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CBAM, “세계 탄소감축 유발 효과 제한적일 것"

아시아개발은행, 대EU 아시아 수출 1.1% 감소 예상 탄소가격제 활성화에는 기여할 것으로 전망

2024-02-27     김현경 기자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 앞에 걸린 EU 깃발. 로이터-연합

[ESG경제=김현경 기자] 유럽연합이 추진 중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아시아 국가의 대EU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실질적인 탄소배출량 감축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오는 2026년부터격 시행될 EU의 CBAM은 EU 내에서 생산하는 제품과 수입제품 간의 탄소배출 비용 격차를 없애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탄소국경세’로도 불린다. EU는 산업부문의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해 관련 규제를 계속 강화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EU 기업들이 탄소 규제가 덜한 제3국으로 사업장을 이전하는 등 이른바 ‘탄소수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CBAM을 도입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6일, 글로벌 공급망 탈탄소화가 아시아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아시아개발은행은 EU 배출권거래제(ETS) 아래서 CBAM 도입 이전과 이후의 시나리오를 모두 분석한 결과, CBAM의 직접적인 배출 감소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CBAM 부과로 전 세계 대EU 수출 규모는 0.4% 줄어들고, 아시아 국가들의 대EU 수출 규모는 1.1%까지 감소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EU 내 일부 제조업체도 생산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닐 포스터-맥그래거 아시아개발은행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CBAM이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며 “현재 제도는 6개 산업 분야(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전기, 비료, 수소)에 한정된 데다 유럽으로 수출되는 제품에만 해당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산업 생산과 배출량 증가 추세를 볼 때 생산 기술의 근본적 혁신이 있지 않는 한 유럽 외 국가들이 모두 탄소세를 도입해도 배출을 줄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EU는 규제를 통해 2030년까지 축적할 것으로 예상되는 14억 유로(약 2조원) 규모 추가 세수를 개발도상국 탈탄소화를 위한 기후금융 재원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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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인도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이 CBAM 대상 산업 분야에서 생산 기술의 차이와 높은 석탄화력발전 의존도로 타 지역보다 탄소집약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따라서 수출품의 탄소 가격을 EU 수준에 맞추도록 강제하는 CBAM이 불공정한 무역장벽이라며 문제제기한 나라들도 적지 않다. 대부분 인도와 중국, 아프리카처럼 산업혁명 이후 유럽 국가와 미국에 비해 누적 배출량은 적지만, 지금은 공업화를 진행하면서 각 산업의 배출량이 많아 CBAM 도입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들이다. 

특히 EU의 주요 거래국이자 철강을 EU에 수출하는 인도는 CBAM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인도의 철강 산업은 타국에 비해 탄소집약도가 높아 EU CBAM에 따른 큰 위험에 처해 있다고 블룸버그가 지난 14일 보도했다. 

EU CBAM에 따른 수입품의 탄소 배출 비용은 EU와 수입 원산지 간의 탄소가격 차이가 클수록 커지게 된다. CBAM은 ‘CBAM 인증서’를 구매해 EU에 제출토록 하는 방식으로 수출품의 탄소가격을 부담하게 하는데, 이 CBAM 인증서 가격이 EU 배출권거래제(ETS)의 배출권 가격과 연동되기 때문이다.

한편, CBAM이 EU 외 국가의 탄소 감축 노력을 장려하고 기후 정책을 시행하도록 하는 긍정적 영향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CBAM 인증서 구매를 통한 탄소 배출 부담금은 원산지국에서 수출품의 탄소 가격을 이미 지불한 경우 차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CBAM 대응을 위해 EU 이외 나라들은 탄소 배출 규제와 배출권 거래제(ETS) 마련 등 자국내 관련 정책을 시행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인도는 이미 유럽에 수출하는 CBAM 적용 제품군에 대해 자체 탄소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며, 중국은 철강과 같이 EU CBAM이 적용되는 수출 품목을 배출권 거래제 적용 대상으로 확장하고 있다.

EU, 글로벌 탄소시장 활성화 위한 노력 강화 방침

한편 EU는 전 세계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비EU 국가들의 배출권 거래제(ETS) 개선에 도움을 주는 등 관련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봅커 훅스트라 EU 기후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14일 “EU ETS와 유사하거나 디자인이 약간 다른 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전 세계 국가들을 돕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것”이라 한 기후단체 행사에서 밝혔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6일, 2040 기후목표를 제시하며 탄소 가격 책정 및 탄소시장에 대한 전세계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