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퍼니, ‘남양유업 인수’ 남는 장사일까

주당 82만원에 달하는 3107억원에 매수... 새경영진 꾸려 이미지 쇄신할 듯 일각서 ‘헐값 인수’ 분석... ESG경영 등진 대표적 기업사례로 꼽혀

2021-05-28     조윤성 선임에디터
남양유업 로고

[ESG경제=조윤성 선임에디터] 남양유업의 최대주주인 홍원식 회장과 일가족 2인이 보유한 경영권 지분 52.63%를 한앤컴퍼니가 운용하는 사모펀드가 인수키로 했다. 거래대금은 주당 82만원에 해당하는 3107억원이다. 

28일 투자업계(IB)에 따르면 부진한 실적이나 최근 주가와 비교하여 매각가격이 상당히 높다는 지적과 함께 자산 등을 고려하면 비교적 헐값에 매각됐다는 분석으로 나눠진다.

남양유업을 둘러싸고 발생한 여러 논란들이 지분매각이라는 초강수를 통해 일단락되는 국면을 맞이했다. 

그동안 남양유업은 2013년 초 대리점에 물건을 강매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경영진들은 급기야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하게 됐다. 이 사건으로 인해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시작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몇년 뒤에는 창업주의 외손녀인 황하나 사건까지 불거지면서 남양유업의 이미지는 끝이 없는 추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최근에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발효유에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가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 조치됐다. 사진=아이뉴스

이러한 추락은 부진한 실적으로 증명됐다. 2012년 1조3650억원에 달하던 매출과 637억원 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9489억원으로 꼬꾸라지고 771억원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주가도 2013년 초 118만원에 달했으나 최근엔 40만원대까지로 추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홍원식 회장이 사과를 발표하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한 '불가리스 코로나 치료효과' 논란이 불거졌다. 회사가 나서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2개월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리면서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빠져들게 됐다. 

홍원식 회장은 사과 발표를 하면서 회사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것이 최종적으로는 한앤컴퍼니로 매각되는 결과를 낳게 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코로나19 억제 효과 ‘불가리스 사태’ 대국민 사과. 사진=뉴스웨이 이수길 기자

잘못된 사회적책임, ESG경영 무시한 사례

오너일가의 잘못된 지배구조로 인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는 커녕 갑질의 대명사로 떠올라 지속적인 이슈를 발생시켰다는 면에서 냠양유업은 ESG(환경, 사회책임, 지배구조)의 중요성을 가장 잘 나타내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남양유업과는 달리 경쟁사였던 매일유업이 ESG에 적극 대응하면서 긍정적인 기업이미지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매출과 이익을 극대화시켰다는 점에서 보면 사태해결자로 나선 한앤컴퍼니의 역할이 예고된 수순 아니었겠냐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제대로 된 경영진을 투입하고 ESG시각에서 경영을 하면 분명 되살아날 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사모펀드가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 사모펀드의 사업본질이 '문제해결사(Ploblem Solver)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남양유업의 매각은 쉽게 해답을 돌출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남양유업의 매각가는 매각을 발표한 지난 27일의 종가기준으로는 87%, 수개월 동안의 평균주가를 기준으로는 100%를 뛰어넘는 프리미엄을 지불한 것으로 관측된다.

일반적인 M&A에서는 주식시세에 더해 경영원에 대한 프리미엄이 지불되는데 회사의 장기적인 기업가치 상승 가능성에 대한 매수인과 매도인의 판단에 따라 합의되기 마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높은 프리미엄과는 달리 남양유업이 새로운 경영진 진용을 짜서 정상화되면 창출할수 있을 것으로 추산되는 감가상각전 영업이익(EBITDA)과 8000억원 이상의 막대한 현금성 자산, 신규공장 설비, 영업조직, 제품력 등을 감안하면 최소 1조원이 적당하다는 게 투자업계(IB)의 반응이다.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 사진=한앤컴퍼니

한앤컴퍼니, 집행임원제도 도입으로 책임경영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에 강도 높은 경영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다. 2013년 적자였던 웅진식품을 인수해 매각한 경험을 기반으로 쇄신한다. 대한한공 기내식기판사업, 한라비스테온공조, SK해운, 케이카 인수 후 체질 개선을 성공한 노하우를 발휘할 전망이다.

한앤컴퍼니는 국내 최초로 투자회사에 도입한 집행임원제도를 남양유업에 적용한다. 집행임원제도는 의사결정과 감독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전문 업무 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제도다. 이사회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집행부 책임경영을 높일 수 있다.

앞서 한앤컴퍼니는 웅진식품을 1200억원에 인수해서 5년 만에 두배 가량으로 매각한 전례가 있다. 이에 남양유업도 턴어라운드 시점에서는 최소 두배 이상의 차익을 남기는 딜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손종원 한국ESG평가원 대표는 “갑질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남양유업이 경영진 일선 퇴진에 이어 사모펀드에 매각이라는 극단적 해결책으로 일단락되게 됐다”며 “남양유업이야 말로 ESG경영이 왜 필요한지를 극명하게 알려주는 기업사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