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TNFD 자연자본 공시 가이드라인 연내 제시…국내 기준은 ISSB 기반으로
기업 자율적인 TNFD 권고안 기반 자연자본 공시 지원 자연자본 공시 용어집 발간, 공시 보고서 시범 사업도 실시
[ESG경제=이신형기자] 환경부는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이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의 자연자본 공시 권고안에 따라 공시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연내 공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상반기 중에 공식 용어집도 발간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실제로 TNFD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시 보고서를 작성하는 시범 사업도 실시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렇게 공시를 원하는 기업들이 우선 자율적으로 TNFD 기준에 따라 공시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추후 국내 자연자본 공시기준도 만들 계획이다.
국내 공시기준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자연자본 공시 기준이 만들어지면 이 기준을 기반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금융위원회가 결정하고 현재 ESG 공시기준 제정 작업을 벌이고 있는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자연자본 공시 기준도 만들 예정이다.
환경부와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들은 12일 ESG경제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국무회의를 열고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5개년 계획인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 전략’을 수립하고 자연자본 공시 지원 계획도 마련했다. 생물다양성 보존이 경제적 관점에서도 중요해지면서 국제적으로 자연자본 공시 도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대한상의와 3자 협의체를 구성해 공시에 필요한 정보를 기업이나 금융기관과 공유하는 한편, 공시 역량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 및 컨설팅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기업의 자연자본 공시 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관해 국립생물자원관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공시에 적용하는 모범사례와 리스크 관리체계 등 구체적인 공시방법론이 담길 것”이라며 “앞으로 계속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이 영어로 된 보고서를 기초로 공시를 준비하다 보니 기업마다 사용하는 용어가 다르다”며 “상반기 중에 용어집도 발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자본 공시 데이터 확보 방안도 강구
가이드라인과 별개로 환경부는 기업들이 TNFD 권고안에 기반한 자연자본 공시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확보 방안도 강구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공시에 사용할) 데이터”라며 “국내 자연자본에 관한 공시를 할 때 국제적으로 적합한 데이터라고 인정 받을 만한 국내 데이터가 적어 데이터 확보 방안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국내에 공시할 데이터 자체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자연환경조사나 생태조사를 해왔기 때문에 데이터는 많다.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TNFD 공시에 필요한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오염, 물사용량, 폐기물 배출량 같은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지표는 ESG 공시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이미 확보하고 있어 중복 사용하면 된다”며 “멸종 위기종이나 중요한 생태계 관련 지표는 연구자를 위한 데이터라서 기업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국립생태원이 기업이 사용하기 좋게 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공시 데이터 보완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면 사업장 또는 공급망 인근에 멸종위기종이 얼마나 있는지, 분포지는 어떻게 되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국제적으로도 데이터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TNFD는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와 유엔개발계획(UNDP) 등의 주도로 2021년 6월 출범한 자연자본 공시 이니셔티브로, 기업과 금융기관의 자연 리스크와 기회에 관한 공시 체계를 개발하기 위해 설립됐다. 자산규모 20조달러에 달하는 40개 자산운용사가 태스크포스로 참여하는 TNFD는 지난 3월 권고안 초안을 공개한 데 지난해 9월 전 세계 약 60개국의 금융 및 비금융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고려해 권고안을 확정했다.
TNFD에 따르면 46개국 320개 기관이 지난해 확정된 TNFD 권고안 기반의 자연자본 공시를 약속했다.
공시를 약속한 기관 중에는 세계 최대의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과 ‘글로벌 시스템에 중요한 은행(G-SIBs)에 속한 7개 은행 등이 포함돼 있다. 320개 기관 중 기업이 178개로 가장 많았고 금융기관이 106개, 증권거래소 등 금융시장 서비스 제공기관이 18개, NGO 등 기타 기관이 18개를 차지했다.
TNFD는 이르면 2023년 연례보고서, 늦어도 2025년 연례보고서에 자연자본 공시를 포함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시를 약속한 기업의 시가총액은 4조달러(약5370조원), 금융기관의 운용자산은 14조달러(1경8790조원)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137개로 가장 많았고 아시아태평양지역이 134개, 북미 21개, 중남미 18개, 중동 및 아프리카가 10개를 차지했다.
한편, 지난해 6월 ‘S1’으로 불리는 ‘일반적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General Requirement for Disclosure of Sustainability-related Financial Information)'와 ’S2’로 불리는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시(Climate-related Disclosure)'를 확정 발표한 ISSB는 다음 공시 주제로 ▲생물다양성 ▲생태계와 생태계서비스 ▲인적자본 ▲인권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중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관련 사항이 바로 자연자본에 해당한다. ISSB는 지난 2022년 12월에 열린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TNFD와 다른 기존 자연자본 관련 공시기준 활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