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경제성 확보 과제, SMR도 예외 없다
미 뉴스케일, 첫 번째 SMR 실증 사업 취소 사업비 늘어나면서 경제성 확보 힘들어져 기저전력 확보용으로 적절하다는 시각 여전 한국도 '28년까지 설계기술 확보 목표
[ESG경제=이신형기자] 소형모듈원자로(SMR)는 건설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가동 시간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 차세대 원전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SMR은 대형 원전이 극복하기 어려운 경제성 문제도 소형화를 통해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SMR 사업에서도 경제성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SMR 개발업체 중 유일하게 미국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은 뉴스케일사는 지난해 9월 유타주에서 추진하던 SMR 실증 사업을 취소했다. 사업비가 당초 예상보다 늘어나면서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뉴스는 지난달 31일 “SMR이 기후변화의 해결책일 될 수 있을까”라는 분석 기사에서 SMR의 “발전 원가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가장 앞선 SMR 기술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 뉴스케일은 당초 SMR로 생산한 전력을 1MW당 55달러에 판매할 계획이었으나, 사업비가 불어나 사업성을 확보하려면 전기 요금을 120달러까지 올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뉴스케일은 결국 직원의 4분의 1 이상을 해고하고 사업을 접어야 했다.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뉴스케일은 다른 실증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의 황주호 사장은 기존 원전은 인허가를 받은 후 완공까지 10~20년이 걸리지만 SMR은 2년 내 완공이 가능하다며 “SMR 시범사업이 좋은 성과를 내면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80개 모델의 SMR이 개발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2030년 이전 상용화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재생에너지 발전과의 가격 경쟁 불가피
대형 원전뿐 아니라 SMR도 재생에너지 발전과의 가격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블룸버그NEG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여러 지역에서 태양광과 풍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 요금이 1MW당 50달러를 하향돌파했고 2020년대말에는 1MW당 20달러 미만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지난 2020년 브리티시콜롬비아대학 교수들이 수행한 SMR의 전생애주기 경제성 평가에서 SMR의 전력 생산비용이 디젤보다 10배 이상 높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SMR을 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해 사용되는 대규모 에너지 저장장치의 대체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하면 경제성 평가에서 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IEA, SMR 적절한 사용처 찾아야
국제에너지기구(IEA)도 “SMR의 개발과 보급을 가속화하려면 개발자는 SMR 기술이 어느 곳에서 경제적인 저탄소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지 식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적절한 SMR의 사용처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IEA는 그러나 SMR이 대형원전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사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 민간 투자 유치가 보다 수월하고 대중의 원전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IEA는 또한 원전이 탄소중립 달성 과정에서 탈탄소 비용을 줄여주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IEA는 지난 2022년 내놓은 ‘원자력과 안전한 에너지전환((Nuclear Power and Secure Energy Transition)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세계가 에너지 위기를 맞은 가운데, 원전은 재생에너지가 지배할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안전한 전환을 돕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며 "원전을 유지하거나 확충하려는 나라는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한편, 원전을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설비와 통합한 전력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원전 없이 지속가능하고 청정한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더 어렵고 더 큰 리스크와 비용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IEA는 원전의 역할이 보조적인 수단으로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IEA는 ’2050 탄소중립을 향한 길‘이라는 스페셜 리포트에서 2020년부터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량이 두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원전 발전량이 이렇게 늘어도 전체 전력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재생에너지 전력의 비중은 2020년 29%에서 2030년 61%, 2050년에는 88%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나머지 12% 중 8%가 원자력 발전의 몫이다.
한국, ’28년까지 SMR 표준설계인가 획득 목표
정부는 지난해 7월 SMR 사업단을 결성하고 오는 2028년까지 6년간 3992억달러를 투입해 모듈당 170MW의 발전 능력을 보유한 SMR을 개발해 2028년까지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할 계획이다.
정부는 안정성과 경제성 향상을 위해 자동냉각과 자율운전, 내장형 제어봉구동장치, 무붕산 노심출력 제어 기술을 갖춘 SMR을 개발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수원과 한전기술, 한전연료, 한국원자력연구원이 SMR 기술 개발을 위한 40여개 세부 과제를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