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좁다...가열되는 우주 태양광발전 경쟁

항우연, 세계 최장 우주 무선전력전송 성공 NASA, 우주 태양광발전 2050년경 상용화 전망 비용 효율성 등 기술적 문제 극복 필요 우주 선진국들, 우주 태양광 발전 연구에 속도

2024-01-24     이진원 기자
국제우주정거장에서  태양 전지판(가운데)이 펼쳐진 모습이 담긴 2021년 6월 20일 NASA 비디오에서 가져온 이미지.  사진=AP

[ESG경제=이진원 기자] 선진국들 사이에서 우주에 띄운 태양광 패널을 이용해 만든 전기를 지구로 보내는 '우주 태양광발전' 개발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 기술은 전 세계를 화석연료로부터 해방시켜 줄 가장 미래 지향적인 신기술 중 하나로 평가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 태양광발전이 이르면 2050년경에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아직은 비용 효율성 등 여러 가지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이에 따라 각국이 이런 과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느냐에 따라서 우주 태양광발전의 승자가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주 태양광발전은 우주 공간에 쏘아 올린 인공위성에 태양광발전용 패널을 달아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이다. 생산된 전기는 전파의 일종인 마이크로파로 변환해 무선으로 지상에 내려보낸다. 이를 지상에 설치된 접시 모양의 안테나가 받아 다시 전기로 바꾸는 식이다.

다만 태양에너지는 우주에서 1㎡당 1360W에 달하지만, 대기 중 반사와 더불어 구름과 먼지 등 장애 요인이 있어 지상에서 1㎡에 도달하는 에너지는 300W를 넘지 않는다.

항우연, 세계 최장거리 우주 무선전력전송 시험에 성공

얼마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연구팀이 세계 최장거리 우주 무선전력전송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지상에서 약 1.81㎞ 떨어진 비행체로 무선으로 전력을 보내는 데 성공하며 종전 최장인 NASA의 1.5㎞ 기록을 뛰어넘은 것이다.

22일 발표에 따르면 항우연은 한국전기연구원과 함께 지난해 11월 21일 '에어로스탯'을 이용해 우주 무선전력전송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에어로스탯은 가스의 부력을 사용해 뜨는 비행체로, 여기에 전력을 수신할 안테나와 발광다이오드(LED)를 달았다. 전력은 경기 여주에 구축된 국내 최대 규모 우주 안테나인 'KDSA'가 송신했다. KDSA는 무선으로 2㎾를 에어로스탯에 달린 안테나에 보낸 것이다.

심우주안테나 KDSA가 보낸 전기를 수신하는 에어로스탯.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유튜브 갈무리 

박종덕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안테나에서 무선으로 신호를 보낼 때 수신기에서 전기가 어느 정도 만들어지는지 확인하는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일주일 뒤인 11월 28일에는 55m 고가사다리를 이용해 지상에서 지상으로 전력을 보낼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항우연 발표 직전인 18일에는 인공위성에서 지구로 태양에너지를 전송하는 세계 최초의 테스트가 1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일명 ‘우주 태양광 발전 시연기(SSPD-1)’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미래에 태양에너지를 수확해 상업적 규모로 지구로 무선 전송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 1월 3일에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의 과학자들 주도로 착수됐다.

이 프로젝트는 자선사업가인 도널드 브렌과 그의 아내 브리짓 브렌으로부터 1억 달러(약 1340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추진됐다. 

지상 태양광발전 대비 다양한 장점 가진 우주 태양광발전

우주 선진국들이 우주 기반 태양광발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것이 지구에서는 누릴 수 없는 가진 많은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우주에는 구름이 없고, 일부 위치에서는 밤도 없다. 통신이나 기상 위성 등 많은 위성이 사용하는 궤도인 정지 궤도(geostationary obit)에 설치한 태양 전지판은 연중무휴로 태양에너지를 수집해 새와 비행기에 피해를 주지 않을 만큼 약한 마이크로파를 지구로 보낼 수 있다.

