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트라이언 파트너스, 이사회 자리 놓고 주총서 정면 대결

주주 의결권 위임 요청하는 위임장 확보전 시작 펠츠 트라이언 CEO, "디즈니 지배구조 반드시 개선해야"

2024-01-19     박가영 기자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 AP=연합

[ESG경제=박가영 기자] 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월트 디즈니사와 넬슨 펠츠가 이끄는 행동주의 펀드 트라이언 파트너스가  디즈니의 이사 자리를 두고 정기주주총회에서 정면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에 따르면 디즈니 측은 1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예비 위임장 서류를 통해 행동주의 펀드 측이 지명한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18일 트라이언측도 예비 위임장을 제출하며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는 위임장 확보전에 돌입했다.

디즈니 vs 행동주의 펀드 두 번째 대결

행동주의 펀드 트라이언 파트너스는 지난해 1월에도 디즈니를 상대로 주총에서 표대결을 예고했었다. 당시 요구는 이사회 자리와 비용 절감이었다. 트라이언은 2월 디즈니가 대규모 정리해고 및 비용 절감 계획을 내놓자 주장을 철회했다.

트라이언은 이후 몇 달 동안 약 9억 달러(약 1조 2천억 원)를 들여 디즈니 주식 940만 주를 추가 매입했으며, 현재 3230만 주 가량(지분 약 1.8%)을 보유하고 있다. 디즈니 이사회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다.

디즈니의 OTT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는 2019년 개시 이후 3년간 10조 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 영화의 흥행 실패, 디즈니 플러스의 수익성 악화 등으로 지난해 8월에는 디즈니의 주가가 82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9년만에 최저가를 갱신하기도 했다.

트라이언은 디즈니의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에 대해 문제 제기를 계속해 왔다. 이 펀드는 디즈니플러스로 발생한 손실과 2019년 있었던 21세기 폭스 인수 건 등으로 주주가치가 심하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트라이언은 지난해 10월부터 더욱 적극적으로 디즈니에 사외이사 자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 12월 디즈니 이사회의 사외이사 후보로 트라이언 CEO 넬슨 펠츠와 전 디즈니 CFO였던 제이 라술로를 지명했다.

그러나 디즈니는 지난 11일 이런 요구를 거부하고 마크 파커 전 나이키 CEO를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임명했다. 이후 주총 의결권 확보를 위한 위임장 확보 대결이 이어졌다. 디즈니 측은 16일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는 예비 위임장 신고서를 SEC에 제출했다. 

디즈니의 아이거 CEO는 이 회사가 “전례 없는 변화”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디즈니가 운영 방식을 효율적으로 바꾸며 약 75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쟁점이 되고 있는 ESPN(디즈니 산하의 스포츠 미디어 업체), 디즈니 플러스의 수익성 악화, 기존 영화 산업의 쇠퇴, 코로나로 인한 테마파크 디즈니랜드의 실적 부진 등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주들에게 “우리는 이미 이 네 가지 분야에서 상당한 개선을 이뤄내고 있다”며 “주총에서 12명의 디즈니 측 후보들을 지지하되 행동주의 투자자 그룹인 트라이언과 블랙웰스 측의 후보를 거부해달라”며 촉구했다. 

트라이언 측에서도 18일 증권 당국에 예비 위임장을 제출하며 디즈니 이사회에 펠츠와 라슬로 전 CFO를 합류시킬 것을 요구했다. 

펠츠는 “디즈니의 현 이사회는 끔찍하며, 대다수의 주주들은 이들이 절대로 디즈니에 혁신을 가져올 수 없을 거라 믿을 것”이라며 “디즈니를 회복시키는 것은 책임을 다하는 이사회로부터 시작된다. 지배 구조개선은 디즈니를 고치는데 필요한 유일한 약이며, 주주들을 위한 회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한 트라이언 측은 "디즈니의 수익성을 2027년까지 넷플릭스와 비슷한 수준인 15%~2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며 ”경영진의 보수를 그들의 성과와 연동해 지급할 것이다“고 밝혔다. 지난해 디즈니의 수익성이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밥 아이거 CEO는 급여 865,385달러와 주식 1,610만 달러, 옵션 1,000만 달러까지 총 3,160만 달러(약 422억 8천만 원)를 보수로 가져갔다. 

주총 표대결 주목

디즈니는 지난 3일 트라이언 파트너스에 대항하기 위해 다른 행동주의 펀드인 밸류액트 캐피털 등과 협력하기로 한 바 있다. 디즈니는 이날 밸류액트 캐피털과 정보 공유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연례 주주총회에서 벌어질 트리이언파트너스와의 표 대결을 앞두고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전략을 짜기 시작한 것이다.

별도의 합의가 없이 주주총회 표 대결에 들어간다면 디즈니 입장에서는 밸류액트 캐피털과 블랙웰 등의 다른 펀드의 지원 매우 중요해진다. 밸류액트 캐피털은 월가에서도 온건한 행동주의 펀드로 꼽힌다.

지난해 디즈니의 연례 주총은 3월 9일에 개최됐다. 올해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