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은퇴설계] 외제차 모는데 기초연금 탄다고?

올해 선정기준 소득인정액 340만원으로 올리면서 고급차 배기량 기준 폐지해 빈곤 노인에 실질 도움되게 제도 개편해야

2024-02-14     서명수 기자
            사진=IBK기업은행 제공

서울 사당동에 사는 박 모(66)씨. 5년 전 은퇴 해 자녀 둘을 출가시키고 부인과 살고 있다. 노인일자리 70만원에 국민연금 90만원이 들어오고 자녀들이 보내주는 용돈 120만원도 있어 여유있는 생활이다. 아파트 현 시세는 15억원이고 외제차도 보유하고 있다.

박 씨는 얼마 전 비슷한 처지의 친구가 기초노령연금(기초연금)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자신은 저소득층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기초연금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은 만65세 이상인 국민에게 지급되는 일종의 노인수당이다. 전체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한다. 올해의 경우 노인 혼자 사는 단독가구는 최대 33만4810원, 부부가구는 최대 53만5680원을 받는다.

수급자가 보험료 일부를 부담하는 국민연금과는 다른, 노후 생활 안정을 지원하는 제도로 소득인정액이 일정 기준을 밑돌면 수급 자격이 생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선정기준액은 배우자가 없는 노인 단독가구를 기준으로 월 소득인정액 213만원으로 정해졌다. 부부가구 기준으로는 340만8000원이다.

소득인정액은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산해 구한다. 소득평가액은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연금소득을 포함하지만 용돈 등 부정기적 수입과 일용근로·공공일자리(노인 일자리 포함)·자활 근로소득은 제외하는데, 소득액에서 기본공제(올해의 경우 110만원)을 뺀 값에 0.7을 곱한 다음 연금 등 기타소득을 더해 산출한다.

재산의 소득환산액은 시가의 60%인 시가표준액을 구해 기본재산액을 공제(대도시 1억3500만원, 중소도시 8500만원, 농어촌 7250만원)한 다음 금융자산에서 2000만원 공제와 부채를 뺀 값에 소득환산율 연 4%를 곱해 구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재산의 소득환산 때 포함하던 고급 자동차의 배기량 기준(3000cc)을 없앴다. 외제차를 몰아도 다른 요건만 충족하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외제차 몰아도 기초연금 받을 수 있어

박 씨 부부의 경우 소득평가액은 90만원이고, 재산의 소득환산액은 230만원으로 소득인정액은 320만원이어서 기초연금 수급대상이 된다. 지난해의 소득인정액 기준이 320만 2000원이지만 박 씨네는 사는 아파트 시가표준액이 지금보다 높아 소득인정액이 340만원이었기 때문에 기초연금 자격에 미달했다.

기초연금은 저소득 노후생활자를 위한 제도라는 생각에 박 씨처럼 신청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신청하지 않으면 지급되지 않는다. 주민센터나 국민연금공단 지사가 신청 접수 창구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 도입된 기초연금은 2008년 1월에 시행된 기초노령연금을 확대 개편한 것인데, 당시 선정기준액은 월 소득인정액 40만원이었다. 이후 선정기준액은 계속 올랐다. 노인 단독가구의 경우 2010년 월 70만원, 2012년 월 78만원 등으로 상승하고, 기초노령연금에서 기초연금으로 전환된 2014년에는 월 87만원으로 뛰어오른 데 이어 이어 2016년 월 100만원에 이르렀다.

그후로도 2018년 월 131만원, 2020년 월 148만원, 2022년 월 180만원 등에 이어 2023년 202만원으로 월 200만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213만원이다. 월 40만원 이하여야만 받던 기초연금을 이제는 이보다 5.3배가 넘는 월 213만원 이하여도 받게 됐다는 말이다. 관련 예산은 6조9000억원에서 올해 24조4000억원으로 253.6% 증가했다. 재원은 전액 국가와 지자체가 부담한다.

이렇게 선정기준액이 급상승한 것은 전체 노인의 소득·재산 증가를 반영해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한다는 ‘목표 수급률’을 맞추고자 월 소득인정액을 산정하면서 각종 공제를 확대한 때문이다. 기초연금은 심각한 노인빈곤 문제를 완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지만, 수급 대상이 지나치게 넓고 빈곤 노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에는 금액이 적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고령인구의 70%가 지원 대상인데, 급여 수준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총 평균 소득의 8%”라며 “보다 선별적으로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납세자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으면서 저소득 고령층에게 더 높은 기초연금액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정부는 국민연금 개혁 논의 과정에서 기초연금 제도 개혁도 함께 검토할 계획이다.

[서명수 ESG경제 칼럼니스트]

                                      서명수 ESG경제 칼럼니스트

#서명수는 중앙일보에서 30년 넘게 금융·증권·재테크 분야를 취재ㆍ보도하고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한화증권에서 투자분석가로 일하기도 했다.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2012 행복설계리포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