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수요가 은값 지지...가격 하락은 매수 기회?
은값, 단기 급락 불구 금과 함께 올해 10% 중반대 상승 지정학적 우려 등이 두 금속 지지 원인 전문가들, 태양광 패널 수요 증가로 은값 추가 상승 기대
[ESG경제=이진원 기자] 중동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우려로 강해진 안전자산 수요 덕에 은이 금과 동반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태양광 패널 관련 수요 역시 은값을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은 입자를 기반으로 만든 페이스트(paste·전해액의 취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녹말 등에 섞어서 만든 풀 모양의 물질)는 태양전지용 전극 재료로, 태양광 패널 제작의 핵심 재료다.
그런데 최근 태양광 패널 수요가 급증하면서 은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 같은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주면서 은 가격 상승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세계 은 협회(Silver Institute)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은 수요는 7% 감소한 11억 9000만 트로이 온스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장신구에 필요한 수요는 13%, 실물 투자 목적의 수요는 28%가 각각 감소했다.
그러나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재료로써 은 수요는 지난해 64%나 급증한 1억 9350만 트로이 온스를 기록했다. 이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약 20% 많은 수치다.
이로써 태양광 패널 업계에서 은 수요는 4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는데, 올해 수요는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2억 3200만 트로이온스가 될 것으로 세계 은 협회는 전망했다.
트로이 온스는 31.103그램 내지 1.098온스를 뜻한다. 보통 금과 은 단위로 ‘온스’라고 말할 때 이는 트로이 온스란 뜻이다.
태양광 패널 분야 은 수요 증가 추세
투자은행인 RBC캐피탈마켓도 세계 은 협회와 유사한 전망을 제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이 은행이 “태양광 수요 증가로 은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서 은 채굴 투자에 대한 수요 약세를 상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진단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태양광 업계에서 은 수요는 2022년에 비해 63% 증가하여 현재 전체 수요의 약 16%를 차지하며 2014년 대비 3배 증가하며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RBC캐피탈마켓이 제시한 수치는 세계 은 협회가 제시한 수치와 거의 비슷하다. 이 은행의 애널리스트들은 “금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과 동일한 (중동지역 긴장 등) 거시적 요인이 은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태양광) 산업 수요가 점점 더 은 선물 가격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주요 동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재생 에너지 사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태양광 패널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1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지난해 새로 추가된 재생 에너지 용량은 전년 대비로 약 50% 증가했는데, 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태양광 발전이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서두르고 있는 중국이 태양광 에너지 시장을 빠르게 키우고 있는 게 이러한 변화의 주요 동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의 추가 용량은 2028년까지 2022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 은 협회는 “이러한 태양광 산업 발전에 힘입어 지난해 전체 산업의 은 수요는 11% 증가한 6억 5,440만 트로이온스를 기록했다”면서 올해 산업 수요는 지난해보다 9% 증가한 7억 1090만 트로이 온스로 신기록을 쓰면서 4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
은은 우수한 전도성 덕분에 자동차나 전자 부품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세계 은 협회는 “은 수요는 올해 지난해보다 2% 증가한 12억 1100만 트로이 온스로 2022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나 올해 채굴 및 재활용을 통한 공급량은 오히려 1% 줄어 10억 트로이 온스를 약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4년 연속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뜻이다.
일본 금괴시장협회의 브루스 이케미즈 수석 이사는 23일 닛케이아시아에 “지난 10년 동안 은 채굴 생산량에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공급량은 10억 트로이 온스 정도를 유지해 왔다”면서 “향후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공급 부족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은 현물 가격은 한국시간 23일 오후 트로이 온스당 27달러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으나 10여 일 전인 12일 뉴욕시장에서는 29.90달러를 기록하며 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 가격 움직임>
라쿠텐 증권경제 연구소의 상품 분석가인 요시다 사토루는 "현재의 높은 가격은 금값과 다른 요인들과 관련이 있으며, 공급 부족이 확대되면 중장기적으로 가격이 더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지역 긴장이 완화되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자 22일(현지시간) 은이 금과 함께 3~5% 정도 급락했지만, 올해 두 귀금속은 10% 중반대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선전하고 있다.
금과 은 가격은 여전히 올해 14% 정도 올라 미국 증시의 벤치마크 지수인 S&P500의 상승률(약 5%)을 훨씬 웃돌고 있다.
한편 TD 증권의 원자재 전략가인 다니엘 갈리는 로이터에 이란과 이스라엘 간 군사적 충돌이 심각하게 번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중동에서 임박한 보복의 위험이 일부 제거되어 간밤 금 매도세가 일부 유입되었다”면서 “하지만 가격 하방 범위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