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업들 주가 일제히 상승…주주환원책 기대 '솔솔'
이마트 2주 새 29% 급등...유통업계 주가 상승 이끌어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에 저평가 매력 가세 유통업계 주주환원책 확대 움직임...수익성 개선이 관건
[ESG경제=김연지 기자]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결하기 위해 이달 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한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꼽히는 유통기업들의 주가도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마트 주가는 종가 기준 8만 7400원으로 이틀새 12.3% 뛰었다. 2주 전과 비교하면 약 29% 급등한 수치다. 롯데쇼핑 주가는 닷새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달 26일 7만 3100원에서 지난 2일 8만 6200원까지 올랐다.
그럼에도 여전히 롯데쇼핑과 이마트, 현대백화점 등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0.4배 수준에 불과하다. PBR은 회사의 순자산가치를 주가가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PBR이 1배 미만인 것은 회사가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했을 때의 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의미로 유통기업의 주가가 그만큼 저평가돼있다는 의미다.
밸류업에 대한 높은 기대감과 저평가 매력
유통업계의 주가 상승 흐름에 대해 증권업계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에서 유통 기업들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 결과로 진단한다.
하나증권이 30일 발표한 <유통업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코멘트>에서 서현정 연구원은 “(한국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일본이 저PBR 기업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점에 주목하며, PBR 1배 이하 기업들 중심으로 기대감이 형성되었다”면서 유통 섹터 내에서도 PBR이 낮은 순서대로 주가 상승 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월 29일 기준 이마트 15%, 롯데쇼핑 9% 현대백화점 8% 현대홈쇼핑 7%, 신세계 5% 순으로 주가가 많이 올랐다.
서 연구원은 또한 “유통은 대부분 오프라인 판매 업체들이다 보니 유형자산 규모는 크지만, 구조적으로 밸류에이션 상단이 제한적인 산업인만큼 저평가 받아 왔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가계소비 여력이 축소됨에 따라 주가 낙폭도 컸다. 서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주가가 낮게 떨어져 있고,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유통) 섹터의 투자심리가 우려감에서 기대감으로 전환되며 저평가 매력이 좀 더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주환원책, 주가 상승세 계속 끌고 갈까
한편 서 연구원은 “주주환원 관점에서는 높은 현금창출능력을 기반으로 배당 확대 여력이 높은 현대홈쇼핑과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이 예상되는 현대백화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유통업계에선 당장 내놓을 수 있는 주가 제고 방안으로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이 거론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지주사 설립 과정에서 13개 상장사 재무 담당 임원들로 '그룹 가치 제고위원회'를 신설하고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지난해 12월 발행주식 총수의 4%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소각했고, 계열사 한섬이 이달 말 총 발행 주식의 5% 수준을 소각할 예정이다.
롯데쇼핑의 경우 지난해 9월 김상현 부회장이 직접 '최고경영자 기업 설명회의 날'(CEO IR DAY)을 통해 점진적인 배당 확대를 약속한 바 있다. 이마트는 2022년 1215억원 상당의 자사주 100만주를 매입했다. 지난해 2월에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연간 영업이익의 20%를 주주에게 환원하고 배당 수준을 3년마다 재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11월 공시를 통해 3년간 주주환원 재원을 별도 재무제표 기준 연간 영업이익의 10∼15%로 늘리고 최저 350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려면 근본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요구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지난 2일 발표한 <유통업에 봄이 올까?> 보고서에서 이진협 애널리스트는 “저PBR주에 대한 투자가 지속가능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ROE 개선의 첫걸음은 역시 본업의 수익성 개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