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60년 오너경영 막내려...사모펀드 한앤컴퍼니 입성

대법원, 한앤컴퍼니에 52.63% 지분 양도 판결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 “소액주주 지분 공개매수 해야”

2024-01-04     박가영 기자
남양유업 사진=연합뉴스

[ESG경제=박가영 기자]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가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일가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 양도 상고심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로써 남양유업의 경영권은 한앤컴퍼니로 넘어가게 되었으며, 2년에 걸친 경영권 법적 분쟁이 마무리됐다. 

4일 오전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남양유업 홍 회장과 가족들이 한앤코에게 계약대로 주식을 양도해야 한다며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홍 회장 일가는 자신들이 보유한 남양유업 주식 37만8천938주를 한앤코에 넘겨야 한다. 보유 주식의 합계 지분율은 52.63%이며, 지분 인수 작업이 마무리 되면 한앤코가 남양유업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1964년 고(故) 홍두영 창업주가 남양유업을 창업한 이후 60년만에 오너경영이 막을 내린 것이다. 한앤코는 대법원의 판결 이후 곧바로 남양유업의 인수 절차에 들어갔다. 

다만 한앤코와 홍 회장 측 사이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 법적 분쟁이 완전히 마무리 된 것은 아니라 남양유업이 정상화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지난 2021년 5월 자신과 가족들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을 한앤코에 양도한다는 주식매매계약(SPA) 맺은 바 있다. 남양은 2021년 4월 자사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 19를 억제한다고 허위 발표했는데,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홍 회장이 사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한앤코와 지분 양도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넉달 뒤인 당해 9월, 홍 회장 측은 “한앤코가 자신을 고문으로 위촉해 보수를 지급하고 부부를 임원진으로 예우하기로 한 약속을 어겼다”며 한앤코와의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양측 모두의 대리인으로 나온 점도 문제 삼았다.

한앤코 측은 “홍 회장 측에서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 모두 한앤코 측의 손을 들어 양측이 체결한 계약의 효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한앤코 측의 ‘예우’ 발언 등이 자세하고 구속력있는 확약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홍 회장 측이 불복했는데, 이날 대법원이 원심의 판결을 확정한 것이다.

긴 시간 오너리스크 시달린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될까

남양유업은 2021년 ‘불가리스’ 발효유에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가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 조치됐다. 사진=연합뉴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물품 강매 및 갑질 사건·여성차별 의혹 등으로 이미지가 추락하며 전국적인 소비자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이후에도 홍 회장의 경쟁업체 비방 댓글 지시 논란이나 창업주의 외손녀인 황하나 씨의 마약 투약 사건 등 오너리스크가 끊이지 않았다.  

2021년에는 육아휴직·인사평가·채용 등에서 여성을 차별한 사실이 밝혀지며 고용부의 특별감독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경영상 악재가 생길 때마다 불매운동이 이어지며 대리점주와 협력사, 주주들도 지속적인 피해를 입었다.

남양은 2020년 매출이 1조 원 이하로 떨어진 이후 지금까지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2022년의 영업손실은 무려 868억 원이었다. 부채는 2022년 기준 1643억 원이었다.

이러한 남양유업의 사례는 오너 리스크로 인해 기업이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기업가치가 추락했다는 ESG(환경, 사회책임, 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한앤코는 홍 회장 일가를 상대로 2022년 제기한 50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는 한편 경영 정상화 작업에 착수한다. 그동안의 사건들로 인해 훼손된 기업의 이미지를 회복하는데에 힘쓸 전망이다. 한앤코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며 조속히 주식매매계약이 이행돼 남양유업의 임직원들과 경영개선을 위해 힘쓰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앤코가 기존의 남양유업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하겠다고 밝힌 만큼 인수 이후에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행동주의 펀드, "공개매수 통해 소액주주 권리 보호해야"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로고 

남양유업 지분의 3%를 소유한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운용 역시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남양유업의 새로운 지배주주가 된 한앤컴퍼니를 환영하며, 조속하게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해주길 기대한다”며 “한앤컴퍼니가 지배주주 지분 양수도 가격과 같은 주당 82만 원에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공개 매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권 변동이 이루어질 때 일반 소액주주들에게도 지배주주와 같은 가격에 지분을 매도할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영국·독일·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는 인수 기업이 기업 인수를 위해 일정 비율 이상의 피인수기업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 잔여지분의 전부 또는 일정 비율 이상을 의무적으로 공개매수하도록 하고 있다.

차파트너스는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심혜섭 법률사무소 대표를 새로운 감사임원으로 내세웠으며 찬성 12만 표, 반대 4만 표로 선임된 바 있다. 당시 차파트너스는 "정기주주총회 제6호 의안이었던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은 특별관계인인 홍원식 회장의 위법한 의결권 행사로 가결됐다"고 전했다. 

차파트너스는 이달 2일 홍 회장 및 이사들의 퇴직금 및 보수 지급 유지를 재청구했다. 홍 회장의 퇴직금은 약 170억 원 가량인데, 차파트너스 측에서 “임원진 퇴직금 규정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적법한 결의가 있었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