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ㆍECB, 금융기관 기후 위기 대응 놓고 이견

블룸버그, 연준이 기후 리스크를 금융 규제의 핵심으로 삼으려는 노력 좌절시켜 ECB, “대출기관들의 금융 약속, 이행 전략도 공개해야" Fed, “바젤위원회의 권한 벗어나는 일” 기후변화 대응은 금융의 몫 아냐 VS 금융도 중대한 행위자

2024-04-04     김연지 기자
스위스 바젤에 위치한 바젤타워의 모습. 사진=바젤위원회 공식홈페이지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이 바젤은행감독위원회(이하 바젤위원회)에서 기후 리스크 대응을 글로벌 금융 원칙의 중심으로 삼는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였다고 블룸버그가 3일 단독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특히 연준이 이끄는 미국 규제당국이 기후 리스크를 글로벌 금융 규제의 핵심으로 삼으려는 바젤위원회의 노력을 좌절시켰다고 보도했다. 

바젤위원회는 은행감독과 관련한 국제표준을 제정하고, 각국의 중앙은행·감독기관·금융당국 간 협력 및 정보교환 등을 수행하는 기구다. 바젤 위원회가 정하는 표준은 강제력은 없으나,  개별 국가들이 개발하고 시행하는 금융 감독 규정의 ‘기본 원칙’이 된다. 

연준과 ECB의 갈등은 지난 몇년간 기후 리스크를 글로벌 금융 규제의 핵심 요소로 만드려는 ECB의 시도로 촉발됐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에 따르면, ECB는 최근 ‘대출 기관들이 발표하는 기후 목표와 친환경 약속의 이행 전략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논의하는 바젤위원회의 비공개회의에서 연준과 미국 금융관계자들은 자신들의 (기업의 기후 정보 요구에 대한)제한된 권한을 강조하고, 바젤위원회가 본래 목적을 벗어나고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특히 “Fed와 기후 규제 강화를 적극 옹호해온 ECB 간 의견 차이가 심각하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제롬 파월(Jerome Hayden Powell) 연준 위원장은 지난 3일 스탠퍼드 대학교가 주최한 한 행사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정책은 선출된 공무원과 그들이 해당 책임을 맡긴 기관의 업무"라며 "연준은 그런 책임을 위임 받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바젤 위원회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연준이 지난해 바젤위원회의 기후 관련 금융 리스크 태스크포스(TFCR)의 역할을 축소하기 위해 바젤위원회를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는 것을 고려하면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연준의 정책 기조를 짐작할 수 있다. TFCR은 바젤위원회가 기후 리스크 대응을 금융 규제에 포함시킬 수 있는 수단이다. TFCR은 바젤위원회에서 기후 관련 모든 사안을 결정하는 핵심 기관으로 TFCR의 활동 범위는 자본 요건과 감독 및 정보 공개 등 바젤규제의 세 가지 핵심적인 내용을 모두 포함한다. 

지난해 8월 연준과 통화감독청(OCC), 연방예금보험기금(FDIC)은 바젤 위원회에 은행의 기후 리스크 정보 공개 프레임워크 개정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이 문서에 따르면 세 기관은 바젤위원회가 권한 밖의 일을 하고 있다며, 금융배출량 공개 등을 이 프레임워크에서 제거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12월에는 바젤 위원회 회의에서 연준 대표자는 TFCR의 기후 전환 계획에 "지침(guidance)"이라는 단어를 제외하도록 압박했다. 그렇게되면 해당 계획의 조항들이 미국 은행에 갖는 구속력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후 지난 2월에 진행된 바젤위원회의 회의에서는 ‘은행을 위한 기후 전환 계획에 대한 지침’을 금융기관의 선택 사항으로 만들겠다는 결정이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