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 ‘금’ 천연수소를 찾아라...한국 등 채굴 러시
천연수소는 탄소 배출 없는 천연 에너지 천연수소 매장지 발견 소식 계속 전해져 채굴 초기라 활용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 CNBC “한국, 미국, 캐나다 등 탐색 활동”
[ESG경제=이진원 기자] 머지않은 미래에 수소가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연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다. 수소는 연료로나 혹은 산업 공정에서 사용할 때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전 세계가 목표로 하는 넷제로 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기대대로 수소가 중요한 역할을 하려면 대부분의 생산 방식이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현재 수소는 주로 석탄과 천연가스 같은 화석 연료를 사용해서 생산되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영국의 비영리 전문기관인 카본트러스트(Carbon Trust)에 따르면 전 세계 수소 생산량의 1% 미만이 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그러자 한국을 위시해 미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스페인, 콜롬비아 등이 진정한 친환경 수소를 찾아내기 위한 탐색 활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최근 미국의 경제매체인 CNBC가 보도했다.
땅속 천연수소 채굴 골드러시
각국이 지구 표면 아래에서 자연 상태로 발견되는 ‘천연수소’를 찾으려는 일종의 ‘골드러시’가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백색 수소나 금 수소나 지질 수소로 불리는 천연수소는 철이 함유된 광물 사이의 고온 반응에 의해 자연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굳이 땅을 파지 않고서도 친환경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건 가능하다. 재생 가능한 전기를 사용하여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리해 친환경 수소를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 아직은 경제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3월 초 독립 에너지 조사 회사인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전 세계적으로 40개 기업이 천연수소 매장지 탐색에 뛰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이 숫자가 10곳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10여 년 사이에 4배로 늘어난 것이다.
라이스타드 에너지는 천연수소 개발 움직임을 ‘화이트 골드 러시’라고 칭하면서 “천연수소 같은 미개발 자원이 청정에너지 전환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이런 움직임을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CNBC에 따르면 천연수소는 1987년 아프리카 말리의 수도 바마코에서 약 60km 떨어진 작은 마을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캐나다의 하이드로마란 회사가 물을 시추하려다 실패한 후 우연히 인화성이 높은 무취 가스를 대량으로 발견했는데, 우물은 곧 막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혔다. 그러다 20년 가까이 지난 후 이 우물에서 매장된 천연수소가 발견되면서 오늘날 이것은 말리 부라케부구 마을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작년에는 프랑스 동부 로렌 지역에서 현재까지 세계에서 발견된 매장지 중 최대 규모의 천연수소 매장지가 발견됐다.
연초 이곳에서 로레인 대학의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 책임자인 자크 피로농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메탄을 찾다 우연히 천연수소 매장지를 발견했다. 이들은 지하 약 3,000m 지점에서 엄청난 양의 수소가 매장된 것을 찾아냈다. 피로농 교수는 영국의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연한 발견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미국, 호주, 러시아 및 여러 유럽 국가에서도 대규모 천연수소 매장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높아진 천연수소 채굴 관심
BBC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발견은 학문적 관심사에 불과했지만, 요즘에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수소가 앞으로 수년 내에 필수적인 연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에너지 자원 프로그램 연구 지질학자인 제프리 엘리스(Geoffrey Ellis) 박사는 전 세계 지하에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천연수소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USGS는 전 세계적으로 수천 또는 수십억 메가톤에 달하는 천연수소가 매장되어 있으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수소 매장량까지 합치면 이보다도 더 많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엘리스는 CNBC에 “지구 내부에는 엄청난 양의 천연수소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대부분은 너무 깊거나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경제적으로 회수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립된 천연수소의 몇 퍼센트만 회수해도 200년 동안 예상되는 모든 수요를 공급하기에 충분할 수 있다고 기대하면서 “초기 단계의 연구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각국 정부는 천연수소 채굴을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에너지부는 2월 천연수소 채굴을 위해 전국적으로 16개 프로젝트에 2,000만 달러(약 276억 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천연수소의 원활한 채굴을 위해서도 두 가지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하나는 지금껏 개발 프로젝트가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확인되지 않은 경제성에 대한 검증이다.
라이스타드 에너지의 수소 연구 책임자인 민 코이 레는 “천연수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말리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실제로 수소를 생산하거나 추출하기 시작한 프로젝트가 없어 잠재력 측면에서 아직은 약간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USGS 같은 특정 기관에서 추출할 수 있는 잠재적 양에 대한 수치 중 일부가 현실화된다면 실제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회의적 반응도
청정에너지로서 천연수소가 가진 잠재력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에너지 경제 및 금융 분석 연구소의 에너지 분석가인 아나 마리아 잘러-마카레비츠는 CNBC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때로는 걷기 전에 뛰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라며, 천연수소 개발보다는 생산 공정이 친환경적이지 못한 회색 수소를 친환경적인 녹색 수소로 대체하는 방법을 찾는 데 단기적 우선순위를 둘 것을 조언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현재의 수소 생산 방식에 대한 해결책부터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는 별도로 에너지 전환에서 수소의 역할을 강조하는 학계와 과학자 및 엔지니어 그룹인 수소과학연합(Hydrogen Science Coaltion)은 최근 블로그 게시물에서 현재까지 발견된 천연수소가 전 세계에 풍력 터빈 한 대보다 적은 일일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소과학연합은 이어 ”천연수소도 채굴 과정을 둘러싼 환경적 우려가 없는 게 아니며, 천연수소가 가장 필요한 곳에서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운송 및 유통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 발견된 결과, 천연수소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 등을 고려했을 때 이것을 대량으로 찾아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