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의 'G' 효과...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띄우는 기업들

지난해 전세계 기업 배당금 2260조원 사상 최대 기록 주주친화적 정책 펼치는 기업 주가 오르는 경향 뚜렷

2024-05-07     이진원 기자
사진=픽사베이

[ESG경제=이진원 기자] 미국, 일본, 한국 등 글로벌 기업들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투자자들은 이러한 대표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치는 기업들의 주식을 적극 매수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으로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것 넓게 봤을 때 ESG의 3요소인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 중에 G에 해당한다. 따라서 기업들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은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간주해도 무방하다.

통상 ESG에서 G는 주주 이익 보호 외에도 ▲세무 전략과 재정 및 절차의 투명성 ▲리스크 관리 ▲임원 보상 ▲기부와 정치 로비 ▲부패와 뇌물 수수 ▲이사회 구조와 브랜드 독립성과 관련된 정책들이 모두 관련된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야누스 헨더슨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돌려준 배당금은 1조6600억달러(약 2260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미국과 전 세계적으로 배당금은 꾸준히 올라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세계 기업의 86%가 배당금을 인상했거나 동결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반대로 말하자면 배당금을 줄인 곳이 14%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다만 자사주 매입 규모는 기술, 헬스케어, 금융 부문을 중심으로 다소 감소했다. 무엇보다 이 세 부문에 속한 미국 기업이 자사주 매입을 줄인 게 영향이 컸다. 미국 기업은 지난해에도 자사주 매입에 가장 적극적이었으나 자사주 매입을 17%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 매입 움직임은 미국보다 일본에서 더 두드러지고 있다.

일본 상장사들은 올해 3월로 끝난 2023/2024 회계연도 중 역대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주주 친화적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 상장기업의 2023년도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자사주 매입이 사상 처음 연간 10조엔(약 88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주주 친화 정책 

이러한 주주 친화적 정책은 투자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으면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일본 증시의 닛케이225 지수는 지난 1년 동안 상승률이 35% 가까이에 이른다.

전통적으로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많이 듣는 국내 상장사들도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호응에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후 주가 상승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국내 매체인 데일리안이 인용한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1월 2일~4월 29일)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공시는 총 141건으로 파악됐다.

이들 상장사가 자사주 매입 공시를 올린 이후 지난 29일까지 평균 주가 상승률은 코스피가 6.17%, 코스닥이 2.53%로 나타났다.

실제로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공시 이후 각 기업의 주가는 꾸준히 상승 폭을 넓히고 있다. 기간별 평균 상승률은 ▲1일 1.87% ▲1주 2.92% ▲1개월 6.32%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1개월 4.66% ▲3개월 6.14% ▲6개월 8.57% ▲1년 14.93% 등으로 나타났는데 장기간 오름세를 지속한 것이다.

주주 친화적 정책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걸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사례는 애플과 알파벳이다. 최근 두 대형 기술기업이 자사주 매입 결정을 발표하자 양사의 주가는 모두 급등했다.

6일 애플은 예상보다 호전된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역대 최대 규모인 자사 주식의 4%에 가까운 1100억달러(약 150조원)의 자사주 매입 결정을 발표하자 주가는 6% 가까이 상승 마감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만 무려 2000억달러(약 272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장 마감 후 최대 700억달러(약 95조원)에 이르는 자사주 매입 결정을 발표했는데, 2월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주당 20센트의 배당금 지급을 결정한 이후 취해진 또 다른 주주 친화적 정책에 알파벳의 주가는 26일 10.22% 급등했다.

배당보다 미래 투자 여전히 선호하는 한국 등 아시아 기업들

전 세계적으로 배당금 지급률은 문화적·경제적·규제적 요인으로 인해 지역마다 다르다.

유럽과 같은 지역에서는 주주에 대한 보상이 특히 중시하기 때문에 유럽 기업들은 평균 배당성향을 높게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투자자에게 정기적인 수익을 제공해야 한다는 문화적 기대가 배당금 분배에 관한 경영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 아시아 경제에서는 배당보다는 장기적인 성장과 재투자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아 이 지역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더 낮은 편이다. 기업이 올린 수익을 비즈니스에 재투자하여 혁신과 확장을 촉진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란 게 이유다.

국내 상장사들은 특히 배당성향이 낮은 것으로 악명이 높다.

출처=대신증권

한편 야누스 핸더슨은 글로벌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여전히 팬데믹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고금리 장기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기업들이 올해 자사주 매입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글로벌 주식 책임자인 벤 로프하우스는 보고서에서 “기업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내지 이 두 가지 모두를 통한 주주 수익률과 자본 지출 및 자금 조달 요구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