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사업자 고정가격 입찰 기피...해상풍력 입찰은 급증

태양광 사업자 현물 시장으로 몰려 직접 PPA 수요 증가도 태양광 사업자 입찰 기피 요인 산업부, 태양광 사업자 입찰 참여 유도 위해 입찰시기, 입찰물량, 입찰참여 인센티브 조정 대규모 투자 필요한 해상풍력 사업자 자금조달 위해 안정적 수익 보장 받는 고정가격 입찰 선호

2023-12-21     이신형 기자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해남 ‘솔라시도’ 태양광 단지. 사진=연합뉴스

[ESG경제=이신형기자] 올해 실시된 재생에너지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결과 해상풍력발전 사업자의 입찰은 급증한 반면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입찰 참여는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 부족으로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격이 상승하고 LNG 가격 상승으로 계통한계가격(SMP)도 상승해 태양광 발전사업자가 고정가격 입찰에 참여할 유인이 줄었기 때문이다. SMP는 발전회사가 생산한 전력을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가격으로 전력도매가격으로도 불린다. 주로 LNG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반면에 보통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한 해상풍력 발전 사업자는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면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전력 가격을 보장 받을 필요가 있어 고정가격 입찰 참여도가 높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생에너지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제도는 경쟁입찰을 통해 500MW 이상의 발전사업자가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공급하도록 하는 RPS 제도의 일부로 도입됐다.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RPS 이행 의무가 있는 발전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20년간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가격과 전력 가격을 합한 고정가격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제도다. 당초 태양광 발전을 대상으로 도입됐으나, 지난해부터 풍력발전까지 확대됐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태양광 및 풍력발전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결과 태양광 60MW(175개), 해상풍력 1,431MW(5개), 육상풍력 152MW(4개)가 낙찰됐다.

태양광은 1000MW를 공고했으나 입찰물량이 66MW에 그쳤다. 육상풍력은 400MW 공고에 379MW의 입찰이 이루어졌고 해상풍력은 1,500MW 공고에 2,067MW의 입찰이 이루어졌다.

산업부는 풍력입찰의 경우 2030년 풍력발전 보급목표(19.3GW)를 고려해 공고량을 크게 확대하고, 육상, 해상풍력을 분리해 입찰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특히 “해상풍력의 낙찰량은 지난해 99MW(1개 사업) 대비 14배 이상으로 확대되는 등 향후 보급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린피스의 신지윤 전문위원은 “정부의 해상풍력 육성 의지는 분명하고 (입찰이) 늘어난 부분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어떻게 공급망을 구축하고 유지할 건가 이런 숙제가 있고 (오래 걸리는) 인허가 간소화, 풍력법 제정 등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양광 사업자 입찰이 부진한 이유

RPS 의무공급자가 의무 공급량을 채우는 방법은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갖춰 발전하거나 ▲REC 매입 ▲재생에너지 고정가격계약 세 가지다.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SMP 현물시장에서 전력을 판매하고 별도로 REC도 판매할 수 있다. REC는 재생에너지 발전 인증을 받은 후 발급 받을 수 있다. 

본래 REC는 RPS 의무공급자만 구매했으나, 최근 RE100 가입 기업도 많이 구매하고 있다. 새로운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오르고 있다.

기후솔루션의 최재빈 재생에너지 담당 연구원은 “작년부터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정부가 재생에너지 설비를 많이 늘려 REC 수요 증가에 대비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현물시장 상황도 태양광 사업자의 고정가격 입찰로부터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LNG 가격 상승으로 SMP 가격이 올라 장기고정계약의 이점이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최근 RE100 기업들의 직접 PPA 수요가 늘어난 것도 태양광 사업자의 입찰 참여가 저조한 요인이 되고 있다. 직접 PPA 제도는 전기 사용자가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장기 계약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업자로부터 직접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제도다. PPA 계약을 체결하려면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는 1MW, 전기사용자의 수요는 300KW를 초과해야 한다. 계약 기간은 보통 15~20년이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비싼 가격이 발목을 잡았으나, 최근 전기요금이 오르면서 RE100 기업들의 직접 PPA 계약 체결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SK그룹, LG이노텍,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가 잇따라 직접 PPA 계약을 체결했다.

최 연구원은 “태양광 발전사업의 경우 고정가격 입찰이 힘을 잃고 있다”며 “SMP와 REC 가격 상승으로 고정가격 계약이 메리트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 고정가격 입찰제도는 가격 안정을 이끌기 위한 목적도 있는데 정부가 수요 예측을 못해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해상풍력은 정부가 보급을 늘리겠다는 의지와 신호를 보냈고 보급 확대를 위한 사회적 대화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풍력법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지만, 앞으로 계속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 등 사업자들이 해상풍력 사업의 가능성을 보고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부도 태양광 사업자의 입찰 참여 부진에 대해 최 연구원과 유사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산업부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현물시장 가격 안정화 조치와 함꼐, 현물시장과 경쟁입찰 시장간 수요-공급-가격 요인을 점검해 입찰시기, 입찰물량, 입찰참여 인센티브 등을 조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