든 자원 및 환경을 공유의 대상으로 보고, 소비 및 생산 활동을 통한 단순한 이윤추구가 아니라 (...) ‘근본적인 사회 변화’를 지칭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의 선두에는 위 사례와 같은 글로벌 공유경제 기업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ICT기술을 활용해 편리한 공유 환경을 만드는 스타트업 기업부터, 마을과 지역에서 아기자기한 공유 규칙을 만들어가는 작은 가게들,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해 공유 문화를 퍼뜨리는 시민단체들이 있다.
빈집을 우리의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마이세컨플레이스’
앞선 두 사례에서 보았듯 공간을 공유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대도시의 비싼 부동산 가격에 가로막혔다.
집 공동 소유 플랫폼 ‘마이세컨플레이스’는 비싼 임대료의 대도시를 벗어나 지방의 빈집에 주목했다. 이들은 세컨하우스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지만 실사용 시간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착안, 세컨하우스를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혼자서 소유하기 부담스러운 세컨하우스를 필요한 만큼만, 지분만큼만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소유자가 되면 1년에 최대 70일까지 세컨하우스에 머물 수 있게 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은 선착순 예약제를 통해 정해지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세컨하우스 공동소유자들은 1인당 5,000만~6,000만원 정도를 부담해 집을 구매할 수 있다.
마이세컨플레이스는 지방에 위치한 빈집을 깔끔하게 개조하는 일부터 공동소유자들에게 판매, 운영관리, 재판매하는 일까지 전 과정을 담당한다. 특히 ICT기술을 이용해 편리하게 집을 관리한다. 온도 습도 조절 장치, 동작 감지 등을 탑재한 원격 자동 제어 시스템을 구축해 수도권에서도 지방의 세컨하우스를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다.
지난 3월 첫 공동소유자 모집에 나선 마이세컨드플레이스는 현재 8명의 공동 소유자들이 2채의 집을 나눠갖고 있다. 영주와 춘천 등에서도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마이세컨플레이스는 세컨하우스의 공유가 지방도시의 ‘관계인구’를 늘려 지방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에도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박찬호 클리 대표는 지난 2월 코엑스 스타트업브랜치에서 열린 <인구혁신포럼>에서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는 것이 유일한 주거 형태로 여겨지는 틀에서 벗어나 더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서 “빈집을 활용해 효용 가치를 만들어내는 만큼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사용자가 지방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연희동의 공유 문화는 여기서부터, 동네 가게 ‘보틀라운지’
서울 연희동에는 동네의 공유 문화를 이끄는 작은 카페가 있다. 보틀라운지다. 보틀라운지에서 테이크 아웃을 하기 위해선 반드시 다회용 컵이 필요하다. 제로웨이스트숍을 지향하는 보틀라운지에는 일회용 용품이 없기 때문이다. 컵을 가져오지 않아도 괜찮다. 보틀라운지의 ‘텀블러 대여 시스템’을 이용하면 된다. 텀블러 대여 시스템 초기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듯 수기로 쓴 대출카드를 만들어 관리했지만, 최근엔 ‘보틀 클럽’ 어플을 설치하고 QR코드를 스캔하면 손쉽게 대출할 수 있다. 그렇게 공용 텀블러는 커피를 담고 누군가의 손에 담겨 떠났다가, 다시 빈병이 되어 가게로 돌아온다.
보틀라운지의 공용 텀블러는 가게 밖으로 확산되고 있다. ‘보틀 클럽’ 어플에서는 약 20여 곳의 카페에서 텀블러 대여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연희동에 위치한 카페부터 마포구, 서초구, 경기도와 강원도에 위치한 카페들도 함께 동참하고 있다. 제휴 가게들은 ‘리턴미컵’을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손님들이 이들 가게에서 자유롭게 대출과 반납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컨대, 보틀라운지에서 빌린 컵은 제휴하고 있는 다른 카페에 반납해도 된다.
보틀클럽에서는 제로웨이스트와 공유문화가 접목된 재밌는 보틀적립제를 운영하기도 한다. 보틀클럽에서는 연희동에만 30여 곳의 가게들과 제휴를 해 ▲다회용 컵 사용 ▲다회용기 사용 ▲가게에서 주는 포장지 거절 ▲비건 한끼 등 다양한 친환경적 소비 행위에 보틀(포인트)을 적립해주고 있다. 그렇게 적립된 보틀은 제휴 가게들에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데, ▲대나무 칫솔 ▲고체비누 ▲아메리카노 커피 등으로 교환할 수 있다.
보틀라운지에서 공유되는 것은 텀블러만이 아니다. 동네 주민들은 보틀클럽을 통해 자신이 가진 다양한 생활지식과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다. 보틀라운지는 1년에 한번씩 ‘2023 유어보틀위크’를 열어 주민 주도의 프로그램이 발생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준다. 보틀라운지는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올해는 제로웨이스트에서 더 나아가, 우리 동네를 더 나은 동네로 만들기 위해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함께 상상하고 시도”한다며 “관계 안에서 배움과 필요를 나누고 해결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소물감으로 지속가능한 삶 표현하기 ▲집단지성을 이용한 요리 상담소 ▲플라스틱을 새사용한 나만의 오브제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열렸다.
공유는 파티같은 것, ‘다시입다 연구소’
옷은 아름다운 외형을 하고 있으나 수많은 폐기물의 주범이다.
지난 5월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의류 폐기물은 약 11만 톤에 이른다. 실제로 의류 산업은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고탄소 산업. 글로벌 순환경제 연구기관 엘렌 맥아더재단(Ellen MacArthur Foundation)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 버려지는 의류는 약 4,700만 톤, 의류 산업은 매년 12억 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비영리단체 ‘다시입다 연구소’는 ▲전국 수선자랑 공모전 ▲21%파티 ▲법 제정운동 등을 통해 의류 쓰레기를 줄이고 의류를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열심이다. 특히 21%파티는 연구소의 대표적인 시민 참여 행사다. 2020년 연구소의 자체 설문조사 결과, 사놓고 입지 않는 옷의 평균 비율이 21%라는 점에서 착안한 행사다.
21%파티는 옷장 안에 잠자는 옷들을 모아 공유하고 새로운 옷으로 교환할 수 있는 자리다. 연구소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파티는 1년에 한번, 기관과 기업이 협력한 파티는 1년에 10회 정도다. 지역 확산을 위해 연구소는 파티 툴킷을 판매하기도 한다. 자신의 동네에서 21%파티를 열고 싶은 시민은 연구소에 신청을 하고 21%파티에 필요한 방법설명서, 교환티켓, 초대장 등 모든 도구를 전달받을 수 있다. 각자의 동네에서, 지인들과 함께 의류 쓰레기 감소와 공유문화를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 한달간 21% 파티 툴킷을 무료로 보내주는 파티 위크행사에는 전국 곳곳에 28개팀이 지원해 각자의 지역에서 파티를 벌였다.
앞선 보고서에서 김상민 충남대 교수는 “주민들은 다양한 공유활동에 참여하는 과정 속에서 서로 간의 공간적,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측면에서 공유 도시는 보다 지속가능하고 인간 중심적인 도시모델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