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신년사 키워드는 “상생·사회공헌”

2024년 4대 금융지주 순익 17조 달할 것으로 전망 '이자 장사', '돈 잔치'... 국민 부정적 인식 고려한 듯

2024-01-03     박가영 기자
사진=연합뉴스

[ESG경제=박가영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 소속 은행들이 갑진년(甲辰年) 신년사에서 고객을 위한 경영의 중요성과 상생·사회공헌을 강조하고 나섰다. 과거 '리딩 뱅크' 등을 표방하며 공격적인 영업 확대를 화두로 던지던 것과 사뭇 비교된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2일 신년사에서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는 것처럼 금융 역시 고객의 신뢰 없이는 살 수 없다”며 “고객의 신뢰를 높여가는 것이 은행 경영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고객의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는 금융 플랫폼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며 “비금융 플랫폼과의 제휴, 연계를 통해 임베디드 금융 시장을 선점하고 금융·생활 플랫폼 생태계를 완성하고 고객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며 상생을 강조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신년사도 유사한 기조로 흘러갔다.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 신한의 최우선 가치인 ‘고객’에 더욱 집중해야 할 때”라며 “고객몰입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이 타 업종과의 극적인 연결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하고, 비즈니스의 영역을 넓혀 나가자"고 제언하며 강조했다.

함영주 하나금융회장은 ‘이자 장사’ 등 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진 것에 대해 은행들이 지나온 성장 전략을 돌아봐야 한다며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진심이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 역시 ”상생금융과 사회공헌, 그리고 ESG 경영을 지속해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시중은행 창구 사진=연합뉴스 

4대 금융지주가 신년사에서 '고객'과 '상생'을 강조한 것은 고금리 시기에 '이자 장사'로 은행들이 너무 큰 수익을 남긴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지주들의 수익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24년 연간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17조 231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순익 추정치(16조 5510억 원)보다 4.1% 늘어난 수치다.

올해 기준금리가 인하된다면 은행의 이자 이익이 크게 증가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전체적으로는 성장세를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은 ’2024 Outlook’ 보고서를 통해 “최근 은행의 센티먼트가 좋지 않지만, 이는 결국 지나갈 것이다”라며 “은행의 '24년 실적은 무난할 것이다. 증익이 계속될 것이며 주주환원 확대 기조도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비우호적인 여론이나 규제리스크가 은행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지만 총선 이후에는 비난 여론이 일부 완화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지주들은 긍정적인 전망 속에 더욱 깊어질 은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려하며 몸을 낮추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