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국내 사외이사 '연봉 킹' 공시했다가 번복 소동
사외이사 1인당 연봉 2억 1500만원에서 4700만원으로 수정 투자자 의사결정 영향 주는 중요 정보 공시 소홀한 관리 드러나
[ESG경제=박가영 기자] 반도체 파운드리업체인 DB하이텍이 지난해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높은 사외이사 연봉을 지급한 것으로 공시했다가 12일 이를 오류라고 정정했다.
DB하이텍은 지난 8일 주주총회 안건과 관련해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바에 따르면 이 회사는 4명의 사외이사에게 지난해 1인당 평균 2억 1500만 원의 보수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전자가 공시한 사외이사 1인당 평균 연봉(2억 320만 원) 보다 1180만원(5.8%) 많은 금액이다.
DB하이텍은 2022년에는 사외이사에게 1인 평균 3950만 원의 연봉을 지급했는데, 1년 새 무려 5.5배나 사외이사 보수를 인상했다고 공시한 것. 이를 이상하게 여긴 ESG경제취재팀이 문의하자 12일 "사외이사 평균 보수에 대한 공시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며 "1인당 실제 지급 연봉은 4700만원이었다"고 정정 공시했다.
이에 대해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상장회사의 공시 내용은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들이 주식매매 등 주요 의사결정을 내릴 때 중요 잣대로 활용한다"며 "더구나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라가는 공시 내용을 허술하게 관리한 것은 실망스런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DB하이텍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 등 '6인 체제'다. 조기석 대표, 양승주 부사장으로 이루어진 2인의 사내이사와 김준동 법무법인 세종 고문,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배홍기 서현회계법인 대표, 정지연 경북대 생태환경대학 부학장으로 구성된 4인의 사외이사가 있다. 이 중 황철성 사외이사의 임기가 다음 달 만료된다.
사외이사 보수를 크게 올릴 특이한 이사회 활동은 보이지 않는다. DB하이텍은 지난해 9회의 이사회를 개최했는데,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사외이사는 없었다. 이사회와 경영위원회·지속가능경영위원회 등 위원회에 상정된 안건들은 100% 가결됐다.
DB하이텍은 올 주주총회에서서 이사회 정원을 4~8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을 추진 중이다. 회사 측은 정관 변경을 주총에 붙이며 "효율적 경영을 도모하기 위해 이사의 수를 조정한다"고 밝혔다.
DB하이텍은 이번에 황철성 사외이사를 재선임하고 이상기 DB하이텍 기술개발실장을 사내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했다. 두 사람의 선임안이 가결되면 이사회 멤버는 7명이 된다. 남은 한 자리를 놓고는 소액주주연대와 KCGI가 추천한 후보가 경합 중인데, 어떤 후보가 이사회에 합류하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편, DB하이텍의 실적 공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1578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633억 원으로 65.4% 급감했다. 최근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유독 부진한 실적을 보인 것이다.
DB하이텍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따른 전방산업 수요 부진으로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회복이 지연되면서 전년보다 실적이 하락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