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자연복원법 표결 연기...헝가리 지지 입장 철회
성난 ‘농심’ 의식, 삼림벌채규제 개정 의견도 6월 총선 앞두고 통과될 수 있을지 주목
[ESG경제신문=김현경 기자] 육지와 해양의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유럽연합(EU)의 자연복원법(Nature Restoration Law)이 공식 발효를 앞두고 새로운 고비를 맞았다.
유랙티브,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7개국 회원국 대표로 구성된 공동입법기관인 EU이사회(European Council)는 당초 25일로 예정됐던 이 법에 대한 최종 투표를 연기했다. 헝가리가 막판 지지를 철회하면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향후 표결 일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EU는 오는 6월 총선을 앞두고 유럽 전역으로 확산된 농민 시위 진압을 위해 살충제 사용 규제 등 다수 환경 관련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저렴한 수입 농산물로 인한 수입 감소와 강화되는 환경 규제로 유럽 농민들이 벌이고 있는 대규모 ‘트랙터 시위’의 결과다.
로이터에 따르면 헝가리의 환경부 장관 아니코 라이츠는 기자들에게 “농업 부문은 헝가리뿐만 아닌 유럽 전역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법안으로 인한 비용 증가도 헝가리의 우려사항 중 하나라고 전했다.
EU는 성난 농심을 의식해 농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법안들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회원국들은 EU의 삼림벌채방지규정(EUDR)도 유럽 농부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이 법안의 긴급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 법안은 산림 훼손을 통해 재배된 쇠고기, 코코아 등의 EU로의 수입과 역내 삼림벌채를 통해 재배된 농산품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로이터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스웨덴, 이탈리아 등의 회원국들은 “제3국 산림 파괴 문제 해결을 위해 합의된 목표는 유럽 경제, 특히 유럽 농업 및 임업 부문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자연복원법, 총선 전 통과될까?
EU 자연복원법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한 헝가리,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웨덴과 더불어 4개국이 기권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8개 국가들 중 한 곳이라도 찬성으로 돌아선다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지난 25일 회원국 협상을 주도한 벨기에 환경부 장관 알랭 마롱은 “특정 국가들이 이 법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며 “그들이 입장을 바꿀 수도 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는 “이것으로 법안 추진이 끝난 건 아니다. 대표단은 향후 몇 주간 이 교착상태를 돌파하고 법안을 다시 채택 안건에 올려놓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벨기에 정부가 법안을 크게 수정한다면, 총선 전 4월 말 마지막 본회의에 다시 상정해 재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EU외교관도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네덜란드 기후장관 로프 예턴은 "모두가 이 거대한 교착 상태를 인정하고 있으며,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를 고려할 때 쉽게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 밝혔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지난 2022년 발의된 EU 자연복원법은 지난달 유럽의회 본회의 투표를 통과하며 공식 발효를 위해 EU이사회의 승인만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의회 승인을 앞두고도 일부 중도우파 및 극우 성향 정당들이 결속해 법안 폐기를 주장하며 막판 제동이 걸린 바 있다.
이 법은 회원국으로 하여금 2030년까지 훼손된 토지와 해양의 최소 20%를 우선 복원하도록 한다. 이후 2050년까지 훼손된 모든 생태계를 복원하도록 조처를 확대한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정책 이니셔티브인 EU 그린딜(Green Deal)의 핵심 법안 중 하나다.
구체적인 목표로는 습지, 숲 등의 훼손된 서식지를 개선 및 종 개체수 회복, 벌과 같은 수분 매개 곤충의 감소세를 막고 2030년부터 증가세로 회복하도록 하는 조치 등을 포함한다. 해초 목초지 복원 등 해양 생태계와 해양생물 서식지도 복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