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 탈탄소 경쟁력 확보 중요...판재류 대EU 수출 86%

기후솔루션과 대한상의, 산업계 탄소중립 전략 세미나 개최 EU CBAM 국내 철강업계 직접 영향, 탄소비용 증가 불가피 정부, 철강 탈탄소화 위한 인프라 중요 인식

2024-03-19     김현경 기자
기후솔루션과 대한상의가 19일 공동주최한 '탄소중립사회: 우리나라 산업의 과제와 전략' 세미나. (사진=ESG경제)

[ESG경제신문=김현경 기자] 국내 철강산업은 탈탄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19일 대한상공회의소와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이 공동 개최한 ‘탄소중립사회: 우리나라 산업의 과제와 전략’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세미나에서는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에 따라 국내 기업이 나아가야 할 전략과 방향이 국내 주력 수출 산업인 철강 산업을 중심으로 논의됐다.

이 연구원은 유럽연합(EU)이 도입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탄소 관련 무역 규제의 국내 영향에 대해 발제하며 “철강 수요의 전 세계적 추세는 중장기적으로 장기 둔화 추세이나, 국내 (철강산업의) 중장기적 대책은 그린 경쟁력(탈탄소 경쟁력) 확보라는 것은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판재류’ 주력 수출... 대EU 비중 86% 달해

오는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EU의 CBAM은 EU 내에서 생산하는 제품과 수입제품 간의 탄소배출 비용 격차를 없애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이 제도에 따라 수입품의 탄소 배출 비용은 EU와 수입 원산지 간의 탄소가격 차이가 클수록 커지게 된다. CBAM은 ‘CBAM 인증서’를 구매해 EU에 제출토록 하는 방식으로 수출품의 탄소가격을 부담하게 하는데, 이 CBAM 인증서 가격이 EU 배출권거래제(ETS)의 배출권 가격과 연동되기 때문이다.

이재윤 연구원은 국내 철강 수출품 중 CBAM의 주요 대상 품목인 판재류(얇은 판 형태의 철강재)의 국내 대 EU 수출비중은 2022년도 기준 85.6%에 달한다며 “CBAM 본격시행시 수출비용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EU CBAM과 같은 환경 관련 무역 규제에 대비해 국내 철강업계 탄소중립 로드맵의 차질없는 추진이 중요하다고 이 연구원은 밝혔다.

아울러 미국과 EU가 추진 중인 글로벌지속가능한철강협정(GSSA)에 대해 이 연구원은 작년 타결이 미뤄지면서 내년 말로 협상시한이 연기되었다며 한국의 참여 여부 등 관련 시나리오별 수출 영향 분석이 필요하고, 오는 11월 치뤄질 미국 대선과 함께 상황변화에 대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GSSA는 철강의 과잉공급 제한을 위해 고탄소 철강에 대한 공동의 탄소가격 부과 목적으로 미국과 EU가 추진 중인 통상 협정이다. 이 협정에서 탄소규제가 도입된다면 CBAM과 더불어 국내 철강 산업은 추가적인 탄소세 부담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이 연구원은 "탈탄소 철강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그린경쟁력 확보 모색과 동시에 교역환경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그린철강 인프라 추진 필요 인식

김다은 산업통상자원부 철강세라믹과 사무관은 이날 발제에서 저탄소철강을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환원제철에 대해 “개발이 되기만 하면 한국 철강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술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략적인 로드맵으로 국가 R&D사업엔 기초 기술 개발만 일단 포함돼있는 상태”라며 “2026년까지 100만톤급 수준의 파일럿 설비 실증을 착수해 ‘30년까지 실증 완료, ‘40년까지 상용화해 ‘50년까지 현존 고로 설비를 순차적으로 대체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린철강(저탄소철강) 확대에 대해 “정부도 그린철강 관련 여러 에너지 인프라로 그린 전력(재생에너지 전력), 그린수소 등이 같이 추진돼야 철강의 저탄소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사무관은 “철강 기업들과 계속 소통 중이며 과거와 다르게 기업들도 철강 저탄소화를 진지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추진 의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다만 최근 철강 시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철강 기업이 새로운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서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기업은 이제 탄소배출자에서 탄소 문제 해결자로 변모해야” 한다며 혁신역량을 토대로 탄소중립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적극 동참하길 강조했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축사에서 유럽연합(EU)이 시범적용중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통상과 무역이 국내 기후변화 대응을 이끄는 하나의 동기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산업 부문에 비해 발전 부문이 그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 안타깝다”고 밝히며 “지난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도 한국은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서약에 서명했는데, (이를) 발전 부문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건 산업계의 애로사항”이라고 밝혔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조달) 캠페인을 주관하는 국제 비영리재단 클라이밋그룹(Climate Group) 겸 리스폰시블스틸(ResponsibleSteel)의 마이크 피어스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이미 리스폰시블스틸의 회원사로 철강의 저탄소 배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속가능성 이슈와 관련해 한국 기업도 이와 관련한 진척이 많다는 건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클라이밋그룹은 탈탄소화 시스템 변화에 집중해 철강과 같은 다른 분야까지 어떻게 이를 확장시켜야 할지 모색하고 있다”고 밝히며 클라이밋그룹이 철강 부문의 탄소중립을 위해 출범시킨 글로벌 이니셔티브 ‘스틸제로(SteelZero)’를 소개했다. 스틸제로엔 현재 오스테드, 볼보 등 전 세계 42개 기업이 가입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