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금리 20%로 낮추니 서민·저신용자 대거 ‘불법 사금융’ 늪으로
비현실적인 최고금리 규제로 대부업계 위축…1위였던 러시앤캐시 철수 국회입법조사처, ‘최고금리 인상 검토하고 정책 서민금융상품 확대 필요’
[ESG경제=김강국 기자] “서민과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법정 최고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를 언뜻 듣기에 매우 타당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7월 7일을 기점으로 법정 최고금리는 24%에서 20%로 인하됐다.
그렇지만 당시에도 금융시장의 현실을 잘 아는 인사들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진짜 서민들을 더 힘들게 할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하곤 했다. 실제로 저신용·서민들의 위한 정부의 조치는 ‘규제의 역설’처럼 되레 급전 대출의 문턱을 높여 서민들을 고금리 불법 사금융에 빠지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 상황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낮추면 결국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게 현실로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4일 현재의 법정 최고금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로 ‘금리인상기, 대부업 시장 이대로 괜찮은가? 법정 최고금리 규제를 중심으로’란 보고서를 냈다. 급전 시장이 얼어붙은 만큼 이제는 법정 최고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대부업체의 과도한 이자 수취로부터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선의로 도입된 법정 최고금리 규제가 금리인상기에 역설적으로 대부업 시장에서 취약계층의 금융 소외 문제를 야기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대안으로 ▲법정 최고금리 인상 검토 ▲연동형 최고금리 규제 도입 논의 ▲정책서민금융상품 공급 ▲불법 사금융 범죄에 대한 정부 대응 강화 등 금융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69개 대부업체 신규대출은 올해 9월 834억원…작년 1월 대비 5분의 1토막
주요 대부업체들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금리 상승기에 역마진이 발생하자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갔고 그 결과 신규대출 공급이 급감했다. 대부업계 1위 업체인 러시앤캐시가 철수한 계 대표적인 사례다. 그 결과 당장 필요한 급전을 찾는 저신용·서민들은 대부업체가 아니라 불법 사금융 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면 69개 대부업체의 신규대출액은 금리 상승이 시작되던 지난해 1월 3,846억원이었으나 점차 줄면서 지난해 12월에는 780억원, 올해 6월에는 876억원, 올해 9월에는 834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1월 3만1,065명에 달하던 신규 이용자도 올해 9월에는 1만1.253명으로 64%나 줄었다.
대부업 시장의 대출 축소로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돈을 구할 수 없는 저신용자와 서민들은 급전을 구하기 위해 불법 사금융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 불법 사금융 시장은 제도권 밖이므로 그 규모를 측정하기도 어렵고, 이용자 피해도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일부 국회의원들, 현실 외면한채 최고 금리 10%로 낮추자고 주장하기까지
금융감독원의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상담·신고는 2019년 5,468건에서 2021년 9,918건, 2022년 1만 913건으로 3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올 상반기 들어서는 6,784건으로 지난 5년 이래 상반기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이번 보고서는 기존의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현실을 외면한 ‘진짜 서민을 죽이는 바보 정책’임을 시사한다. 실제로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는 게 서민을 위하는 길이다’고 생각한 여러 국회의원이 법정 최고금리를 연 10%까지 낮추자는 안을 내놓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법정 최고금리를 10%로 낮추자는 방안(문진석, 김남국 의원) ▲연 15%와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20배 중 낮은 것으로 하자는 방안(민형배 의원) ▲연 15%까지 낮추자는 방안(송재호 의원) ▲연 13%까지 낮추자는 방안(이수진 의원) 등이 있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