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 KT&G 주총에서 기업은행 측 사외이사 후보 지지

"KT&G 거버넌스, 경영진 및 이사회 구성원을 고착화할 위험" 사실상 방경만 사장 선임 반대. 외국인 주주 표심 영향 전망

2024-03-15     박가영 기자
                                                  KT&G 대표이사로 추천된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 사진=KT&G

[ESG경제신문=박가영 기자]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가 오는 28일 열리는 KT&G 정기 주주총회에서 방경만 KT&G 총괄부문장(수석부사장)의 대표이사 사장 선임 안건에 사실상 반대를 권고했다.

ISS는 14일 KT&G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이번 주총 표결에서 통합집중투표제가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주들은 이사회에서 사측 대항 세력의 인사들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손동환 후보를 지지하는 데 한 표를 모을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주총에서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구분하지 않고 묶어서 이사 후보자 중 한 사람에게 몰아서 투표할 수 있는 통합집중투표가 도입됐으며, 투표 결과 다득표순에 따라 상위 득표자 2인이 이사로 선임된다. 1주당 후보 3명을 놓고 총 2개의 표를 행사할 수 있다. 

KT&G의 최대주주(지분 7.11%)인 IBK기업은행은 지난 12일 KT&G 이사회가 추천한 신임 사장 후보인 방경만 수석 부사장과 사외이사 후보인 임민규 KT&G 이사회 의장 선임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방 수석 부사장 재임 기간 중 회사의 영업 실적이 크게 악화돼 경영 능력이 의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ISS도 KT&G의 실적 악화를 지적했다. ISS는 KT&G의 총주주수익률이 동종업계 평균을 밑돌았다며 "회사의 실적 부진, 지속적인 운영 문제, 거버넌스 우려 등을 고려할 때 주주들이 제안한 사외이사를 추가하는 것은 주주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KT&G의 거버넌스 문제에 대해 "경영진과 이사회 구성원을 고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서 ISS는 " KT&G 경영진은 지난해 대항 세력 측 캠페인에서 제기된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과거의 결정을 방어하는 데 집중했다"며 "자사주 기부는 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지만 경영진에 우호적인 재단이 지분의 10% 이상을 지배하게 된 관행은 의심스러워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14일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온라인 설명회에서 주장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FCP는 "10년 넘게 반복된 자사주 재단 '셀프 기부'로 경영진이 12%나 되는 지분을 실질적으로 컨트롤하는 최대주주가 됐다"며 "주총 때마다 이 12% 지분을 통해 경영진 스스로를 '셀프 지지'했고 이번 주총에서도 이를 반복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어 

ISS는 KT&G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 대해서도 "겉으로 보기에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현실적인 절차 일정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겉보기에 독립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회사의 경영실적 악화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 임원을 선임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ISS는 기업은행 측이 추천한 손 후보에 대해서는 "판사 및 법률 전문가로서 손 후보의 이력은 KT&G의 거버넌스 관련 사안을 평가 개선하는 데 적합할 것"이라며 "손 후보의 사외이사 선임으로 KT&G가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으로, 2021년부터 성균관대 로스쿨 공정거래법 담당 교수로 지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