우주라서 공간상 제약이 없기 때문에 궤도상 구조물을 몇 G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원자력이나 석탄 화력 발전소의 생산량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다만 태양광발전을 위해선 수천 톤의 물질을 궤도로 들어 올려놓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과학 전문지인 사이언스에 따르면 NASA는 1970년대에 태양광발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태양광 패널 설치를 위한 우주왕복선 발사와 우주비행사 모집과 훈련 등에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하지만 자동화된 우주왕복선 조립 기술의 발전과 태양광 패널 및 로켓 발사 비용의 급격한 하락으로 인해 각국 정부와 우주 기관은 태양광발전 가능성을 다시 타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NASA는 조종 가능한 거울을 사용해 빛을 태양전지에 집중시켜 얻은 에너지를 마이크로파로 변환해 지구로 송신하는 방식과 여러 개의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해 한쪽에는 태양전지를, 다른 한쪽에는 마이크로파 송신기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2GW 궤도 발전소의 전기 수명 주기 비용을 조사했다.

NASA, 태양광발전에 대한 ‘비관적’ 보고서 발표...높은 비용 문제 거론

NASA는 월초 이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더 유연하게 조종이 가능한 거울 시스템은 99%의 시간 동안 전력을 방출할 수 있는 반면, 샌드위치 패널 시스템을 태양을 계속 향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60%의 시간 동안만 전력을 방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거울 방식이 더 비용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NASA는 이 경우에도 5900톤의 물체를 궤도에 올려야 하고 2300회 이상의 로켓 발사가 필요해 2KW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총 2,760억 달러(약 368조 원) 중 71%를 발사 비용이 차지한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전력 생산에 드는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높지만 그중 발사 비용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NASA는 비용 효율성 문제로 우주 태양광발전에 대해 일단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우주 전문 매체인 스페이스뉴스에 따르면 NASA 최고기술책임자실 과학 기술 파트너십 포럼 책임자인 에리카 로저스가 보고서를 발표한 AIAA 과학 기술 포럼 컨퍼런스 프레젠테이션에서 “우리는 이러한 우주 기반 태양광발전 설계가 비싸다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지상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때보다 아직 12~80배 더 비싸다”고 말했다.

사이언스는 NASA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100% 재사용 가능한 대형 로켓인 스타십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로켓으로 불리는 스타십은 작년 4월과 11월 1~2차 시험 발사를 모두 실패했지만, 실패 원인을 극복하면 한 번에 최대 150톤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11월 18일 멕시코 타마울리파스주 마타모로스에서 바라본 스페이스X의 스타십 대형 로켓이 이륙하는 모습. 이 스타십 2차 시험 발사는 로켓이 이륙한 지 4분 만에 폭발하며 실패로 끝났다. EPA=연합 

스페이스X가 개발한 부분 재사용이 가능한 팰컨9 로켓은 2010년 첫선을 보인 이후 이미 발사 사업에 혁명을 일으켜 탑재량 1kg당 7000달러(약 934만 원)에 달하던 발사 비용을 절반도 안 되는 3000달러 이하로 낮췄다.

우주 산업 컨설팅 회사인 아스트랄리티컬의 로라 포치크는 “스타십이 가동되면 모든 것이 다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타십 3차 발사는 이르면 이달 중에 실시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측은 공식적인 발사 날짜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한국 포함 우주 선진국들 우주 태양광발전에 집중 투자

NASA는 이처럼 비용 효율성 문제를 거론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우주 태양광발전을 추진 중이다. 

또 항우연이 이번에 공개한 성과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한국을 포함해 다른 국가들 역시 이에 대한 연구에 오히려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에 미국 공군 연구소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각각 궤도에 떠있는 우주선에서 지상으로 마이크로파를 발사하는 기술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유럽우주국(ESA)도 우주 태양광발전이 가능한 기술 방식을 연구하고 있으며 기술 개발을 위해 회원국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NASA가 10일 발표한 보고서에 담긴 비용이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보고 있다. 우주 태양광발전을 옹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NASA의 보고서에 대한 비판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영국 정부와 산업계가 자금을 지원하는 개발 회사인 스페이스 솔라(Space Solar)의 공동 CEO인 마틴 솔타우는 사이언스지에 “NASA가 잘못됐거나 엄청나게 보수적인 가정을 근거로 태양광발전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면서 “NASA가 많은 사람들이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발사 비용을 포함해 좀 더 장밋빛 가정을 해주면 이 기술이 갑자기 지상 기반 재생 에너지와 경쟁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