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기후테크 혁신 사례 4가지

테크노피디아, 기후테크 4대 혁신 사례 소개 SAF, 전고체 배터리, 스마트 농업, AI 꼽혀 국내 기업들도 기후테크 혁신에 잰걸음

2024-01-12     이진원 기자

[ESG경제=이진원 기자] ‘기후테크’는 기후와 기술을 뜻하는 영어 단어 climate과 technology를 합쳐 만든 단어로, 온실가스와 오염물질 배출 감축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혁신 기술을 의미한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기후테크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기업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정보 저장소인 테크노피디아(Technopedia)가 지난 12개월 동안 기후테크 분야에서 등장한 혁신적인 기술 사례 네 가지를 소개했다.

이 네 가지 사례를 통해 기후테크가 기후변화를 막는 데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알아본다.

지속가능 항공연료(SAF)

항공 산업은 운송 관련 탄소 배출량의 13.9%를 차지하기 때문에 항공기의 지속가능성을 개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한 한 가지 방법은 지속가능 항공연료(SAF)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다.

SAF는 쉽게 말해 기존의 석유 항공유를 대체하는 바이오 연료로 생산한 항공유를 말한다. 주로 동식물성 기름이나 폐식용유, 해조류, 사탕수수, 바이오매스 등을 활용해 생산하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SAF는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을 80%까지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SAF는 이미 몇 년 전에 등장했지만, 일반 항공유 대비 가격이 약 두 배나 비싸 사용이 보편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다 마침내 작년 12월에 버진애틀랜틱항공(Virgin Atlantic)이 런던 히드로공항에서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까지 100% SAF만을 이용한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하면서 SAF의 범용화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2023년 11월 28일(현지시간) 100% 지속가능 항공연료(SAF)를 사용한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 항공기가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을 출발한 뒤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테크노피디아가 4대 기후테크 혁신 중 하나로 꼽은 이 사례는 세계 최초의 SAF만을 이용한 국제 비행에 해당한다.

사실 2050년까지 항공업계가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SAF로의 전환이 핵심이라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메타(Metta) 주요 고객 책임자인 매트 브릭스는 버진애틀랜틱항공의 비행과 관련해 테크노피디아에 “항공업계 이해관계자들의 태도에 중요한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중대한 사례”라면서 “SAF를 사용해 비행기에 동력을 공급하는 것이 향후 몇 년 동안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실행 가능한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SAF 보급이 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제조 단가를 낮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즉, 생산 규모 확대가 필수적이다. 브릭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SAF가 전 세계에서 판매된 항공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 정도에 불과하다.

2.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테크노피디아가 뽑은 두 번째 기후테크 혁신인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의 전해질이 고체로 된 2차전지다.

에너지 밀도가 높으며 대용량 구현이 가능할 뿐 아니라 전해질이 불연성 고체이기 때문에 발화 가능성이 낮아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로 꼽힌다. 이처럼 화재 위험성을 낮춰주면서 전기차 주행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려줘 ‘꿈의 배터리’로도 불린다.

국내 기업들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3일 신년사를 통해 “최근 신설한 전고체 배터리(ASB) 사업화 추진팀을 중심으로 미래 배터리 시장의 게임체인저인 전고체 배터리의 사업화를 본격 추진해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가 2023년 9월 5일부터 10일 사이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 부스에 전시한 전고체 배터리 샘플. 사진=연합

전고차 배터리 관련 특허를 다수 확보한 현대자동차그룹은 2030년부터 자사 제품에 전고체 배터리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렉트릭 카 가이드’의 존 엘모어 편집장은 테크노피디아에 지난해 전고체 배터리의 등장을 “전기차의 저장과 효율을 변화시킬 엄청난 발전”으로 평하면서 “전고체 배터리의 발전이 주행거리 불안, 충전 인프라 부족, 안전 문제, 환경 영향을 둘러싼 전기차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에 가까워짐에 따라 전기자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3. 스마트 농업

스마트 농업(smart farming)은 말 그대로 수확하는 농작물의 질과 양을 개선을 위해 현대 기술을 접목한 농업을 말한다.

오늘날 기후변화로 인한 날씨 예측의 어려움, 자원 부족, 전 세계적인 식량 수요 증가, 환경 영향 최소화 필요성 등 전통적인 농업 관행이 직면한 과제는 무수히 많아 스마트 농업 기술이 이에 대한 유망한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스마트 농업은 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IoT) 기기, 자동화의 힘을 활용해 농부나 정원사가 농작물과 가축 관리에 대한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고, 자원 사용을 최적화하며, 변화하는 환경 조건에 적응할 수 있게 해준다.

이 기술은 생산성과 작물 수확량을 향상시키고,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고, 화학물질 사용을 줄이며, 토양의 건강을 보존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농업 관행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테크노피디아가 주목한 건 독일의 농업 기술 스타트업인 네리떼(Nerit'e)다. 농부들이 토양 영양분을 추적하여 비료 사용량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농장의 지속 가능성을 개선할 수 있는 스마트 농업 솔루션을 개발한 회사다.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도 스마트 농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농기계 제조사인 대동은 스마트팜 관련 △농작물 재배 준비 △ 파종·생육 △수확·유통 등 농업 전주기 솔루션을 제공하는 미래농업(Smart Farming)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사업 전략을 추진 중이다.

또 그린플러스는 국내 최초로 ‘첨단 수직 농장’ 사업을 시작했고, 무인으로 무빙 배드 시스템을 적용해 온실에서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린플러스는 대형 첨단 온실 시공이 가능한 국네 1위 스마트 농업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4일(현지시간)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열린 국제원예박람회를 방문해 한국형 야외 정원과 스마트 농업 전시관으로 구성된 한국관 개관식에 참석해 스마트 농업 수출기업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그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스마트 농업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카타르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1월 24일(현지시간) 도하 알 비다 공원에서 열린 도하 국제원예박람회 한국관 개관식을 찾아 한국형 스마트농업 전시관에서 이병학 농심 대표(왼쪽 두번째)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

4. AI의 힘

테크노피디아는 지난해 AI가 기후테크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며, 이런 역할을 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지속가능한 생산을 위한 스타트업 우분투(Ubuntoo)를 들었다.

우분투는 지난해 11월 기업 운영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AI 기반 플랫폼을 출시했다.

‘친환경 챗GPT’로 포지셔닝된 이 솔루션은 이미 코카콜라, 타깃, 서브웨이 등과 같은 기업에서 ESG 전략의 일부로 사용하고 있다.

이 솔루션은 플라스틱 사용량 감소, 재활용, 식품, 공급망 효율성 개선,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등과 같은 주제를 다룬다.

사진=우분트 홈페이지서 홍보자료 갈무리

우분투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쉘스트라테는 테크노피디아에 “AI 기술은 첨단 과학의 고도로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활용할 수 있으며, 이러한 지식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래에는 AI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AI 기술과 조화를 이루는 기업과 정부가 환경 목표를 가장 멀리 달성할 수 있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