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기후 관련 주주제안 사상 최다 기록
기후관련 주주제안 263건 제출돼... 역대 최다 지지율은 하락했으나, "날카로워진 투자자들"
[ESG경제신문=박가영 기자] 올해 북미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에 역사상 가장 많은 기후관련 주주제안이 제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가능성 평가 비영리 단체인 세레스 따르면 25일 기준 북미 기업들의 올 정기주총에 제출된 기후관련 주주제안은 263건으로, 역대 최고치다. 2023년에는 259건의 기후 관련 주주제안이 제출됐었다.
주제별로 보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 공시 및 전환 관련 제안이 가장 많았다. 기후 로비와 정치적 지출 관련된 제안과플라스틱 관련 제안이 그 뒤를 이었다.
분야별로 보면, 기후 관련 주주제안이 가장 많이 접수된 분야는 소비재 분야(72건)였으며 금융(59건), 산업(40건), 에너지(26건) 등이 뒤를 이었다.
전반적인 지지율 감소하는 추세지만... 투자자들 분별력 높아져
지속가능 투자 연구소(Sustainable Investments Institute)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및 기타 환경 주제와 관련된 제안은 ESG주주제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세레스 관계자는 이러한 동향에 대해 “블랙록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지지가 감소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투자자들과 기업 임원들은 여전히 지구 온난화를 막는 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고 밝혔다.
실제로 ESG 투자를 주도하는 블랙록의 경우에도 환경과 사회 분야 주주제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는 경우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상반기 블랙록은 투자대상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399건의 환경 및 사회 분야 주주제안 중 약 7%에 불과한 26건에 대해서만 찬성했다.
블랙록은 2021~2022년 같은 주주제안에 대해 22%의 찬성률을 보였다. 그 이전 해에는 47%의 찬성률을 보였다. 해마다 찬성률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관심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 상태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는 '2024년 주요 지배구조 및 스튜어드십 이슈(Top Governance and Stewardship Issues in 2024)' 보고서를 통해 ESG관련 이슈에 대한 주주제안은 매년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에서 제출된 E(환경)와 S(사회) 관련 주주제안은 총 643건으로 2022년의 608건보다 증가했다.
미국에서 공화당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반ESG 공세가 거세졌으나, ESG 주주제안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ISS는 올해 주총에서도 ESG 주주제안이 줄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ISS 역시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주주제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ESG주제와 관련된 주주제안은 2022년 이후 지지율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비영리 민간경제연구기관 컨퍼런스 보드의 선임연구원 메렐 스피링스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투자자들이 기업들의 ESG공시가 더욱 투명해지고 있다고 느끼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환경 관련 주주제안에 대한 지지율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레스 관계자는 "환경 관련 주주제안에 대한 전반적인 지지율이 감소할지라도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분별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여전히 많은 투자자들이 터무니 없는 주주제안이 아닌, 일부 환경 관련 제안을 지지할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틴 스노우 스폴딩 세레스 부회장은 “투자자들은 점점 더 기업에 명확하고 날카롭게 개선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레스는 지난 1일 햄버거 브랜드 잭인더박스의 주총에 상정돼 과반 이상인 57%의 지지를 얻은 주주제안을 예시로 들었다. 해당 주주제안은 레스토랑 운영진들에게 최소한 스코프1과 스코프2 범위에서 특정 온실가스의 배출량과 이를 감축하기 위한 목표를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주들은 경쟁사인 맥도널드는 이미 이러한 공시를 하고 있으나, 잭인더박스는 간헐적으로 공시하는 데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잭인더박스측은 SEC의 새로운 공시 규칙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서 주주들의 요구를 시행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반대를 표했었다.
합의에 의해 주주제안을 철회하는 횟수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세레스에 따르면 올해에는 현재까지 56건의 주주제안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2023년에는 83건, 2022년에는 116건의 주주제안 철회 합의가 이루어졌었다.
미국 증권규제당국은 2021년 말부터 ESG 주주제안이 더욱 쉽게 안건으로 상정되어 투표에 부쳐질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이후 더 많은 관련 주주제안이 제출됐으나, 엑손 모빌 등의 기업은 주주제안 안건이 지나치게 많아졌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상장사가 주주 제안 안건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그 사유를 자세히 명시해 SEC에 제출해야 한다. SEC에서 사유서를 평가해 배제 사유가 타당할 경우에만 이를 배제하도록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