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버핏, 연례서한서 에너지 유틸리티 업계 투자 중단선언
버크셔 해서웨이 핵심 투자기업, 산불 합의금만 9800억원 미 전력회사 막대한 산불 피해금액 보상하느라 파산 위기 기후변화가 만든 대류성 폭풍과 고온, 건조 토양이 근본원인
[ESG경제=김연지 기자] 미국의 투자 대부인 워런 버핏이 에너지와 유틸리티(전력 생산·송전·배급 등 필수 기반 산업) 업계에 대한 투자 중단을 선언했다. 기후변화가 만든 산불이 미국 전력 산업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은 지난달 28일 자신이 CEO로 있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연례서한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한때 이 회사의 4대 거인으로 꼽혔던 에너지 사업부(BHE)는 지난해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인 자회사가 됐다.
버핏은 “한때 미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사업 중 하나로 간주됐던” 에너지 유틸리티 부문이 "수익성 제로 또는 파산의 유령"(spectre of zero profitability or even bankruptcy)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런 급작스러운 변화의 배경에는 ‘기후리스크’가 있다. 현재 미국 전역을 덮치고 있는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이 전선 접촉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로 기온이 상승하고 대기와 토양이 건조해진 상태에서 전선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산불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특히 BHE의 핵심 기업 퍼시피코프(Pacifi Corp)의 손실이 크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퍼시피코프는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유타 ▲와이오밍 ▲아이다호 등 미 서부 6개 주 200만 명에게 전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 6개 주에 지난해 발생한 산불 건수만 1만 건이 넘고, 그 중 퍼시피코프의 책임이 인정돼 이들이 물기로 한 합의금만 7억 3500억 달러(약 9800억 원)에 이른다.
합의금 이외에도 이 회사가 지난 3년간 산불 예방 및 완화에 쓴 비용만 6억 달러에 달한다. 화재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전선을 절연하고 일부 전선을 매설, 전선과 접촉할 수 있는 나무를 베어내는 등의 방식이다. 앞으로 더 많은 금액이 산불 방지에 쓰일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퍼시픽코프가 향후 3년간 산불 완화에만 약 11억 달러를 지출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 에너지 유틸리티 산업 전체가 존폐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 역시 전선 접촉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역의 전력 기업 하와이안 일렉트릭(Hawaiian Electric Industries)의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등급은 정크(투자부적격)등급으로 강등됐다. 책임이 인정될 경우 수십억 달러의 손해배상은 불가피하다.
최근 텍사스주에서 발생한 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산불 역시 엑셀에너지(Xcel Energy)에 대한 피해 소송으로 이어졌다. 엑셀에너지는 이미 2021년 1000채 넘는 주택을 전소시킨 콜로라도 주의 마샬화재의 발화 책임을 두고 소송 중에 있다. 캘리포니아 최대 유틸리티 기업인 퍼시픽 가스&일렉트릭(PG&E)은 ‘17년과 ’18년에 걸쳐 발생한 캘리포니아 대형 산불에 대한 책임으로 약 300억 달러에 달하는 보상금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받았으며, 2019년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버핏은 “다른 전력회사들도 PG&E, 하와이안 일렉트릭과 유사한 생존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며 “대류성 폭풍이 더 빈번해지면서 산불의 빈도와 강도는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2021년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미 서부 화재의 주요 원인을 ‘기후변화’로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NOAA에 따르면 미국 서부를 기준으로 연평균 기온 1℃가 상승할 시 연간 산불로 인한 연소 면적은 600% 증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