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도 기후변화 대응 적극 나선다…’그린스완 컨퍼런스’
기업 기후변화 대응 위험 공개, 자발적 노력에서 강제화로 이행 조짐
[ESG경제=이신형기자]전 세계 중앙은행이 기후변화 대응에서 분명한 역할을 담당하고 금융기관과 기업에 기후변화 대응 참여 선언 요구를 강화한다는 데 동의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와 금융당국자, 기업, 금융기관 관계자, 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그린스완 컨퍼런스’에서 기후변화 대응 방안에 대해 폭넓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참석자들은 지난 2015년 마크 캐니 전 영란은행 총재가 유명한 연설을 통해 기후변화가 금융위기와 좌초자산 발생, 생활 수준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한 이후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가속화됐다는 데 동의했다.
주요국 중앙은행과 금융 감독기구는 2017년 12월 기후변화와 환경리스크 대응,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해 녹색금융협의체(NGFS: Network of Central Banks and Supervisors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를 설립했다.
한국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도 지난달 17일 녹색금융협의체 가입을 신청했다.
프랭크 엘더슨 NGFS 위원장은 "설립 4년 만에 NGFS는 세계 경제의 88%와 온실가스 배출량의 85%를 차지하는 지역에 해당하는 91개국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인민은행의 벤치마크 자산의 80%가 유럽연합의 택소노미가 분류하는 친환경 자산에 해당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유럽연합 택소노미는 ESG를 업종에 따라 정의하고 구별하는 녹색산업 분류체계다. 유럽연합의 택소노미는 △기후변화 완화 △기후변화 적응 △수자원과 해양 생태계 보호 △자원순환 경제로의 전환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보호의 6대 환경 목표와 6대 목표를 달성하면서 다른 환경 목표에 심각한 위해를 미치지 않아야 한다는 4대 판단기준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기관 간 협력 부족과 기후변화 위험에 대한 대응, 중앙은행의 정책을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바꿔야 할지에 대한 연구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이사는 현재 200여 개에 달하는 기후변화 대응 기구가 난립해 있다며 기후변화 대응 노력의 파편화를 우려했다.
기업 기후변화 대응 위험 공개, 자발적 노력에서 강제화로 이행 조짐
로이터는 현재로서는 중앙은행이나 금융당국의 기후변화 대응이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억제한다는 파리협약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기여했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 중앙은행 중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영란은행은 지난해 보유 자산의 탄소 발자국이 2100년까지 지구 온도를 3.5~4℃나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현재 영란은행의 보유 자산을 환경친화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벨상 수상자인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클리츠 컬럼비아대학교 석좌교수도 탄소배출 비용을 CO2톤당 51달러로 올리기로 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도 지구 온도 상승에 대한 경고로 해석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유럽 금융기관들의 기후변화 위험 노출에 대한 분석 노력에 대해 “완전히 만족스럽지 않다”며 2020년으로 예정된 시한에 맞춰 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도록 통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논의된 주요 의제 중 하나는 금융기관과 기업의 기후변화 위험 노출에 대한 데이터가 불충분하고 더 적극적인 기업과 금융기관의 보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옌스 바이드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도 소수의 기업만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자발적인 민간 주도의 가벼운 규제로 대응하는 접근 방식에서 이제 벗어날 때가 됐다며 참담한 어조로 “그것 때문에 우리가 어떤 상황을 맞이했는지 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금융당국은 적극적인 금융기관 건전성 규제에 나섰다.
프랑수아 빌레로이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에 동조하며 프랑스는 이미 기후변화 위험 공개 의무화의 길에 접어들었다며 다른 주요국도 올 연말까지 동조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