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휩쓴 트럼프...탈탄소전환 영향에 CEO들 촉각
블룸버그,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당선 가능성 주요 관심사 CNBC, "미국 기업인 다른 나라 보다 트럼프 당선 걱정 적어"
[ESG경제=이신형기자] 미국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세계의 탈탄소 전환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가도가 주요 관심사였다.
블룸버그뉴스는 19일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과 함께 더 심해질 기상이변에 대한 우려가 다보스포럼에서 기후변화 대응 논의를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아랍에미레이트에서 열린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당사국들이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에 합의하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됐으나, 주요 기업의 CEO들은 미국과 멕시코·인도네시아 등의 정권 교체 가능성이 신속한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정책적 동력을 약화시키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콜럼비아대학 글로벌 에너지정책센터의 제이슨 보르도프 센터장은 블룸버그에 “2024년은 기후행동에서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며 “연말까지 COP29에서 산유국이 (탈탄소전환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고 (미국 등의) 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에 따라 기후 협력이 깨질지 그렇지 않을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는 최근 열린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 선거에서 승리한 정치 지도자들이 기후행동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기후행동에 앞장섰던 영국이 최근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서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올해 11월 아제르바이젠, 내년 브라질에서 열리는 2차례의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기후행동을 놓고 분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지난해 탈탄소전환에 대한 저항에도 전 세계 청정에너지 투자는 1조7000억달러(약 2279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화석연료 투자액 1조1000억원을 큰 폭으로 추월했다.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중국도 적극적으로 태양광과 전기차 보급에 나서고 있다.
클라이밋 테크(Climate Tech VC)에 따르면 지난해 청정기술 벤처캐피탈 투자액은 약 30% 감소했으나, 실제로는 나쁘지 않은 수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임팩트 파트너스(Energy Impact Partners)의 한스 코블러 설립자는 “2021년과 2022년 (기대가 너무 커) 지나치게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다”며 “이제 현실로 돌아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기업인들 우려 의외로 적어
CNBC는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일부 미국 기업 CEO들은 다른 나라 CEO들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명 미국 기업인은 CNBC에 외국 기업인들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 중 일부는 미국 정치의 견계와 균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인들이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얼마나 취약한지 이해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우리에게도 사법체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회가 분열될 것으로 보이고 조심해야 하는 건 맞지만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미국 은행 CEO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위협에 대한 언론의 과장된 보도에 불편함을 드러내며 그가 “짖기만 할뿐 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며 “그의 정책 중 많은 게 옳았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트럼프의 승리를 예견하지느 않았으나 이와 유사한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 CNBC 방송에 출연해 “한 걸음 물러나 솔직하게 말하면 나토와 이민정책에서 그(트럼프)는 어느 정도 옳았고 경제를 꽤 성장시켰으며, 조세개혁도 작동했다”며 “중국(에 관한 정책)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옳았다”고 말했다. 그는 “멕시코 관련 정책에 대해 좋아하지 않지만, 핵심적인 정책에서 그(트럼프)가 틀리지 않았기에 유권자들이 그에게 투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이먼 CEO는 트럼프의 당선이 종말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생각을 드러내면서 일각에서 트럼프의 당선이 미국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바이든이 재선되든, 트럼프가 당선되든 미국이 살아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두 가지 가능성을 다 준비하고 양측에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 우리 회사는 살아남아 번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글로벌 사모펀드의 파트너는 트럼프가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2021년 6월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에 우려하지 않는 미국 CEO들의 태도에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했던 한 전직 관료는 과거에 트럼프의 유익하지 않은 충동을 억제했던 다수의 인사들이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이번에는 그와 함께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이번에 트럼프가 당선되면 우려할 이유가 더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