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수의 에코인사이드] 온실가스 감축 미룰 핑계가 사라졌다

COP28 탈화석연료 전환 합의 주목해야 미적거리는 한국에 국제사회 시선은 싸늘

2023-12-18     ESG경제
기후 활동가들이 지난 12일(현지시간) COP28이 열린 UAE 두바이에서 화석연료 사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강찬수 ESG경제 칼럼니스트· 환경전문기자]

2023년 계묘년(癸卯年)이 저물고 있다. 호남지방 봄 가뭄과 새만금 잼버리의 폭염,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부른 폭우, 온탕과 냉탕을 오간 가을 기온으로 기억될 한 해다. 전 지구적으로도 올해는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전망이다. 영국 기상청은 지구 평균기온이 내년에는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사회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1.5℃’를 기후위기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다. 인류는 안전선을 벗어나고 있다.

화석연료 투자는 비즈니스 위험

지난 13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막을 내린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에너지 시스템을 화석연료로부터 전환하기로 합의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 때문이다. 기후변화협약 회의에서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나, 화석연료를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못 박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합의는 화석연료에 계속 투자하면 기후 위험 외에도 심각한 비즈니스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확실한 신호를 투자자에게 제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 들어서는 석탄화력발전소는 자칫 좌초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을 선언했다고 당장 위기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9월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은 ‘지구적 이행점검 기술 보고서’를 통해 2030년에는 2019년 탄소 배출량의 43%를, 2035년에는 60%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 2025년 이전에 배출 정점에 도달한 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세계 각국은 이번 회의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2배로 높이기로 했다. 아울러 굴뚝으로 나오는 탄소를 포집해서 활용하거나 저장하는 기술(CCUS) 개발이나 원전을 확대하는 일도 서두르기로 했다. 할 일이 태산이다.

한국 노력에 국제사회 시선은 싸늘

한국 정부가 2021년 유엔에 제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하는 것이다. 국가 전체 배출량은 2018~2022년 사이 10%가량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과 경기 침체 등의 영향도 있지만, 정부나 기업 등이 나름 노력한 덕분이다. 그래도 남은 7년 동안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산업계를 중심으로 목표가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온다.

하지만 유엔 보고서가 제시한 지구 전체의 평균적인 감축 ‘목표치’ (2019~2030년 43% 감축)보다 낮은 상황에서 국내 감축 목표를 수정해 낮춰잡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더 강한 목표를 제시하지는 못할망정 더 느슨한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용인되지 않는다.

한국은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에서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6위이며,  역사적 누적 배출량에서도 1960년 이후 16위로 손꼽히는 나라다.

지금도 국제사회의 시선이 싸늘하다. 최근 국제 기후변화 정책 분석 전문기관인 저먼워치 등이 67위까지 발표한 주요국 기후변화 대응지수(CCPI) 평가에서 64위를 차지했다. 산유국인 UAE와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세 나라를 빼면 사실상 꼴찌를 차지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서는 국제사회에서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 피해갈 수 없는 길이다. 최선이 답이다.

온실가스 감축에 단방약은 없다

이번 COP28의 가장 큰 의미는 더는 온실가스 감축을 미룰 핑계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미국이 중국을 물고 늘어졌던 것처럼 과거 선진국은 개도국 핑계를 댔다. 2015년 개도국도 참여하는 파리 기후협정 체결로 더는 개도국 핑계를 댈 수 없게 됐다.

이번에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에 합의함으로써 보상을 받게 된 개도국도 더는 온실가스 감축을 미룰 핑계가 사라졌다. 에너지 시스템을 전환하기로 한 만큼 화석연료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온실가스 감축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영국은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68%를 줄이기로 했는데, 현재 45% 이상 줄였다. 55%를 줄이기로 한 유럽연합 27개국도 30%를 줄였다. 거북이걸음이지만 진전은 있다.

국내 기업도 수출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100% 충당하는 RE100에도 가입해야 하고,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탄소 국경조정제도(CBAM)에도 대비해야 한다.

정부도 탄소포집·저장·활용(CCUS)이나 소형 모듈 원전(SMR)만 믿고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미루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아직 기술이 떨어지고, 탄소를 포집해도 당장 국내외에서 묻을 곳을 찾기 어려우며, 비용도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SMR을 개발해도 대량 생산하지 않는다면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설치 장소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수도권 전력 수요가 많다고 서울 한복판에 과연 SMR을 설치할 수 있을까.

온실가스 감축에 단방약(單方藥)은 없다. 어려운 과제를 한 가지 처방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환경훼손만 적다면 해상풍력이든, 호수의 수상 태양광이든, 농지의 영농형 태양광이든 다 동원해야 한다. 그리고 하루라도 일찍 서둘러야 한다. COP28이 던진 메시지다.

                         강찬수 ESG경제 칼럼니스트ㆍ환경전문기자

#강찬수는 1993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생물생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4년부터 중앙일보에서 30년 동안 환경전문기자와 논설위원으로 일하며 환경, 기상, 과학 분야 기사를 6,700여 건을 썼다. 최근에는 녹조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녹조의 번성-남세균 탓인가, 사람 잘못인가』란 책을 발간했다. 이에 앞서 『사람과 물』,『에코사전 - 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환경 교과서』 등을 저술하기도 했다. 산림청 자문위원, 환경신데믹연구소장 부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한국기후변화학회에서 수여하는 기후변화 언론인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