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탄소배출 규제 따른 기업 비용 증가…주식 투자에 큰 영향
글로벌 투자사, 탄소배출 규제 따른 비용 증가 포트폴리오에 반영 "CBAM이 글로벌 탄소가격 상승 견인해 EU 수준으로 수렴될 것” 한은, “위험 관리, CBAM 신고 포함한 데이터 축적해 나가야”
[ESG경제=김현경 기자]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글로벌 규제에 따른 부담금이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탄소가격 상승이 주식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의 28일 보도에 의하면 대규모 자산운용사 인베스코(Invesco)는 10달러 이하, 100달러 이상까지의 탄소가격 범위를 설정해 자사의 포트폴리오를 이에 맞춰 검토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의 지속가능성 리서치팀도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는 탄소 관련 규제를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인터내셔널(Fidelity International)은 CBAM으로 인해 탄소집약적 수입품목에 EU가 부과할 세금(부담금)을 포트폴리오에 미리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피델리티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플로라 왕은 CBAM 시행으로 “추가되는 세금(부담금)이 미래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모델에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스위스의 프라이빗뱅크(PB) 롬바르오디에(Lombard Odier)의 보고서에 따르면 "CBAM은 글로벌 탄소가격 상승을 견인할 것이며 결국 EU 수준으로 가격이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롬바르오디에는 전 세계 탄소가격이 2030년까지 톤당 100달러에 이르면 MSCI 월드 인덱스(World Index, 선진국시장지수)에 포함된 회사들의 수익이 절반으로 감소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CBAM 인증서 EU 가격 연동…국내와 10배 이상 가격 차이
EU의 CBAM은 탄소누출(Carbon Leakage)에 대한 우려로 EU에 수출하는 비(非)EU 기업에 대해 CBAM 인증서를 구매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배출량에 대한 부담금을 부과한다. 적용 대상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 탄소집약적인 6개 제품군으로 잠정 결정됐다.
현재는 시범 기간으로, 2026년부터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EU에 수출하는 품목대상자는 EU 탄소배출거래제(ETS)의 배출권 가격과 연동되는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 CBAM 인증서의 구매 비용은 유럽과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 차이가 클수록 늘어나게 된다.
카본크레딧(Carbon Credits)에 의하면 지난 28일을 기준으로 현재 배출권 가격은 EU ETS의 경우 73.35유로, 약 10만 원이며 한국(K-ETS)은 6.69달러, 약 8천 원으로 현재 10배 이상의 큰 가격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은, “기업 재무부담 확대… 리스크 관리 위한 데이터 축적해나가야”
한국은행은 올해 6월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 “유럽 탄소배출권 거래제(ETS) 강화 움직임 등에 비추어 CBAM 인증서 구매 등에 따른 기업의 재무부담 확대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삼일PwC는 현재 초안이 마련된 미국 탄소세 관련 법안 CCA(Clean Competition Act)를 포함, “EU CBAM의 잠정 합의안을 시발점으로 하여 전 세계적으로 탄소 관련 세제에 대한 논의는 계속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난 1월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세계적인 움직임에 따라 CBAM을 포함한 탄소 관련 제재가 확대되는 등 탄소가격이 오를 것이기에 기업의 부담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대EU 수출기업의 자금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하며, 수출기업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금융기관들의 위험(리스크) 관리를 위해 “차주 기업의 탄소배출량 데이터 베이스에 CBAM 신고 내용도 추가하여 개별 차주 단위의 환경데이터를 축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 또한 CBAM 대응을 위해 제조 단계에서의 배출량을 집계하는 환경성과 전과정평가(LCA)를 위한 데이터베이스(LCI DB) 구축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공신력 있는 배출량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