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엎친 데 덮친 격’... 실적 부진에 ESG 논란 휘말려

15개 대형 ESG 펀드 중 6개가 테슬라 투자 기피 머스크 경영 스타일, 잇따라 ‘거버넌스’ 논란 촉발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 ‘테슬라 파산, 주가 폭락’ 경고

2024-04-04     이진원 기자
2024년 3월 20일 독일 베를린 인근 빌다우에 있는 A10 쇼핑센터 주차장에 있는 테슬라 전기자동차 충전소 모습. 사진=로이터

[ESG경제=이진원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따뜻한 봄날을 즐길 여유가 없을 것 같다. 판매 부진과 실적 악화로 테슬라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테슬라의 주식이 ESG 투자 대상을 적합하냐는 논란에 다시 휩싸였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테슬라가 ESG 주식이냐에 대해 모든 주식 중 가장 많은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그 근거로 대형 ESG 펀드 중에서 테슬라 투자를 기피하는 펀드가 적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이들이 미국에 기반을 둔 15개 대형 ESG 펀드를 분석해 봤더니 그중 9개 펀드가 테슬라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반면 6개나 되는 펀드가 테슬라 투자를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가 최근 중국 비야디에 밀려 세계 전기차 2위 업체가 됐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사의 자리를 지켰을 만큼 전기차 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독보적이다.

그런데 전기차는 휘발유나 디젤 등 화석연료를 쓰며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친환경적이라서 테슬라 주식을 ESG 주식으로 간주하는 게 전혀 이상해 보일 게 없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대형 ESG 펀드들이 테슬라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건 이들이 테슬라 주식을 ESG 주식으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 애널리스트들은 진단했다. 

일론 머스크 "ESG는 사기다" 주장도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수석 ESG 애널리스트인 샤힌 컨트랙터는 "사람들과 대화해 보면 테슬라의 ESG 지위는 누구에게 물어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혹자는 환경적 우수성을 근거로 이 회사를 선호하는 반면, (ESG의 G에 해당하는) 거버넌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은 다름 아닌 테슬라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ESG 업계에서 머스크의 변덕스러운 경영 스타일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최근 몇 년 동안 정치적으로 극우로 돌아선 머스크는 자신은 ESG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한편 ESG를 ‘사기(scam)’라고 부르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연합=AFP

테슬라가 2022년 5월 S&P500 ESG 지수에서 제외된 후에 올린 웹 게시물에서 머스크는 "가짜 사회 정의 전사들에 의해 ESG가 무기화되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그는 또한 어떻게 S&P가 세계 최대 오염 배출 회사인 석유회사 엑손모빌에게는 ESG 최고 등급을 부여하면서도 테슬라를 지수에서 제외할 수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했는데, 이 의문에 대해서는 반드시 비합리적인 의문은 아니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S&P500에 편입된 주식 중 최대 규모의 ESG 펀드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엔비디아이고, 마스터카드와 세일즈포스가 그 뒤를 잇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조사에 따르면 이들 대형 펀드들은 메타 플랫폼, 사우스웨스트 항공, 코스타 그룹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엑손모빌 역시 ESG 펀드에 덜 자주 편입되는 종목 중 하나로 나타났다.

테슬라는 2021년 5월 S&P500 ESG 지수에 편입됐다가 2022년 5월 2일부로 제외됐다. 당시 테슬라의 ‘저탄소 전략 부재’와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소재한 테슬라 공장에서 보고된 인종차별과 열악한 근무조건이 지수에서 제외된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이후 테슬라는 고용 관행과 기후 위험 및 공급망 전략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한 후 작년에 지수에 다시 편입되었다.

실적 부진에 주가 미끄럼...테슬라 파산 가능성도 제기돼 

한편 테슬라 주식이 ESG 주식인지 아닌지를 둘러싼 논란은 가뜩이나 실적 악화로 불편한 머스크의 심리를 더욱 어지럽게 만들 수도 있다.

ESG 경제가 확인한 결과 전기 자동차에 대한 전 세계적 수요 감소와 금리 상승에 따른 판매 부진 속에 테슬라의 주가는 연초 이후 지금까지 32.2%나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테슬라 비관론자 사이에서는 테슬라의 파산 가능성마저 나오고 있다.

2020년부터 테슬라 주식에 공매도를 쳐온 헤지펀드 매니저 퍼 레칸더는 이날 미국 경제매체 CNBC에 출연해서 “역사상 가장 심각한 거품이었던 테슬라 주식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면서 “테슬라가 파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날 168달러대에서 마감한 테슬라 주가가 14달러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만일 레칸더의 예상대로 된다면 테슬라의 주가는 현재 수준에서 약 90% 폭락해야 한다.

테슬라는 2일 실적 발표에서 올해 1분기 차량 판매량이 전년 동기(42만 2875대) 대비 8.5% 떨어진 38만 6810대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금융정보 제공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45만 7000대보다 7만 대 이상 밑돈 결과이며, 분기 실적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떨어진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공급망이 붕괴됐던 2022년 2분기(4∼6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