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타트업, 배터리 대체할 '실내 태양전지' 개발

실내 조명서 나오는 빛으로 무한 전력 공급 리모컨과 마우스 등 소형 전자기기에 적합 CES24에서 태양광 신기술 직접 선보여

2024-01-09     이진원 기자
미국 스타트업 앰비언트 포토닉스가 개발한 실내 조명에서 에너지를 얻는 태양전지 모습. 사진=앰비언트 포토닉스 홈페이지 캡처 

[ESG경제=이진원 기자] “배터리의 수명은 다했다.” 아마존이 투자한 미국의 스타트업이 최근 TV 리모컨이나 무선 키보드 같은 소형 가정용 전자기기의 동력원인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첨단 태양전지를 개발했다며 이와 같이 주장했다.

이 태양전지는 실내 조명만으로 기존 기술을 썼을 때보다 3배나 더 많은 전력을 일정하게 공급할 수 있어 실제로 상용화되면 수십억 개의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PV 매거진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되는 이 태양전지를 개발한 주인공은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앰비언트 포토닉스(Ambient Photonics, 이하 '앰비언트')라는 스타트업으로, 설립 초기 아마존의 기후 서약 기금(Climate Pledge Fund)과 주요 벤처 캐피털 회사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기술적 도약 이룬 태양전지 

태양광은 이미 계산기와 같은 저전력 전자제품에 수십 년 동안 사용되어 왔지만 지금까지 에너지 집약적인 기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하지만 앰비언트에 따르면 이 회사가 이번에 새로 개발한 태양전지로 구동되는 전자제품은 어떤 실내 조명에서도 계속 작동이 가능하다.

또한 태양전지가 훨씬 더 무겁고 두껍고 낭비가 많은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는 제조업체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더 세련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앰비언트의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베이트 마샬은 “오늘날의 커넥티드 전자제품은 지속적인 전력을 필요로 하는데, 이는 일회용이나 충전식 배터리에서 나오는 경우가 너무 많다”면서 “태양광 발전은 오랫동안 계산기나 장난감과 같은 특정 저전력 전자제품의 옵션이었지만, 앰비언트 포토닉스는 획기적인 과학 기술을 통해 대중적 전자제품을 위한 고성능 태양전지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보통 실리콘으로 제조되는 기존의 태양전지는 비현실적으로 밝은 조건이 필요한 반면 앰비언트가 개발한 태양전지는 실제 저(低)조도 상황에 맞게 제작됐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이 전지는 혁신적인 새로운 분자와 제조 공정을 통해 만들어져 실내외 주변광을 활용해 전원을 무한대로 생성한다.

리모컨과 키보드 및 마우스 등에 제격

이 최신 태양전지는 상용화 준비를 끝마친 상태다. 회사 측은 상용화 초기에는 빛으로 작동하는 리모컨, 키보드 및 컴퓨터 마우스 같은 소형 전자기기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앰비언트는 이미 가장 낮은 조도 조건에서 다른 실내 태양광 솔루션보다 최대 3배 더 많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독보적인 염료 감응형 태양전지(DSSC)를 개발한 상태다.

DSSC는 기존의 실리콘 웨이퍼 기판을 이용하는 반도체 태양전지와는 달리 유기염료와 나노기술을 이용해 햇빛을 전기로 바꿔주는 3세대 태양전지를 말한다.

이 회사는 현재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24에서 자사의 태양광 기술을 직접 선보이고 있다.

유니버설 일렉트로닉스, 치코니, 이잉크를 비롯한 유수의 전자제품 제조업체들이 최신 설계에 앰비언트의 태양전지를 채택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새로운 에너지의 미래 포토닉스 

앰비언트처럼 빛과 관계된 사항을 다루는 과학 기술을 포토닉스(photonics)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포토닉스가 전자 업계를 보다 효율적이고 빠르며 지속 가능한 미래로 이끌고 있다고 보고 있다. 포토닉스가 에너지 소비에서 데이터 전송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걸쳐 심오하고 다방면으로 미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포토닉스의 핵심은 광자(빛 입자)를 사용해 전자제품에서 전자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전자에서 광자로의 전환은 데이터 전송 속도와 에너지 효율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된다. 에너지 절약과 효율적인 통신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 시대에 포토닉스가 기존의 전자 기술이 따라올 수 없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진보의 신호탄으로 간주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9일 개막된 CES 24에 참가한 기업 중 포토닉스를 활용하는 기업으로는 앰비언트 외에도 스위스 스타트업 슬럭스(Slux)도 있다. 이 회사는 빛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신기술인 라이파이(Li-Fi)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혼잡한 무선 주파수 스펙트럼을 사용하는 와이파이(Wi-Fi)와 달리 라이파이는 더 빠르고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인터넷 정보기술 매체인 지디넷은 “앰비언트와 슬럭스가 CES 2024에서 선보이고 있는 것과 같은 포토닉스 기술의 영향력은 잠재적으로 엄청날 것”이라며 “이들이 이끄는 변화는 소비자에게는 더 빠른 인터넷, 더 오래가는 디바이스, 더 친환경적인 생활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또 기업 입장에서도 이러한 신기술을 사용하면 비용을 절감하고 환경 피해를 줄이며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