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의료산업 탄소중립 행보 활기...제약사도 공급망 관리

의료·제약부문, 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5% 차지 영국 등 26개국 의료부문 넷제로 달성 목표 의약품 LCA 개발부터 공급망 관리까지 탈탄소화 노력 잇따라

2024-02-22     김연지 기자
사진=픽사베이

[ESG경제=김연지 기자] 세계의 의료·제약 산업 부문에서 탈탄소 전환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영국의 보건부 NHS England는 2045년까지 의료 부문의 넷제로 달성을 약속했고, 프랑스·호주·벨기에 등 약 26개 국가의 보건당국도 넷제로 달성 약속에 동참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의료·제약 부문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거의 5%를 차지하는 탄소 고배출 산업이며, 그 중 절반 이상이 미국·EU·중국에서 발생한다. 미국의 경우 의료 부문이 미국 전체 탄소 배출량의 8.5%를 차지할 정도다.

최근 심화된 기후위기는 그 자체로 의료 부문의 배출량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예컨대 지구 온난화는 뎅기열과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 개체수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기후위기로 늘어난 홍수와 가뭄은 영양실조를 촉발하며,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한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환자를 발생시키고 의료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탄소 배출량 역시 늘어나는 것이다. 

NHS, 8만개 공급업체에 넷제로 요구

NHS는 8만개의 공급업체에게 2045년 또는 그 이전까지 넷제로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2030년부터 더이상 해당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실제로 의료 부문의 탄소 발자국은 에너지, 농업, 제약, 운송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으며,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의료 종사자부터 운송 책임자까지 전과정에서 환경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NHS는 마취제 사용 중단부터 재사용 가능한 가운 및 수술복 사용, 의약품의 탄소 강도 감축, 쓰레기 감축, 의료진들의 사이클 통근 권장 등 모든 영역에서 탈탄소화에 접근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급망의 배출량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환경 영향 평가 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NHS는 영국의 SMI(지속 가능한 시장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설립된 보건 시스템 태스크포스(Health Systems Taskforce)와 협력하여 의약품의 수명주기 평가(LCA) 개발을 위한 부문별 표준과, 다양한 의료 전달 경로에서 배출의 주요 동인을 식별하는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임상시험의 탄소 배출을 정량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글로벌 제약사, 공급망 관리 나서 

제약사들은 제조 공급망 내 각 업체들의 배출량을 측정, 관리, 개선을 돕는 플랫폼 ‘Manufacture 2030’을 이용하기도 한다. 영국 제약사 GSK의 글로벌 공급 지속가능성 부문 수석 이사인 쥴리아 우사이(Giulia Usai)는 로이터에 "우리는 공급업체가 (배출량 감소를 위한)조치를 취하는 것을 원하지만, 끝없이 데이터를 제출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기를 원하진 않는다“며 공급업체는 지속가능성 전문부서가 없을 수 있기 때문에 플랫폼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GSK,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BMS(Bristol Myers Squibb),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  사노피(Sanofi) 등은 이 플랫폼을 통해 활성 의약품 성분(API)의 탄소 발자국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의약품의 주요 구성 요소인 API는 제조에 많은 열이 필요하고 화학적 구성 요소가 화석 연료에서 유래하기 때문에 자원 집약적인 성분이다. 

제약사들은 전세계 API의 주요 제조국인 인도와 중국 내 공급업체들의 탈탄소화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1월, 글로벌 제약기업 아스트라제네카, 론자(Lonza), 노바티스(Novartis), 노보 노르디스크(Novo Nordisk) 및 로슈(Roche)는 중국 4개 도시의 공급업체에 연간 200GWh의 재생 에너지를 공급하는 전력 구매 계약(PPA)에 합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