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배터리 저장장치 '30년까지 14배 확충해야"...LFP 배터리 수요 급증 전망
세계 재생에너지 서약 달성의 과제로 제시 에너지부문이 전체 배터리 수요의 90% 차지 배터리 생산 비용 지속적으로 하락 예상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3배 확충하려면 현재보다 6배 많은 1500GW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요하고 배터리 저장장치(BSS)는 현재보다 14배 많은 1200GW 규모로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전력 저장은 대부분 양수발전이 담당할 것으로 전망됐다.
IEA는 29일 내놓은 ‘배터리와 안전한 에너지전환(Batteries and Secure Energy Transitions)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배터리 저장장치 보급이 연간 25% 확대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의장국인 아랍에미레이트와 미국, 유럽연합(EU) 주도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1만1000GW로 3배 확충하고 에너지 효율을 매년 4%씩 개선한다는 재생에너지 협약이 체결됐다. 재생에너지 서약 이행은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한다는 파리기후협약 목표 달성을 위한 선결 과제로 꼽힌다.
(표) 2030까지 달성해야 할 에너지 저장장치 보급량
보고서에 따르면 IEA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2030년까지 감축해야 할 에너지부문의 탄소배출량 중 60%는 배터리 저장장치와 관련이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부품으로 운송부문의 탄소 감축에 기여할뿐 아니라 에너지부문에서도 화석연료를 대체할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대안이다.
배터리 저장장치는 1~8시간 동안 단기적으로 저장된 전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을 극복하고 전력 사용량이 정점에 달했을 때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전력망 운영자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배터리 저장장치는 필요시 수초 안에 전력을 공급하는데 이상적인 수단이다. 따라서 전력망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고 비상 발전기 역할도 가능하다. 이미 병원이나 통신용 네트워크, 변전소 등에서 이런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에너지부문은 전체 배터리 수요의 90%를 차지한다. 지난해 발전부문의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대비 130% 이상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전력망에서 배터리를 통한 전력 공급량이 42GW를 차지했다.
재생에너지 발전과 배터리를 조합한 오프 그리드 또는 미니 그리드 시스템 구축도 가능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아프리카 등 일부 신흥국과 개도국에서 국가 전력망과 연결되지 않은 지역에 거주하는 4억명이 미니 그리드 시스템의 수혜를 입게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도 1400만대로 2020년의 3백만대에서 급증했고 앞으로도 전기차 판매량은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LFP 배터리 수요 급증
배터리 산업은 지난해 생산비용 하락과 기술 혁신,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다른 청정에너지 산업을 뛰어넘는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배터리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비용은 비용은 90%나 하락해 청정기술 분야에서 가장 급격한 생산비용 하락세를 보였다.
2010년 KW당 1400달러였던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비용은 지난해 140달러 미만으로 하락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 중 특히 LFP(인산철) 배터리 수요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생산된 전기차 중 40%, 에너지 저장장치의 80%가 LFP 배터리를 사용했다. 전기차에서는 에너지 밀도가 중요하지만, 에너지 저장장치에서는 에너지 밀도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덜해 이 시장이 빠르게 LFP 배터리 사용으로 전환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으로 구성된다. 양극재 소재로 리튬인산철을 사용한 배터리가 LFP 배터리다. 니켈과 코발트 망간을 섞어 만든 양극재를 사용한 배터리는 삼원계(NCM) 배터리로 불린다.
삼원계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충전 시간이 짧다. 순간 출력도 높아 인산철 배터리보다 성능이 우수한 배터리로 평가된다. 인산철 배터리는 가격이 저렴하고 삼원계보다 폭발 가능성이 낮아 삼안정성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 삼성SDI는 삼원계 배터리를 주로 생산했으나, 최근 LFP배터리 수요가 늘자 개발과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 출시 예상
보고서는 기술 혁신으로 2023~2030년 중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비용이 추가로 40% 하락하고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전망했다. 나트륨 배터리는 배터리의 충정과 방전 과정에서 리튬 이온 대신 나트륨 이용하는 배터리로 나트륨 수급이 용이하고 가격도 저렴해 생산 단가를 크게 낮추고 안정성도 높인 배터리다. 하지만 에너지 밀도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낮다는 단점이 있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2030년까지 전기차용 배터리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생산 비용은 LFP 배터리보다 30% 정도 낮을 것으로 전망됐다.
2030년 이후에도 배터리 생산 비용은 계속 낮아지고 전고체 배터리 양산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어 배터리 성능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리튬이온 배터리도 에너지 밀도가 더욱 높아지고 수명이 길어지는 등 등 성능 개선 향상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공급망 집중에 우려
보고서는 배터리 공급망과 셀 생산이 특정 국가에 집중되는 현상에 우려를 표했다.
중국은 현재 에너지부문의 배터리 사용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나라다. 이어 유럽연합(EU)과 미국 순으로 에너지 부문의 배터리 사용량이 많다. 영국과 한국, 일본, 일부 신흥국과 개도국도 배터리 저장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중국은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과 코발트 가공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배터리 생산 능력의 85%를 보유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한국은 배터리용 원자재 공급망과 배터리 셀 생산에서 각각 10% 또는 그 미만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