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 투자 격차 심각..."한국, 상위 10개국의 7분의 1"

서울시 주최, 2023 서울 기후테크 컨퍼런스에서 지적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 육성, 스타트업부터 키워야 개념 검증·시제품 개발 단계에서 정부 지원 필요

2023-11-28     박가영 기자
2030 서울 기수테크 컨퍼런스가 개최된 가운데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ESG경제

[ESG경제=박가영 기자] 국내 기후테크 투자 규모가 글로벌 상위 10개국 평균 투자액의 7.5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주요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기후테크 투자를 늘리려면 정부의 기술 실증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8일 서울시가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한국에너지공단,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등이 후원한 서울 기후테크 컨퍼런스에서 발제에 나선 문상원 삼정 KPMG 상무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려면 기존에 없었던 신기술을 도입하기 전 이를 검증하기 위한 개념증명(POC)과 사업성을 실증적으로 검증하는 파일럿 단계에서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후테크는 ‘기후(Climate)’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뜻한다. 기후테크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탄소중립 시대의 신성장 동력으로 대두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나 탈탄소에너지 기술, 탄소포집기술, 탄소 모니터랑 기술 등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 투자 매력도 떨어져

문 상무는 "탄소중립 실행을 위해서는 기존 보유하고 있던 기술이 아닌 새로운 기후테크를 신속하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50년에 넷제로를 달성해야 하려면 기후테크는 필수적"이라며 “전통적인 플레이어였던 대기업들이 진행하기 어려운 부분들에 대해 스타트업들이 새 혁신 생태계를 주도하는 사례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투자 규모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비중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은 다른 나라 경쟁 기업들에 비해 정책·투자 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EU는 지난 2월부터 그린딜 산업계획을 통해 2050년까지 친환경 산업 육성을 위한 청정 기술 개발기술을 확대하고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미국도 IRA를 통해 자국의 재생에너지 및 청정기술 산업에 세재 혜택과 대출을 지원하고 보조금을 주고 있다. 중국과 일본, 싱가포르 역시 국가 주도로 기후테크를 육성하고 있다.

탄녹위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기후테크 분야에 145조 원을 투자하고 유니콘 기업 10개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기후테크 유니콘 육성을 위한 민간 투자 확대나 사업화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삼정KPMG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가운데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9%에 불과하다. 네덜란드는 이 비중이 무려 15%에 달하며, 스웨덴과 독일, 프랑스 등은 10% 이상이었다. 미국과 중국 역시 5% 이상을 기록했다.

기후테크 투자 규모는 상위 10개국 평균이 약 8조 원에 달했으며, 우리나라는 1조 520억 원으로 약 7.5배 가량 차이가 났다. 기후테크 스타트업 1사 당 평균적인 투자규모는 상위 10개국 평균 171억 원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평균 45억 원으로 약 3.8배 가량 적었다.

정부의 투트랙 지원 절실

문 상무는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기술 검증 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기후테크 자체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술력을 확인하기 복잡한데다가 국내는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의 기술실증기회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 투자 매력도를 더욱 떨어트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념 검증 단계인 POC 실증 단계와 시제품 개발 단계에서 사업성을 검증하는 파일럿 단계를 구분하여 투트랙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POC 단계에서는 보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검증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 하며, 시제품을 개발하고 생산에 들어가는 시범생산 실증 단계에서는 대기업과의 연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자 매력도를 느낄 수 있도록 이런 부분들을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굉장히 핵심적이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참여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도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테크 분야는 정부가 다른 분야보다 공격적으로 나서서 스타트업을 지원해줘야 한다“며 ”기후테크 문제는 그 자체로 굉장히 거대한 전 인류적 문제이고, 효율성이나 편리성 등의 측면에서 소비자 개개인의 이해 관계와 배치되는 경우들이 있기에 시장 형성 자체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패널 토론과 토크 콘서트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시에 스타트업 30개 사와 대기업 4개사 등이 참가한 전시 및 투자 상담 부스가 운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