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계열사 공시 누락'... DB하이텍 소액주주들 소송 제기

28일 주총 앞두고 소액주주연대 소송 글로벌 반도체 호황에도 52주 신저가

2024-03-26     박가영 기자
사진=DB하이텍 

[ESG경제신문=박가영 기자] DB하이텍의 소액주주연대가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DB Inc, 삼동흥산, 빌텍 등이 보유 중인 지분 전체에 대해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 DB Inc, 삼동흥산, 빌텍 등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전체에 대해 삼동홍산과 빌택 대량보유보고 공시 누락을 이유로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의결권행사금지 대상 지분은 DB하이텍의 최대주주 DB Inc의 551만2783주(13.23%)를 비롯해 빌텍 500만6091주(1.21%), 삼동흥산 47만1969주(1.13%)다.

소액주주연대는 삼동흥산과 빌텍, DB하이텍이 서로 특수관계인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삼동흥산과 빌텍은 실질적으로 DB그룹 계열사로 오랫동안 활동하였고, 각 회사 총자산의 30.9%, 56.9% 수준에 달하는 DB하이텍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며 "그러한 방식으로 DB하이텍 경영권 방어에 힘을 보태왔는데도 불구하고 사측은 의도적으로 자본시장법상 대량보유보고를 누락하였다"고 설명했다.

소액주주연대는 "김준기 전 DB하이텍 회장은 본인이 설립한 동곡사회복지재단을 통하여 삼동흥산의 지분 18%(의결권 행사가능 주식의 100%)와 빌텍 지분 24%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회사들은 서울 강남구 삼성로96길 23에 소재한 ‘DB삼성동 빌딩’을 나눠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시에 따르면 해당 빌딩은 3월 13일 DB Inc가 삼동흥산으로부터 85억원에 사들였다. 신해철 현 삼동흥산 부회장이자 빌텍 부회장은 과거 동부CNI와 DB하이텍의 사장으로 재직한 적도 있어 이 회사들은 서로 특수관계인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주주연대의 주장이다.

만일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것이 맞다면 DB Inc는 삼동흥산과 빌텍의 지분을 보고하지 않아 자본시장법상 대량보유보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된다. 특별관계자의 합산 보유비율이 5% 이상인 경우 자본시장법상 보고의무가 발생한다.

이상목 대표는 “주주연대 첫날부터 우리가 백기사임을 밝히고, 내용증명을 20회 이상 발송하며 요구했던 것은 자사주 소각, 대표이사 면담, IR 정상화, 유출된 회사현금으로 기업총수 부채상환금지 선언 등 극히 소소한 사항들이었다”며 “그런데도 회사는 이러한 의견들을 일관적으로 무시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공시 하나 제대로 못하는, 의도적으로 은폐하는 상장사가 존재의미가 있는가”며 목소리를 높였다.

DB하이텍은 2023년 12월에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정책은 ▲향후 5년간 주주환원율 30%대 유지 ▲배당성향 최대 20%까지 탄력적 운용 ▲자사주 취득을 발행주식 수의 15%까지 점진적 확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대표는 “(DB하이텍이 내놓은 5년간 주주환원율 30%대 유지 정책에 대해) 공정위 지주사 전환 이슈로 3년째 주주와 다투며 주가를 하락 유도하여 환원율 30%를 채우려 한다”면서 “국가전략사업인 반도체 파운드리사업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해 대내외적으로 많은 비판이 있는데 이제는 김준기 회장에게 남은 기회가 많지 않아 보인다. 우리 연대는 이번 가처분 소송 이후 준비된 후속카드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DB그룹 관계자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동곡사회복지재단은 김준기 창업회장이 설립한 것이 아니고 1989년 동부그룹 일부 계열사와 강원지역 인사들이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출연해 설립한 공익재단"이라고 반박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공시된 대로 법적 절차에 따라 성실하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황 회복기에도 주가는 신저가 갱신 

지난 1년 간 DB하이텍 주가 동향. (3월 25일 장 마감 기준) 사진=네이버증권

한편, 반도체업황 회복에 따라 다른 반도체주들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DB하이텍의 주가는 52주 신저가에 머물러 있다.

DB하이텍의 실적 공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1578억원으로 전년 대비 30.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633억원으로 65.4% 급감했다. 최근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유독 부진한 실적을 보인 것이다.

사진=DB하이텍

DB하이텍은 2024년 사업전망을 상당히 비관적으로 전망한 바 있다. 전망 발표 당일 주가는 이를 즉시 반영하여 종가 기준 1800원이 하락 마감했다. 

DB하이텍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따른 전방산업 수요 부진으로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회복이 지연되면서 전년보다 실적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소액주주연대 측은 지속적으로 자사주 소각과 같은 주주환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DB하이텍은 6.14%의 자사주를 가지고 있다. 또한 주주환원 정책에 따르면 자사주를 15%까지 확대해나갈 전망이다. 하지만 자사주 소각 계획은 아직 없는 상태다. 

한 소액주주는 “DB하이텍은 확실한 주가부양과 밸류업 수단인 자사주 소각에 소극적"이라며 "회사 측에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무 대리인을 선임했는데, 계약된 위탁 범위가 외국인 기관주주에만 국한되는 것도 의심스럽다. 개인주주,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완전히 무시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DB하이텍의 주주총회는 오는 28일 오전 9시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수도로 90 (도당동)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