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핑크, 반ESG 공화당 대선 후보들에 '발끈'..."이념적 의제 강요한 적 없다"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회서 핑크와 블랙록 ESG 활동 비난 핑크, 링크드인에 “어리석은 거짓 정보”라고 반박 "블랙록의 유일한 의제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 제공"

2023-12-12     이진원 기자
2023년 4월 14일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미국의 경제방송 CNBC와 인터뷰하고 있는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

[ESG경제=이진원 기자] 참다 참다 더 이상 못 참아서 그랬던 것일까?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화당의 자신과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를 겨냥한 공격에 공개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6일(현지시간) 열린 제4차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블랙록이 미국에 이념적 의제(ideological agenda)를 강요하고 있고, 에너지 기업의 석유 생산을 막고 있다"고 반ESG 본색을 드러내자 핑크가 발끈하며 공개 반박에 나선 것.

핑크는 자신의 링크드인에 “왜 지금이 정치적으로 어리석은 계절이라고 불리는지 이제 알겠다”며 ”일부 후보가 블랙록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피노키오(라는 소리)를 몇 개 더 얻었다"고 꼬집었다.

블랙록이 이념적 의제를 따르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핑크는 ”우리가 가진 유일한 의제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 제공“이라고 반박했다. 핑크의 링크드인 팔로워 수는 12일 100만 명을 돌파했다.

핑크와 블랙록 동시 공격

로이터와 ESG 투데이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토론회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들은 블랙록뿐 아니라 핑크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기업가 출신인 비벡 라마스와미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핑크의 지지를 받았다는 점을 대놓고 비판하는 등 블랙록과 핑크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토론 후반부에 심지어 “엑슨모빌과 셰브론 등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주주인 블랙록의 눈치를 보느라 석유 시추를 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블랙록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화당 의원들의 비난에 시달려 왔다. 지난 몇 년 동안 공화당은 ESG에 대한 반대 수위를 높여왔다.

ESG 경영이 부상하고 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길 바라는 요구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기후변화, 인종 차별, 환경 오염, 사회 정의 문제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하자 전통적으로 친(親)기업 성향이 짙은 공화당은 이를 두고 ‘오크 자본주의(woke capitalism·깨어있는 척하는 자본주의)’라며 비난을 퍼부은 것이다.

기업들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부르짖으며 ‘깨어있는 유사 정부’ 행세를 하고 있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공화당은 심지어 ESG 운동을 사법부가 아닌 기업을 통해서 ‘좌파적 이념’을 퍼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ESG 경영을 강조해온 핑크와 블랙록은 공화당 의원들의 반ESG 운동의 한가운데서 단골 공격 대상이 됐다.

그러자 핑크는 6월 ESG라는 용어가 ‘무기화(weaponized)’되고 “극좌파와 극우파에 의해 오용되고 있다”며 블랙록의 ESG 활동과 상관없이 "더 이상 ESG란 용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핑크, 적극적으로 반박해도 이어지는 비판 

다른 한편에서 핑크는 공화당의 주장에 대한 반박에도 적극 나섰다. 그는 올해 초 한 인터뷰에서 블랙록이 에너지 기업 투자를 보이콧한다는 공화당의 주장에 대해 “블랙록은 실제로 세계 최대의 수소산업 투자자 중 하나이며, 탈탄소화를 위해 주요 에너지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핑크는 이번 토론회가 끝난 뒤에도 링크드인에 “블랙록 고객들은 미국 에너지 기업에 1700억 달러(약 223조 원) 이상을 투자했으며, 지난달에는 미국 최대 에너지 기업 중 한 곳과 신기술 개발을 위한 합작 투자를 발표했다"고 언급하며 라마스와미의 주장에 반박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역시 ”블랙록이 경제력을 이용해 미국에 좌파적 의제를 강요하려는 깨어있는 기업 집단의 일원“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반ESG적 견해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드산티스는 지난해 플로리다주 연기금 펀드매니저들이 투자 과정에 ESG 요소를 반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최근에는 블랙록으로부터 20억 달러(약 2.6조 원)를 회수하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반ESG 활동에 나서는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심지어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국가적 차원에서 이러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토론회에서 ”다음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사무실에 가서 ESG를 끝장낼 수 있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