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탄소배출량” 주의보...기업 기후공시 '꼼수' 꼼꼼히 살펴야
MSCI, 2024년 트렌드로 지적...기업 탄소배출량 합작법인 등으로 이전 매각 계획 사업부문 배출량 제외하거나 특수목적회사 통한 자금조달 등도
[ESG경제=이신형기자] 저탄소 전환이 기업 경영의 주요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에서 꼼수를 부리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어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플레이션에 따라 저탄소 전환 비용이 늘자 전환 속도를 조절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소홀히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에 대한 비판이 두려워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과장해 공시하려는 유혹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시장 벤치마크 지수 제공 업체이자 ESG 평가기관인 MSCI는 22일 내놓은 ‘2024년 주목할 지속가능성 및 기후 트렌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MSCI는 “기업들이 특정 화석 연료 자산에 대한 투자를 유지하면서 비판을 의식해 온실가스 배출을 모기업 배출량에 포함시키지 않는 행위가 늘어날 수 있다"며 “2024년을 맞이해 전환 계획과 회계의 차이를 식별할 수 있도록 (공시의) 내용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MSCI는 이런 배출량 감축을 과장한 공시에 의해 증발한 배출량을 “버려진 배출량(orphaned emissions)”이라고 표현하고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실제 사례를 제시했다.
∙지배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자산(기업)이나 계열사의 배출량 누락. 에너지 탐사 분야에서는 합작법인으로의 이전이 흔하게 나타난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자산을 새로 설립한 합작법인으로 이전하거나 분사. 이전된 자산의 순이익은 계속 모기업의 순이익에 포함시킨다.
∙매각을 계획한 사업 부문의 배출량 제외
∙지역 기반 배출량 공시에서 시장 기반 배출량 공시로 전환. 지역 기반 공시는 전력 소비가 일어나는 지역의 평균 전력계통 배출량 집약도를 반영하고 시장 기반 공시는 기업의 에너지 구매 행태와 에너지 구매 계약을 반영한다. 이런 기준 변경은 기업의 연간 배출량 비교를 어렵게 한다.
∙특정 화석연료 프로젝트와 관련된 자금 조달을 피하고 낮은 탄소발자국을 공시한 특수목적회사(SPV)를 통한 자금 조달
MSCI는 기업의 이런 꼼수가 탄소배출량 계산과 기업의 연간 배출량 비교, 기업 간 배출량 비교를 어렵게 한다며 자체 조사 결과 4개의 상장 유틸리티 기업이 이런 방식으로 “자사 탄소발자국의 17~95%를 공시에서 제외시켰다”고 밝혔다.
MSCI는 이런 공시의 회색지대가 규제당국에 의해 정리될 것으로 보이나, 현재로서는 투자자들이 이런 “버려진 배출량”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