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SG평가원, KT&G 주총 기업은행 측 사외이사 후보 "찬성"
"경영진 견제할 최대주주 이익 대변 사외이사 필요" 경영진, 자사주 재단으로 넘겨 기업 지배권 활용 소지
[ESG경제신문=박가영 기자] 한국ESG평가원이 KT&G의 사외이사 추천 안건에 대해 1대주주인 기업은행 측 후보에 찬성 의견을 내놓았다. ISS 등 해외 의결권자문회사에 이어 국내에서도 방경만 수석 부사장을 CEO 후보에 추천한 회사측 안에 반대하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KT&G의 최대주주(지분 7.11% 보유)인 IBK기업은행은 지난 12일 KT&G 이사회가 추천한 신임 사장 후보인 방경만 부사장과 사외이사 후보인 임민규 KT&G 이사회 의장 선임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방 수석 부사장 재임 기간 중 회사의 영업 실적이 크게 악화돼 경영 능력이 의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에 따라 주주들이 오는 28일 주주총회에서 회사 측 안과 기업은행 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주총은 통합집중제투표방식으로, 주주가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모두 합해 2표를 1인에게 몰아서 행사할 수 있다.
한국ESG평가원은 기업은행 측 후보에 찬성하며 “경영진을 견제하고 최대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외이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이 주주제안의 형태로 사외이사를 추천하여 주총에서 기존 경영진과 표대결을 펼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기업은행 같은 소유분산 기업의 경우 이사회의 견제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와 주주 의견을 대변할 이사회 구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평가원은 손동환 후보가 판사 출신으로서 경제법, 공정거래법, 상법 드등의 전문가로 “기업은행에 따르면 그는 KT&G처럼 각종 규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에 꼭 필요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며 “손 후보가 사외이사에게 필요한 전문성과 독립성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기업은행 측 주주제안에 찬성을 권고했다.
평가원은 KT&G에 대해 소유분산기업에서 나타나는 CEO전횡과 사유화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지난해에는 행동주의 펀드에서만 제기됐던 경영상의 문제점 지적에 대해 올해는 최대주주는 물론 외국 의결권 자문회사까지 동조하기 시작했다”며 "이러한 양상은 현 경영진의 문제가 보다 심각해졌음을 입증한다"고 설명했다.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 파트너스 FCP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주총에도 별도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으나, 최종적으로 철회하고 기업은행 측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FCP는 14일 국내 주주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해 KT&G의 거버넌스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FCP는 KT&G에 대해 ▲사외이사 중 소비재산업에 대한 전문가 부재 ▲이사회의 견제 없이 CEO 등 경영진에 과다한 성과보수 지급 ▲자사주를 회사 산하 재단에 출연하여 경영권 강화의 수단으로 사용 ▲사외이사 호화 외유 출장 등을 문제 삼았다.
특히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자사주를 산하 재단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의결권을 부활시켜, 기존 경영진에 유리한 표결을 하도록 만든데 대해 주주들의 반감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평가원은 KT&G의 ESG종합등급을 A+로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평가원은 “진실성이 수반되지 않는 ESG경영은 ESG워싱으로 빠질 수 있어, 사내외적인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가원은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과 이사회 중심 경영을 통해 ’전문경영인 참호 구축‘이라는 부정적인 의혹을 불식시키고, 소유분산기업의 모범이 되는 ESG경영 행보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