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스탠다드차타드, SBTi 탈퇴... NZBA 기준 따르기로

SBTi, 화석연료 기업 금융 제공 금지 NZBA는 화석연료 기업 금융 제공 허용 금융배출량 감축 차질 우려

2023-12-01     박가영 기자
독일 프랑크푸르트 금융지구. EPA=연합

[ESG경제=박가영 기자]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 등 일부 대형 글로벌 은행이 '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Science-based Target Initiative, SBTi)'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들 금융기관은 화석연료와 기업에 대한 금융 제공 문제로 SBTi 참여를 포기했다. 프랑스 금융그룹 소시에테 제네랄과 네덜란드의 ABN 암로 은행 역시 SBTi가 요구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기준들이 너무 까다롭다며 탈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BTi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섭씨 1.5도로 제한한다는 파리기후협약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 및 금융기관의 탄소 감축 목표 기준을 제시하고 모니터링하는 국제 이니셔티브이다.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세계자원기금(WWF), UN글로벌콤팩트, WRI(세계자원연구소) 등 여러 기후단체가 뭉쳐 발족했고 전 세계 4000여 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SBTi는 2024년 초 금융 부문의 과학 기반 탄소중립 목표 설정을 위해 세계 최초로 표준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표준안에는 은행들이 화석 연료 관련한 새로운 프로젝트에는 대출을 내주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많은 금융기관들은 국제 경제가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한 이와 관련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까다로운 SBTi 대신 ‘완화된’ NZBA 기준 택하는 은행들

SC 측은 "SBTi가 제안한 표준안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는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탄소중립 은행 연합(Net-Zero Banking Alliance, NZBA)'를 통해 과학 기반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HSBC의 대변인 역시 “HSBC는 NZBA의 지침에 따라 배출 목표를 설정한다”고 말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프랑스의 은행들도 NZBA의 지침에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ABN 암로의 대변인은 SBTi를 떠난 네덜란드 은행 들이 NZBA의 회원으로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NZBA의 가이드라인은 SBTi의 요구보다 완화된 기준으로 이루어져 있다. NZBA의 기준에 따르면 대출 기관들은 배출량 감축에 진전을 보이는 한 화석 연료 자금도 조달할 수 있다.

NZBA의 가이드라인은 ▲파리 기후협약 목표 달성과 탄소 중립을 향한 중장기 목표 설정 ▲자산의 탄소배출량 측정 범위와 정량 보고 ▲과학 기반 시나리오를 통한 파리 기후협약 목표와 일치하는 감축 목표 설정 ▲정기적인 목표 검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사들은 매년 자산의 탄소배출량을 측정해야 한다.

유럽의 크레디 아그리콜, ING, BBVA, 스웨덴 은행 등은 여전히 SBTi에 남아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어떤 은행도 SBTi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NZBA만을 선택했다.

전 세계 기업들의 탄소 중립을 돕는 영국의 독자 기관 카본 트러스트의 피에트로 로코는 “SBTi는 NZBA보다 더욱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며 “이렇게 은행들이 SBTi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금융권의 감축 목표가 낮아질 것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