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그린워싱 ‘탑9’ 기업 살펴보니...금융사 3곳 포함

스타트업 ‘클린허브’, 글로벌 그린워싱 벌금 ‘탑9’ 공개 도이치자산, 골드만삭스, 뉴욕멜론은행 등 ESG투자 과장 1위는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총 347억 달러 벌금 물어 “앞으로 규제 강화로 더 많은 사례 적발될 것”

2024-03-14     김현경 기자
(사진=fotdmike/Flickr)

[ESG경제신문=김현경 기자] 기업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그린워싱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벌금을 낸 9개 기업이 공개됐다. 여기에는 글로벌 금융사 3곳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한 스타트업 ‘클린허브(CleanHub)’는 이제껏 세계에서 그린워싱으로 가장 많은 벌금 및 합의금, 기부금을 낸 상위 기업을 집계한 순위를 최근 발표했다.

이 중 도이치자산운용(DWS)골드만삭스, 뉴욕멜론은행(BNY Mellon)이 3위와 7위, 8위에 올랐다. 3사 모두 자사의 ESG투자상품이 내부적인 ESG투자 정책이나 조건에 부합하지 않았는데도 투자자들에게 ESG펀드로 광고한 것으로 밝혀져 벌금을 물었다.

도이치자산운용(3위)은 자사의 ESG투자 규모를 실제보다 과장했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판단으로 합의금 2500만 달러(약 330억원)를 물어야 했다. SEC에 따르면 도이치자산운용은 2018년부터 ‘21년까지 자사가 업계 중 ESG투자를 선도하고 있다고 광고했으나 실제론 ESG투자 정책을 이행하거나 관련 기준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골드만삭스(7위)와 뉴욕멜론은행(8위)도 자사의 ESG투자 평가 기준이 모호하거나 일부 ESG투자가 과장됐다는 판단에 따라 각각 400만 달러(약 52억원)와 150만 달러(20억원)의 벌금을 SEC에 물어야 했다. 

1위는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46조원 벌금

1,2위는 폭스바겐과 토요타로, 자동차 배기량 축소와 관련해 각각 346억 9000만 달러(약 46조원)와 1억 8000만 달러(약 2300억원)의 벌금을 물었다. 1위 폭스바겐는 ‘디젤게이트'로 불린 해당 배기량 조작 사건으로 인해 전 세계 대규모 차량 리콜과 각종 법적 소송에 대응하며 단연 압도적인 비용을 치러야 했다. 

이와 함께 명확한 근거가 없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친환경 홍보 및 광고로 인한 기업의 그린워싱 사례가 순위에 올랐다. 

4위 캡슐커피머신 브랜드 큐리그(Keurig)는 자사의 커피 캡슐이 “재활용 가능”하다고 광고한 것과 달리 실제 대부분의 재활용업체에서 사용한 캡슐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미국과 캐나다에서 소송 비용과 벌금으로 총 1200만 달러(약 160억원)를 지출했다.

5위는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 기업 에니(Eni)가 차지했다. 자사의 팜유 혼합 디젤이 “친환경적(green)”이라고 과장 광고해 이탈리아 규제당국에 560만 달러(약 73억원) 벌금을 물었고, 6위는 자사의 제품이 친환경적 소재로 만들어졌다고 광고했으나 그렇지 않았던 미국의 콜스와 월마트가 합산해 550만 달러(약 72억원)를 물었다. 

클린허브 보도 내 표 번역 및 재구성.

클린허브는 그린워싱 방지를 위한 새로운 규제와 지침들이 계속 도입됨에 따라 더 많은 그린워싱 사례가 적발되고, 감독당국이 대기업을 조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클린허브의 마케팅 부사장 니키 스톤즈는 성명을 통해 “이러한 벌금 규모만 보더라도 글로벌 규제당국이 기업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린워싱을 처벌하지 않고 묵인하는 것은 이제 과거의 일”이라며, "앞으로는 친환경 홍보를 통해 의도적으로 소비자를 오해하게끔 하는 기업은 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 밝혔다고 ESG전문 미디어 코퍼릿나이츠는 전했다. 

글로벌 경영진 59%, 자사 지속가능성 관련 활동 “과장됐거나 부정확하다” 인정

코퍼릿나이츠는 상위 2개 사례 이후 벌금이 크게 감소한 점이 두드러진다며, 이제까지 기업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 친환경 광고나 홍보에 대해 책임을 충분히 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많은 기업 리더들이 기업을 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경영하는 법은 물론, 자사의 비즈니스가 얼마나 친환경적인지 고객에게 알리고 소통하는 법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해리스폴(Harris Poll)이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전 세계 약 1400명의 기업 고위 경영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경영진의 59%가 “자신들의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활동을 과장하거나 부정확하게 홍보했다”고 인정했으며, 72%가 “모두가 지속가능성 노력을 추진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각국에서 이러한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를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기업은 친환경 주장에 대한 책임을 더 많이 지게 될 것이라고 클린허브는 보도했다. 

자료사진=픽사베이 제공

“더 많은 그린워싱 벌금 부과될 것"

클린허브의 스톤즈 부사장은 “앞으로 더 많은 그린워싱 벌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처벌을 피하려면 기업은 모든 환경 관련 주장과 자사의 전략이 투명하며 입증 가능한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은 이르면 2026년부터 과학적 검증 없이 제품을 ‘친환경적’이라고 홍보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하는 지침을 지난달 최종 채택했다. 지침은 ▲입증되지 않은 “친환경적”, “생분해성”, “에코” 등의 친환경 표시 사용 금지 ▲실질적인 탄소배출 감축 노력 없이 탄소 상쇄에 의존한 친환경 표시 금지를 골자로 한다. 이 지침으로 글로벌 비정부기구인 환경표준연합(ECOS)은 “50% 이상의 친환경 라벨링이 사라지거나 변경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국 SEC는 지난해 9월, 무늬만 ESG펀드라고 포장해 투자자들을 기만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마케팅 관행을 차단하기 위해 투자회사법 ‘명칭 규정(Names Rule)’의 개정안을 채택했다. 펀드 상품명에 특정 투자대상 항목을 기재하면 그 투자대상을 펀드 자산의 80% 이상이 되도록 편입하고 이를 공시하도록 하는 ’80% 룰’을 ESG에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