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 올린 현대차와 기아, 주주환원책 엇갈린 행보

기아,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로 주가 상승 현대차, 자사주 매입 없어...주가 흐름 답답 주주환원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열쇠

2024-01-29     박가영 기자
서울 양재동의 현대기아차 사옥. 사진=연합뉴스

[ESG경제=박가영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해 사상 최고의 영업실적을 기록했으나, 양사의 주가는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동생인 기아의 주가가 뜀박질하며 3년 최고가인 10만원 선을 넘보는데 반해, 형님 현대차는 상대적으로 답답한 횡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선 주주환원정책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리며 삼성전자를 따돌리고 국내 상장사 중 영업이익 1위 기업에 올랐다. 현대차의 2023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62조6636억 원과 15조1269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14.4%와 54.0% 각각 증가한 수치다.

기아 역시 전에 없던 영업실적을 냈다. 기아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99조 8084억 원, 영업이익 11조 6079억 원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2조 4658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기아, 5000억원 자사주 매입해 전량 소각하기로

기아는 지난 25일 공시를 통해 중장기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한편, 매입분의 소각비율을 100%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반기에 50%를 소각한 뒤 3분기 누계 기준 재무목표를 달성할 경우 4분기 내 50%를 추가 소각할 계획이다. 주주환원율 목표는 31%다. 1주당 현금배당은 5600원으로, 시가 배당률은 6.4%나 된다.

유안타증권의 이현수 연구원은 이에 대해 “드러난 자신감과 확인된 주주환원정책”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EV(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와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회사 수익성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배당 및 주주환원정책을 확인시켰다는 것이다.

DS투자증권은 “기아의 4분기 잠정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5%가량 증가한 24조 3000억 원, 영업이익은 6% 감소한 2조 5000억 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으나 주주환원정책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며 투자자들의 박수를 받았다”고 진단했다.

그래프=네이버증권 

기아차 주가는 영업실적으로 발표한 25일 전일 종가 대비 5.50% 급등한 9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에도 상승흐름을 이어져 29일에는 5.83% 뛰어오른 9만9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10만원을 3년만에 터치하기도 했다. 기아의 PER(주가수익비율)은 3.78배,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74배다. 증시 애널리스트들이 여전히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분석하는 근거다.

현대차, 역대급 실적 발표에도 주가흐름은 '답답'

한편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의 경우 기아차와 다른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상대적으로 미흡한 주주환원정책으로 기아차보다 못한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실적을 발표한 25일 현대차의 주가는 2% 오른 18만 8700원에 종가를 형성했으나, 영업이익으로 판단한 시장의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프=네이버증권 

29일에는 4.43%가 상승한 19만 5600원에 거래를 마쳐 뒤늦게 분발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다. 현대차의 현재 PER은 3.99배, PBR은 0.51배다. 

유진투자증권의 이현수 CFA는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현대차의 주가가 실적에 호응하지 못한 이유로 꼽았다. 특히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게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고 판단했다. 유진투자증권은 “공격적인 주주환원 가이던스와 자사주매입을 통해 적극적으로 주가 부양의지를 나타낸 기아와 상반된 모습으로 비춰진 것” 이라고 설명했다.

김규식 기업거버넌스 포럼 전 대표는 ESG경제에 "주주환원율을 높이면 주가는 따라 올라가게 마련”이라며 “현재 대한민국 증시의 주주환원율은 선진국 평균인 70%에 한참 모자라는 26.7% 정도”라고 꼬집었다. 주주환원율을 높이는 게 코리안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는 첩경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