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그룹, 넷제로 전환 시 103억 달러 규모 대출손실 발생 전망

'50년까지 넷제로 전환되면 석유와 가스 등 고배출 산업 재정적 타격 넷제로 전환 느려도 기후 리스크와 지속가능성 이슈로 대출 손실 산불과 홍수, 허리케인 등 기후재난으로 대출 포트폴리오에 손실 불가피

2024-05-02     김연지 기자
시티은행(사진=연합뉴스)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시티그룹(Citi Group)이 전세계 산업계가 2050년까지 넷제로 전환에 성공할 경우 자사에 103억 달러(약 14조 원) 규모의 대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일 시티그룹의 내부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대출 손실은 대출기관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없다고 판단해 손실액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 문건은 시티그룹이 지난해 기후 변화 대응 계획에 대해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에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다. 시티그룹 외에도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6대 은행이 연준의 요구에 따라 각 은행들의 기후 변화 대응 보고서를 제출했다. 연준은 지난해 말까지 해당 보고서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아직 아직 발표된 바 없다. 

연준은 6대 은행에 (기후변화 대응 혹은 대응 실패에 따른)잠재적 손실 추정치를 요구하지 않았으며, 보고서가 이를 포함하고 있다고 해도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로이터에 밝혔다. 연준은 또한 "해당 보고서를 통해 은행들이 기후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지 평가할 것"이라며 "은행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자본 확충을 요구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넷제로 빨라도 느려도 은행 손실 필연적

시티그룹은 산업계가 목표대로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해도 103억 달러 규모의 대출 손실이 발생하고,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71억 달러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시티그룹은 전세계가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는 경로로 진입한다면, ▲석유 ▲가스 ▲부동산 부문 등 시티그룹에 대출을 받은 일부 기업들이 재정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넷제로 전환으로 인해 산업 전체의 규모가 위축되고, 넷제로 전환에 특히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산업 부문이기 때문에 재정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넷제로 달성에 실패할 경우 기후변화 대응 실패로 인한 문제, 기후재난으로 인한 손실, 각종 규제와 그에 따른 산업 경쟁력 감소로 71억 달러의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은행정책연구소(Bank Policy Institute)의 수석 연구원 그렉 호퍼는 로이터에 "기업의 전환 속도가 실제 시장 전환 속도 대비 너무 빠르거나 느린 경우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서 시티그룹은 허리케인처럼 점차 빈번해지는 기후재난으로 인한 잠재적인 손실액도 제시했다. 보고서는 미국 북동부에 허리케인이 닥칠 경우,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490억 달러 규모의 대출 포트폴리오가 1년 동안 최대 6350만 달러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미국 남동부 지역의 경우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150억 달러 규모의 대출 포트폴리오는 1년동안 1억 42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보고서는 만성적인 홍수까지 고려한다면 손실 금액은 5억 7100만 달러로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