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전력설비',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입어 실적 훨훨

국내 4사 3분기 수주 잔고 12조원...글로벌 1000조 시장 잡는다 유럽·美·중동 인프라 확대 추세...선제 투자로 물량 확보 '잰걸음'

2023-12-12     김상민 기자
일진전기의 320kV HVDC(초고압직류송전) 시스템 장기신뢰성(PQ) 테스트 전경. 사진=일진전기 제공

[ESG경제=김상민 기자] 기후변화가 글로벌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전 세계가 화석연료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확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처럼 신재생에너지 발전 수요가 크게 늘면서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일진전기 등 국내 주요 전력설비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하는 국내 전력설비업체 4개사의 올해 3분기 말 누적 수주잔고는 12조 2,000억원을 넘었으며, 이는 무려 3년치 일감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설비업체들의 주가도 1년 전에 비해 2~3배 이상 뛰고 있다.

초고압 변압기 생산하는 국내 전력설비 4사, 수주잔고 전년대비 28%↑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의 수주잔고가 5조2,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효성중공업(중공업 부문)이 3조5,000억원, LS일렉트릭 2조2,000억원, 일진전기 1조3,000억원 순이었다.

전력설비 4개사의 지난해 3분기말 수주잔고 9조 5,100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무려 28.3%나 늘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HD현대일렉트릭이 3조6,000억원, 효성중공업(중공업 부문)이 3조3,000억원, LS일렉트릭 1조8,000억원, 일진전기 8,100억원 등이다.

이들 4개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1~3분기 매출을 보면 현대일렉트릭은 1조 9,055억원(영업이익 1,906억원), 효성중공업 3조 86억원(영업이익 1,944억원), LS일렉트릭 3조 2,001억원(2,568억원), 일진전기 8,902억원(459억)원이었다. 대부분의 회사가 매출은 30% 이상 늘고, 영업이익은 2배 이상 증가하는 호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국내 전력설비업체들이 이처럼 좋은 실적을 보이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넷제로(탄소중립)가 강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발전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화력·원자력처럼 중앙 집중·대량 전기 발전 방식과 달리 넓은 지역에서 소규모로 발전된다. 이렇게 발전한 전기를 공장이나 도시 등 수요처로 전달하려면 기존 전력망 인프라와 연결해야 한다. 당연히 변압기나 전선 등 전력망 인프라 시장이 성장하게 되고, 국내 전력설비업계가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이다.

산업 조사기관인 블룸버그NEF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전력망 인프라 시장은 지난해 2,740억달러(약 361조원) 규모에서 2050년 1조달러(약 1,317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전력설비 시장 중 글로벌 변압기 시장(굴든, 2023년)은 2022년 500억달러에서 2032년 75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되며, 북미의 경우 2022년 86억 달러에서 10년 후인 2032년 104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럽, ‘리파워EU 정책’으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 42.5%로 확대

현재 유럽·미국·중동 등 세계 곳곳에서는 친환경 전력 생산 확대와 인프라 교체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지난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중단하고 친환경 전환을 가속화를 위한 ‘리파워EU(REPower EU)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22% 였던 에너지 최종 소비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2030년까지 42.5%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국가별로 보면 독일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가 전체 전력생산의 80%를 담당하게 할 계획이다. 영국은 2030년까지 해상풍력 50GW 전력망을 육상으로 연결하고 송전망 확충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노르웨이는 2050년까지 북해 발전량을 300~400GW로 확대하고, 전력 시장에 160억~200억 유로(약 25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아일랜드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용량을 7GW로, 2050년까지 24GW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스웨덴은 향후 20년간 전력 생산량을 지금보다 2배로 확대하기로 하고, 원전 10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덴마크는 2030년까지 육상 풍력과 태양광의 발전량을 4배 확대한다는 방안을 세워놓고 있다.

유럽 각국에는 투자되는 금액은 총 6,000억 유로(약 750조원). 그렇지만 유럽산 대형 변압기 생산 물량이 부족하고 공급망 문제로 현재 기본 납기가 3년에 이를 정도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부족하다. 당연히 국내 전력설비업계에 기회가 되고 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들이 발전기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미국, 자국 전력설비 공급에 애로…국내 업계에 ‘기회의 땅’

미국도 송·배전 설비의 노후화와 전력인프라 교체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현재 미국이 사용하는 대형 변압기의 70% 이상은 교체 주기를 넘겼다. 여기에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최근 올해 341기가와트(GW)로 추정되는 신재생 발전 설비용량 목표를 2030년 729GW까지 대폭 늘린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IIJA),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향후 증가하는 전력 수요 대비와 친환경 전력으로의 전환을 위해 2030년까지 전용 예산 약 1,930억 달러의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그러나 자국내 전력설비 공급에 애를 먹고 있다. ▲숙련공 확보 문제 ▲전기강판 및 핵심자재 수급 문제 ▲높은 인건비 등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입 물량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중동, 원유와 가스에서 탈피해 신재생에너지 적극 추진

중동 지역 국가들도 신재생에너지 발전 및 공급 목표를 늘리고 있다.

네옴시티와 키디야 등 대형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신재생에너지 공급목표를 올해 27.3GW에서 2030년 58.7GW로 늘리기로 했다.

쿠웨이트는 2035년까지 10개 신도시를 건설할 예정인데, 여기에 필요한 전력 확보를 위해 발전용량을 올해 18.8GW에서 2035년 32GW로 늘릴 방침이다.

이라크는 2026년까지 발전용량을 37GW로 늘리는데, 15%는 신재생에너지가 담당하게 할 계획이다. 카카르는 넷제로를 위한 신재생에너지 전력망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아랍에미리트는 ‘에너지전략 2050(UAE 에너지원 중 신재생 44% 달성 목표)’을 야심차게 발표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전력 변압기. 사진=연합뉴스(HD현대일렉트릭 제공)

일진전기·HD현대일렉트릭 등 투자계획 발표…2027년 이후 물량 수주 중

국내 전력설비 기업들은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고자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일진전기의 경우 지난 9월 682억원의 시설 투자를 발표했다. 일진전기에 따르면 이 투자로 늘어난 생산 증가 물량은 기존 대비 65% 수준이다. HD현대일렉트릭도 지난 10월 452억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른 매출 증가 효과는 연간 2,200억원 규모다. 효성중공업도 정확한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최근 3분기 IR 자료에서 사업장 증설 계획에 대해서 명기했다.
전력설비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으로 대부분 전력설기 회사들이 2026년까지 생산할 수 있는 초고압 변압기 수주를 마쳤으며, 장기공급 계약이라는 형태로 2027년 이후 생산 물량을 수주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