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부채 스왑 통해 1000억달러 확보 가능... 기후위기 대응에 활용
IIED, 디폴트 고위험국 총부채 4000억달러 이중 1000억달러 자연부채스왑에 활용 가능 ‘21년 기후 기금, COP28 손실피해기금보다 많은 규모
[ESG경제신문=김현경기자] '자연-부채 스왑(DNS, Debt for nature swap)’으로 약 1000억달러의 생태계 보호 및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자금이 마련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의 비영리단체 국제환경개발원(이하 IIED)은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러한 내용이 담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춘계 회의 기간에 맞춰 발표됐다.
자연-부채 스왑은 저소득 국가가 자연보호를 위해 재정을 지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투자자들이 해당국의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세계은행 등 다자개발은행이 보증을 제공해 투자자들이 위험이 높은 시장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
가봉은 지난해 8월 아프리카 국가 최초로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해 5억달러 규모의 자연부채스왑을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체결했다. 에콰도르도 갈라파고스 군도의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해 크레디트스위스와 16억달러 규모 스왑을 체결한 바 있다.
‘21년 기후 기금, COP28 손실피해기금보다 많아
IIED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높은 49개국을 대상으로 이들이 총 4310억달러의 외채를 지고 있으며 이중 1034억달러를 자연부채스왑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스왑을 통해 확보된 자금은 분석 대상 49개국이 지난 2021년에 받은 총 138억달러의 기후 기금(climate finance)과, 지난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공식 출범해 개발도상국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선진국들이 공여한 7억달러의 '손실과 피해 기금'과 비교해 훨씬 많다고 짚었다.
아울러 분석 대상 중 최빈국 29개국은 자연부채스왑을 통해 337억달러를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이 국가들이 2021년에 받은 61억달러의 기후 기금을 능가한다고 밝혔다.
IIED는 자연부채스왑은 저소득 국가들이 직면한 부채위기, 기후변화의 영향과 생물다양성 손실이라는 세가지 주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인 것에 비해 그 주목도가 높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이들 국가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여러 도구 중 하나로 자연부채스왑을 더욱 널리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IIED의 지속가능한 시장 연구 그룹 책임자 로라 켈리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으로 인해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는 많은 나라들이 부채로 인한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으며, 기후위기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 부유한 나라들에 이자를 계속 납부하고 있다”며 "IMF와 세계은행은 현재의 대출 방식이 인류나 지구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연부채스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즈의 지난해 2월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중앙은행(Banque de France)의 경제학자들은 자연부채스왑은 부채를 탕감받는 국가의 환경 거버넌스에 대한 과도한 권한을 대출기관들에게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스왑의 효과를 파악하는 데 있어 생태계 보존과 탄소 상쇄에 관한 데이터 부족은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의 위험을 내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