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SCO,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투명성 강화 방안 제시

21개 방안 제시하고 90일 의견수렴 절차 착수 사실상 자발적 탄소시장 규제 방안 제시

2023-12-04     이신형 기자
이미지 출처=IOSCO 트위터

[ESG경제=이신형기자] 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IOSCO)가 3일 자발적 탄소시장의 무결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21개 방안을 제시하고 이날부터 90일간의 의견 수렴 절차에 착수했다. IOSCO는 세계 각국 금융감독당국이 모여 국제적인 증권 관련 규제를 정하는 국제기구로 한국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이 기구의 회원이다.

로드리고 보나벤투라 IOSCO 지속가능금융 태스크포스 의장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정책자문 질의서(Consultation Paper)를 발표했다. 그는 “자발적 탄소시장이 최근 몇 년 사이 매우 중요해졌으나, 이 시장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려면 환경적으로나 금융 측면에서의 무결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기업 등이 자연자본 활용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탄소 감축 프로젝트를 이행하고 제3의 기관의 승인을 얻어 획득한 탄소 크레딧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탄소 크레딧 발급은 보통 ▲산림 복원 등 기후변화 완화(탄소 감축 또는 제거) 프로젝트 개발 ▲탄소 감축 또는 제거 실적 측정과 공개, 제3자 인증 ▲베라나 골든스탠다드 같은 인증기관의 승인 ▲사업 성과에 따른 탄소 크레딧 발급과 사업자의 카본 크레딧 등록부 등재의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다.

발급된 탄소 크레딧은 장외시장에서 브로커를 통해 거래되거나 장내 유통시장에서 거래되기도 한다. 현물과 함께 탄소 크레딧을 기초 자산으로 한 파생상품도 거래된다. 탄소 크레딧을 발급 받거나 매입한 기업은 탄소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크레딧을 사용할 수 있고 이 경우 크레딧을 소각해야 한다.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2020년 20억달러 규모였던 자발적 탄소시장이 2050년 25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자발적 탄소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나, 표준화된 인증 기준이 없어 감축 사업과 탄소 크레딧에 대한 신뢰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투명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유엔개발계획과 영국 정부 등의 후원을 받는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VCMI)가 탄소 감축 사업과 탄소 크레딧 발급의 적정성을 검증하기 위한 가이던스를 내놓기도 했다.

IOSCO 지속가능금융 태스크포스 공동 의장을 맡고 있는 베레나 로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 의장은 “자발적 탄소시장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면 환경적 무결성 측면에서의 취약성 외에도 제대로 작동하는 증권시장의 핵심적인 요소인 공정성과 투명성, 효율성에서도 일부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21개 방안 제시

IOSCO에 따르면 이날 제시된 방안은 파생상품 시장을 포함한 제대로 작동하는 시장의 모범 사례((good practices)와 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다. IOSCO는 이를 규제로 부르지 않고 있으나, 사실상 규제안의 성격을 띄고 있다.

IOSCO는 먼저 전통적인 금융시장 감독과 마찬가지로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무결성을 달성하는 방향의 ‘규제적 접근(regulatory approach)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각국 금융당국은 전통적인 금융시장 관련 기존 규제 방법론을 활용하거나 수정된 방법론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IOSCO는 ▲탄소 크레딧의 발급과 거래, 소각이 실제로 측정 가능하고 ▲추가성 원칙에 부합하며 ▲독립적으로 입증 가능한 탄소 감축 이나 탄소 제거 활동에 의해 이루어졌고 ▲탄소 크레딧의 발급과 매매, 소각 과정이 담긴 등록부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론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각국의 규제당국은 탄소 크레딧이 금융상품인지 아닌지 명확하게 성격을 규정해야 하고 자국 내 유관 기관은 물론 해외 규제당국과도 탄소 크레딧 발급과 거래, 소각을 포함한 자발적 탄소시장 관련 정보를 교환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한 탄소 크레딧 분류체계(taxonomy)의 표준화와 검증 방법론 강화, 검증 과정 간소화도 필요하다고 IOSCO는 밝혔다. 분류체계의 표준화는 탄소 감축 사업에 대한 신뢰와 투명성, 비교 가능성을 높이는 데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IOSCO는 탄소 크레딧의 발급과 추적, 소각에 관한 정확하고 완전한 정보가 담긴 등록부 작성과 탄소 크레딧 시장의 무결성을 유지하고 돈 세탁 등에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실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탄소 크레딧 발급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정보 공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공개 대상 정보는 ▲탄소 감축 프로젝트 개발 과정 ▲프로젝트 검증과 감사 방법론 ▲ 탄소 크레딧 발급 과정과 관련 리스크 등이다.

탄소 크레딧 거래 시스템 구축 방안도 제시됐다. IOSCO는 기준을 충족하는 양질의 탄소 크레딧이 거래되도록 해야 하고 탄소 크레딧 거래소는 거래 시스템과 규정, 정책, 거래 과정, 탄소 크레딧 상장과 상장 폐지 방법을 마련해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IOSCO는 거래소가 탄소 크레딧 거래와 관련된 모든 정확한 정보를 시장참가자들에게 적기에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공되는 정보는 거래 전후 가격과 거래량,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의 차이(bid-ask spreads), 탄소 크레딧 파생 상품 거래 정보 등이다. 파생상품 정보에는 기초 자산의 인증 여부와 현물 인도 조건, 파생상품 시장 참여 절차 등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IOSCO는 감독당국은 자발적 탄소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비상 대책이나 백업 시설, 재해 복구 등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갖추도록 해야 하고 이런 위험 관리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거버넌스와 이해상충 방지 체계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