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올해 세계 지속가능채권 발행액 1조 달러 전망

전환채권, 블루채권 등 새로운 채권 유형 확대될 것 지난해 GSSSB 국채 발행 50% 증가...올해도 성장 지속 중동과 아시아에서 지속가능채권 발행 증가 주도

2024-02-20     김연지 기자
사진=S&P 글로벌 레이팅 홈페이지

[ESG경제=김연지 기자] S&P 글로벌 레이팅(S&P Global Ratings)은 지난 13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녹색채권·사회적채권·지속가능 및 지속가능 연계 채권(Green, Social, Sustainable, and Sustainability-linked Bond, 이하 GSSSB)의 시장 규모가 올해 약 1조 달러(약 1337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시 경제 여건이 좋지 못하지만 기업에 대한 경영 투명성 제고 요구 증가, 신흥시장 성장, 환경 및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에 대한 수요 증가 등이 GSSSB 시장 성장을 이끌 것으로 진단했다. 

무디스 투자자 서비스(Moody's Investor Service)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녹색채권 발행이 5800억 달러(약 773조 원) 규모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S&P가 GSSSB 내 녹색채권의 비율을 59%로 예상한 점을 감안하면, 무디스와 S&P의 지속가능채권 발행 규모에 대한 예상치는 유사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전환채권, 블루채권 등 새로운 채권 유형 확대 전망

사진=S&P 글로벌 레이팅 홈페이지

S&P는 전체적인 발행 규모가 증가함에 더불어 지속가능채권 유형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친환경 프로젝트에 대한 수요 증가로 녹색채권이 여전히 주류를 이룰 전망이지만, 전환채권과 블루채권(Blue Bond)의 비중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환채권은 철강이나 운송, 항공, 시멘트, 에너지 등 저탄소 전환이 어려운 산업의 탈탄소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채권이다. 전환채권은 친환경 산업에만 투자하는 녹색채권과 구별된다. 다만 전환 채권 시장은 2019년 이후 누적 발행 규모가 150억 달러(약 20조 원)에 불과하며, 명확한 전환 채권 원칙도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싱가포르 금융통화감독원(MAS)이 전환 분류 체계법을 발표하고, 일본이 향후 10년 동안 20조엔(약 117조 9000억 원) 규모의 전환 채권을 발행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환채권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블루채권은 해양 보존과 지속 가능한 어업지원 등에 사용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되는 채권을 말한다. 2023년 12월 기준 블루채권은 총 68억 달러(약 9조 원) 규모로 발행됐으며, 이는 블루본드가 처음 발행된 해인 2019년 이후 전체 GSSSB 발행량의 0.2%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S&P는 향후 블루채권 발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대한 유엔의 분석에 따르면 95개 국가가 해양 생태계 보존 및 복원을 목표로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지중해와 접해 있는 비EU 국가의 해양 경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고안된 이니셔티브인 블루 지중해 파트너십(Blue Mediterranean Partnership)에 10억 유로 투자를 약속하고 2024년에 이 이니셔티브 이행을 약속하는 한편 ▲OECD가 2010년부터 2030년까지 블루 이코노미(blue Economy)가 두 배로 증가한 3조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서다. 

S&P는 보고서에서 “새로운 유형의 채권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기후 및 환경 목표 달성을 위한 이니셔티브에 자금 지원이 필요하지만, 녹색 채권 라벨 자격을 갖추지 못한 부문의 발행자에게 지속가능한 금융 시장 접근을 제공할 수 있는 전환 채권 시장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중동과 아시아 등 새로운 지속가능채권 시장 발전할 것

S&P는 또한 중동과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지속가능채권 시장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GSSSB 발행은 역사적으로 고소득 국가가 주도해 왔지만 2024년에는 다른 시장에서도 존재감이 커질 수 있다”며 중동과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태평양 시장의 성장을 점쳤다. 

실제로 북미지역의 GSSSB 발행은 지난 2년간 연속 감소한 한편, 중동과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각각 149%와 56% 발행이 증가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현재 GSSSB 발행의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역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비중 중 최고치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경우 사회적 채권 발행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 2023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사회적 채권 발행은 43% 증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회적 채권 발행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편, 지난해 발행자별 실적을 보면 국채발행이 50% 이상 증가했다. 2022년 24개국이 지속가능채권 시장에 참여했는데 2023년에는 35개국이 발행에 나섰다.  S&P는 새로운 발행국이 계속해서 시장에 진출하고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주요 발행자가 이미 상당한 규모의 발행을 약속함에 따라 올해가 GSSSB 국채 발행에서 또 다른 기록적인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S&P는 다만 “2024년의 성장이 2023년에 비해 완만한 수준일 것”이라며 “GSSSB 시장이 계속 성숙해짐에 따라 2024년은 전반적인 강력한 성장보다 지역적 균형이 이루어지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